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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 2011.07.01 08:00
  • Culture/연극(Drama)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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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업
이신영 연출, 2011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많이 뒤늦은 연극 <수업>에 관한 리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표를 받은지도 한참지났고 연극을 보러간지도 한참 지나 이제는 막을 내린 것으로 알고있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남기게 되서 개인적으로 표를 주신 극단 관계자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드네요.

:+:관련 글 보기:+:
  • 연극 <수업>의 표를 받았습니다.

  연극 <수업>은 대학로 노을 소극장에서 상연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 노을소극장의 위치였는데요. 글쎄 아무리 주변을 찾아도 노을소극장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삼십여분을 헤매다 다른 블로거분의 포스트를 보고 겨우겨우 찾았는데요... 제가 못찾았던 이유는..

(아오... 이러면 어디있는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대부분 연극을 상연하면 그 주변에 안내판 같은 것이 따라오곤 하는데, 유독 연극 <수업>에서는 그것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덕분에 찾아가기 정말 힘들었어요.

(훗날 찾아가실 때, 꼭 참조하세요...)


  노을 소극장은 지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거의 상연이 막바지에 이를 때 찾아갔는데도 사람이 꽤 많아보였습니다. 배우분들과 실제로 알고 있는 분들도 많이 오신 것 같았구요.

(무대입니다.)


  무대는 별 다를게 없어보였습니다. 무대 사진을 회전문 두개와 미닫이문정도가 있을 것 같네요. 그러면 연극 감상평 바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연극 <수업>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꼭 이 이야기먼저 해야할 것 같다. 이 연극은 ‘스릴러’가 아니다. 아니, 적어도 관객의 ‘공포 심리’를 자극할 목적으로 제작한 컨텐츠라는 점까지는 동의할 수 있을지 몰라도 ‘스릴러’라고 홍보할 연극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수업>은 고전적인 ‘부조리극’이다.

  <수업>의 작가는 외젠느 이오네스코이다. 프랑스의 극작가로서 <수업> 외에도 <대머리 여가수>, <의자들> 등의 부조리극을 통해 대표적인 부조리극 작가로 인정받은 작가이다. <수업>은 이 중에서도 작가의 대표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부조리극인데, 이를 스릴러로 홍보를 한다는 점에 무척이나 놀랍고 아쉬웠다.

  연극은 전형적인 부조리극의 스타일(?)대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스릴러로 알고 온 관객들은 당연히 이 연극에 대해 충분히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따라서 연극을 제대로 받아들이기 무척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연극이 끝나고 몇몇 관객은 서로를 바라보며 “뭐야 이연극?”이라고 물어보는 풍경을 연출하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한 편이었고, 주인공의 치통연기는 보고 있는 내가 다 이가 아플정도로 몰입력이 있었지만, 스릴러라는 홍보 하나만으로 연극이 가지고 있던 본래의 매력을 많이 희생할 수 밖에 없어서 무척 아쉬웠다.



  종합박사 자격을 얻기 위해 늙은 교수를 찾아온 어린 여제자. 그러나 여제자는 간단한 구구단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러한 학생에게 교수는 언어학을 가르치려 한다. 그 때 이들을 막아서는 관리인. 관리인은 “언어학은 파멸을 부른 학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관리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언어학을 가르치는 교수. 이들에겐 무슨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극중에서 선택하는 학문인 언어학은 여러가지 의미를 갖는다. 전형적인 부조리극의 스타일 대로 교수는 언어학을 가르치며 방대한 지식을 백과사전처럼 장황히 읊는다. 관객 그리고 학생이 이해하든 하지 못하든 그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무의미하게 제시할 뿐이다. 학생이 중간중간 의문을 갖거나 끼어들기라도 하려고 하면 시종일관 얌전한 노교수는 벌컥 성질을 낸다.

  그렇게 점점 심해지는 교수의 광기. 수업을 듣는 학생은 느닷없이 치통을 호소하지만 교수의 광기는 멈출줄을 모르고... 이는 결국 비참한 결과를 불러오고 만다.



  연극에서 주목할 만한 요소는 언어학 강의와 치통. 그리고 여기에 수반되는 광기와 학살이다. 언어학 강의와 치통을 먼저 살펴보자. 이 것들이 의미하는 바는 어쩌면 단순한 요소일 수도 있다. 바로 ‘언어’다. 언어학 강의는 그야말로 언어가 무엇인지 탐구하는 것이고 치통, 이가 아픈 것은 즉 말을 하는데 사용되는 부위가 아픈 것이다.

  교수가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는 언어가 장황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치통을 호소하는 학생과 이를 무시하는 교수. 이들 사이에는 정상적인 소통이 진행되지 않는다. 교수의 말을 학생은 이해할 수 없고, 학생의 호소를 교수는 이해할 수 없다. 이들은 서로 언어로써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들은 소통하고 있지는 않다.

  소통의 부재로 이어지는 참극은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광기는 솟구치고 피가 튀기는 학살은 시작된다.



  부조리극인 이 연극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필자는 역사적인 방향을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외젠느 이오네스코가 수업을 쓴 시점은 1951년이다. 또한 부조리극이 서유럽을 강타한 시점은 1950년대이다. 이 시기를 관통하는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제 2차 세계대전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두고 비교해본다면 교수와 학생의 관계는 그 당시 서유럽을 휩쓸었던 군국주의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군국주의를 믿고 따르는 대중들은 자신이 스스로 옳다고 믿었다. 이는 일반인에서부터 많은 학식을 쌓은 사람[각주:1]까지 모든 사람이 군국주의라는 광기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였다.

  군국주의와 대중들 사이에는 실제로 제대로 된 소통이 있었다고는 보기 힘들다. 이들은 소통했다기 보다는 군국주의가 만들어놓은 물길을 따라 광기에 젖은 대중은 흐름을 따라 흘러갔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광기는 결국 세계대전이라는 참상을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가슴아픈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방향에서 연극을 생각해본다면, 연극의 마지막은 참 의미심장하다. 이번이 48번째라는 말과 함께 다시 새로운 학생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는 다시 이러한 피의 역사가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것일까? 이러한 일이 48번이나 반복되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다시들어온 학생에게 교수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최종 글 수정 : 2011. 08. 06)



  1. 일례로, 하이데거도 군국주의를 옹호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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