55 메모 패드, 좋은 필기엔 '종이'도 중요합니다.

2018.03.14 06:30 Hobby/- 기타 취미(Etc)


  만족스러운 '필기'를 위해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쉽게 떠올릴 만한 도구가 '펜'입니다. 맞습니다. 좋은 펜은 좋은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잉크'를 꼽을 수도 있을 텐데요. 뜻밖에 놓치기 쉬운 요소가 '종이'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펜과 잉크만큼 다양한 종이는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인데요. 이번엔 다양한 종이를 접할 수 있는 메모 패드를 살펴보겠습니다. 55 메모 패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종이

  종이는 좋은 글씨를 쓰기 위해 중요한 요소입니다. 저는 학창시절부터 '갱지'라고 불리는 재생 종이를 정말 싫어했습니다. 샤프로 글씨쓰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거니와 질이 약해 잉크가 번지기 일쑤였거든요. 이걸 봐도 종이가 필기에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알 수 있습니다.


  또, 제가 몰스킨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정확히는 몰스킨 데일리 노트를요.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몰스킨 데일리 노트의 종이 질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잉크가 번지고, 흡착력도 나쁜 편입니다. 자사의 전용펜마저 번지게 하는 압도적인 품질은 몰스킨을 그다지 권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일전에도 소개해드린 '바보 멍충이'


  그렇다면 어떤 종이가 좋은가? 저는 만년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종이에도 관심을 두게 됐는데요. 로디아, 미도리, 로이텀, 마루망 라인을 추천해 드립니다. 복면사과까르네도 괜찮고요. 하지만 저는 이 종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경험칙에 따라 추천을 드리나, 이게 정확히 어떤 종이인지 추천해드릴 순 없는 것이죠. 일반 소비자에게는 브랜드 소개 정도로도 충분하고요. 하지만 정확히 제가 무슨 종이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은 마음 한구석 갈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55메모 패드

  그러던 와중에 알게 됐던 게 72 노트라고 하는 노트입니다. 한 권의 노트에서 72가지 종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72노트는 원래 디자이너가 엄선한 72가지 종이를 하나의 노트로 담아 인쇄 전 종이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형태로 구성했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 올라왔지만, 좋은 성적은 이루지 못했는데요. 저도 처음 제품 설명을 보면서 너무 소비자를 한정했다는 느낌을 받아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요.


  이 실패를 발판삼은 것인지 모르겠으나,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에선 가격을 잡고, 타깃을 넓혔습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필기의 다양한 경험을 준다고 접근을 했고, 솔깃한 문구라 생각했는데요.




  그리고 이번엔 이를 좀 더 경량화한 55메모 패드가 나온다 해, 저도 호기심에 한 세트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받아볼 수 있었죠.




55메모 패드 살펴보기

  깔끔한 외관이 인상적인 메모패드입니다. 한 가지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게 있다면 표지와 바닥은 있으리라 생각한 부분인데요. 사진에 보이는 검은색 표지가 포장에 붙어있는 부분이라 이 부분을 벗겨내면 그냥 통 메모지만 나옵니다.




  그리고 바닥으로 받칠만한 부분도 없어 가장 마지막 종이가 자동으로 바닥 역할을 하게 됐네요. 이점은 살짝 불만입니다. 앞뒤구분이 없어질 수도 있고, 원하는 때 원하는 종이를 쓸 수도 있겠지만, 바닥에 닿는 면은 필연적으로 오염될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니까요.


  무게는 종이답지 않게 묵직합니다. 225g이라고 돼 있네요. 55가지 종이가 약 2장씩 포함돼 총 110장으로 된 메모지입니다. 약 2장이라고 한 이유는 수작업 특성상 오차를 포함했기 때문입니다.




  제책, 후가공 방식을 생략했기에 발생한 문제입니다만, 대신 가격을 현실화했다고 하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대신 다른 문제를 떠안게 됐네요.



55 메모 패드에 글씨 쓰기


  종이를 보면서 아는 체하고 싶어도 제가 아는 게 없네요. 갈색부터 미색, 완전한 백색까지... 다양한 색상과 다양한 질감의 종이가 있습니다. 제각각의 종이가 한가득이네요.



|종이를 넘길 때마다 새로운 종이를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확실히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이번엔 어떤 종이가 있을까... 기대하는 재미는 있습니다. 자주 쓰는 펜과 궁합은 어떻고, 어떤 느낌이 있는지 찬찬히 알아가는 중입니다.




  쓰면서 필기를 위한 종이라기보단 확실히 '인쇄'를 위한 종이라는 느낌이 드는 질감도 있습니다. 제가 판매자의 의도를 완전히 알 수 있진 않지만, 결국 이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은 인쇄를 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필기는 부차적이고, 좋은 포장이고요.



|LAMY 2000, LAMY 흑색 잉크


  그리고 어떤 종이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점도 이런 생각을 하게 한 점입니다. 종이의 장수가 다르고, 편차에 따라 가지수도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종이가 들어갔는지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72 노트를 사면 정확한 종이 종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그걸 빼면 제품의 매력이 얼마나 남는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다양한 종이를 체험해보는 데는 가격이 부담스럽고, 필기와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종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원하는 종이를 알기 위해 72 노트를 사는 건 역시 부담스럽죠.


  하물며 72 노트와 55 메모 패드에 들어간 종류도 다른데, 소비자가 종이의 종류를 쉽게 알 수 있을까요? 설명을 읽어볼수록 그다지 설득력 있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긴, 알아도 그 종이의 메모지를 살 수 있는 건 아니네요.




|어쨌든, 질감 때문에 펜촉이 튀는 것만 아니면 만년필과 궁합이 나쁘진 않았던 첫 종이였습니다.


  처음엔 호기심 겸, 다양한 필기 경험을 위해 샀습니다만, 사고 나서 허무함이 살짝 남은 지름이었습니다. 어쨌든 저는 메모장도 자주 쓰고요. 쓰면서 쓰는 즐거움을 소소하게 찾을 수 있겠다 싶어 계속 쓰기로 했습니다. 선물용으로도 챙겼고요.


  필기구에 이렇게 돈 쓰는 것도 병이다 싶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상하게 참질 못하네요. 제가 좋은 테스트해 봤으니, 여러분께서는 보고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굳이 찾아서 써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운 72 노트도, 설명이 부실한 55 메모 패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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