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마왕> - 과연.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 책의 내용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왕
이사카 코타로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2006

장르 소설과 라이트 노벨의 사이
  <마왕>은 장르가 애매한 편이다.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문체나 캐릭터중심의 구성을 보자면 라이트노벨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라이트 노벨의 정의[각주:1]를 고민해 본다면 장르 소설에 두는 편이 더 어울릴 것 같기도 하다. 라이트 노벨이라는 장르가 하나의 장르로 정의되지 못했기 때문에 장르에 대한 고민을 깊게 해봤자 무의미하리라 싶다. 아무튼 이런 소설이 있다고 하자.

  <마왕>은 겉표지만큼이나 무척 독특하다. 300여 쪽의 꽤 많은 분량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소설 특유의 가벼운 문체나 캐릭터중심의 구성은 방금 위에서 이야기를 했던 특징 때문에 한시간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다루고 있는 주제가 단순하냐고 물으면 또한 그렇지 않다.

  스스로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성했다는 <마왕>. 무슨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것일까.

진지한 주제와 신선한 접근
  <마왕>은 크게 안도&준야 형제와 이누카이가 대결하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캐릭터가 강조된 구성 속에 담긴 주제는 '파시즘'이었다. 실제로 소설 내에서 '이 사람이 파시스트다!'라고 등장하진 않지만, 반동인물로 설정된 캐릭터는 파시즘을 옹호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고 있고 주인공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력은 초능력인데, 하나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말을 말할 수 있게끔 하는 복화술과 1/10 확률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런 다소 황당한(?) 설정을 가지고 무거운 주제를 다룸으로써 무거운 주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것 같아서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이유야 어쨌건, 파시즘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반면에, 이는 자칫 잘못하면 겉멋만 들어있다는 인상을 주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아쉽게도 책이 갖고 있는 가벼운 문체는 이러한 의혹을 부추기는 역할을 하였다. 작가는 '파시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깨너머로 들은 지식을 주워넘기는 듯한 느낌이 들게끔 하는 것을 의도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겉멋만 들어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꽤 치명적인 단점이다.

주제의식의 부족
  일전에 이야기한 내용이지만, 내가 일본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이고 한결같이 지적하는 내용이 있다. 그것은 '주제의식이 날카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마왕>에서도 그렇다. 주제에 대한 이야기는 게속 등장하고 작가는 독자에게 이야기를 계속 던지지만 이것을 결말까지 끌고 가서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두루뭉실 끝내버린다.

  오해하지말자, 오픈 결말이라는게 문제가 아니다. 굳이 다른 일에 비유하자면 어떠한 사건에 문제제기조차 제대로 하지못하고 '무엇이 문제일지도 모른다...'라고 이야기하고 끊어버리는 경우 정도가 되겠다. 결국, 소설의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소설 내용을 빗대어 보자면 '이러면 되지 않을까나?'라는 말을 내뱉는 생각이 결여된 군중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삼고 비판하면서 소설이 '이러면 되지 않을까나?'라는 식으로 끝나버린 꼴이다.

뒷심이 부족한 소설
  아무래도 주제의 무거움을 가벼운 문체와 장르적 요소로 끌고 가려다보니 힘이 부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글을 끌고 온 작가의 필력에 놀랐다. 하지만 결국 힘이 떨어지는 바람에 용두사미가 되어버렸고, 틈틈히 등장하는 주제와 관련된 부분이 스트레이트에 가깝게 직설적으로 전달되는 감이 있지 않았나 싶다.

  독특한 소설이며 마치 2권을 암시하는 듯한 결말이라는 조언을 듣고 소설을 읽은 후 든 생각은 '과연.'이었고, 결국 이 포스트의 부제가 되었다. 정말 '과연 그렇다.'

  덧붙여. 작가의 다른 소설 '그래스호퍼' 등의 세계관가 섞인 '쥬브나일 리믹스' 버전의 만화책이 있다. 조금 이상하게 이야기가 빠지긴 하지만 꽤 재미있으므로 함께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쥬브나일 리믹스인만큼 주인공이 청소년으로 설정되어 있다.



  1. 현재 정확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다. <a href="http://ko.wikipedia.org/wiki/%EB%9D%BC%EC%9D%B4%ED%8A%B8_%EB%85%B8%EB%B2%A8" target="_blank">위키백과-라이트 노벨</a>을 참조할 것.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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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목부터가 왠지 묵~직 한데요 ㅎ
    소설은 자주 안읽지는 앞으로는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를 읽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 제목은 묵~직 한데 꽤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
      전 소설분야 편식이 좀 심한 편이에요^^;
      자연스럽게 스펙트럼을 늘려 나가고 싶은데 잘 안되네요 ㅜ_ㅜ
  2. 저도 그나마 읽는 소설이 일본소설인데,,
    그게 가벼운 문체덕분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 가벼움을 좋아하셔서 일본 소설을 찾는 분도 계시고
      가벼움을 좋아하지 않으셔서 일본 소설을 피하시는 분도 계시죠^^
      저는 사실 후자에 가깝습니다만, 이런 소설도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3. 저도 사실 소설은 조금 멀리하고 있네요.
    자기계발서, 컴퓨터 관련서적 쪽으로 주로 읽고 있습니다.
    이제는 소설도 좀 봐야겠네요.
    • 전 오히려 자기계발서는 전혀 손을 대지 않아요^^;
      저도 독서 편식이 조금 심한 편이라... 기회 닿으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4. 소설의 용두사미~ 시작은 거창하고, 한참 긴장감을 높히다가 마지막 결말은
    허무한...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통된 현상인가봅니다~
    • 소재를 필력으로 커버할 수 없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이지요^^
  5. 잠깐 눈팅하고 가려다 댓글입력창 그림이 너무 재밌어 글 남기고 갑니다. ㅋㅋㅋㅋㅋ 다른 내용의 질문이지만 혹시 댓글의 폰트 크기를 늘리는 방법 알고 계신가요? 정말 시원시원하고 보기 좋네요.
    • 그림이 한 건 했군요^^;
      댓글의 폰트 크기는 스킨 html/css 편집에서 style.css 부분의 .commentWrite textarea 부분의 font: 부분을 설정해주시면 됩니다.(스킨마다 조금 상이할 수 있습니다^^)
  6. 300여페이지의 책이군요...ㅎㅎ
    '마왕' 왠지 정말 쎄보이지만...
    마지막이 아쉬우셨다니... 밋밋한가봐요?
    • 다음 권이 있을 법한 기대를 하고 끝나버렸달까요..^^?
      하지만 다음권은 나오지 않았구요 :)
  7. 최근에 일본 소설을 읽은지 오래되었네요.
    마지막으로 읽은 일본 소설이 1Q84 시리즈였습니다.
    흥미있는 소재를 어떻게 풀어냈는지 궁금함이 생기네요
    • 1Q84도 정말 필력에 감탄한 소설이죠.
      마왕은 1Q84만큼은 아니지만 꽤 빠른 속도로 읽어나갈 수 있으실겁니다^^
      꽤 재미있어요:)
    • 마법고냥이
    • 2012.03.01 00:59 신고
    이거슨 반칙이다~
    냉정한 댓글 달아야는데 여행 중이라 생각할 여유가 없어ㅠㅠ(응?)
    • 우선은 여행 즐겁게 다녀오시고 냉정한 댓글 달아주세요 ㅎㅎ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ㅋ
  8. 저도 책을 가방에 꼭 챙겨서 다니는데,
    요즘은 정말 책읽을 시간 찾기가 힘드네요ㅠㅠ
    • 전 책을 넣어가지고 다니는데도 다른 일 하다가 새하얗게 잊곤 하네요^^;;
      책을 좀 많이 읽고 싶은데 말이죠 ㅜ_ㅜ
  9. 좋은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레뷰도 꾸~욱. 좋은 하루 되세요..^^*
    • 감사합니다^^
      다가오는 월요일 활기찬 한 주 되세요!:)
    • 햄톨대장군
    • 2012.03.04 15:51 신고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지금 전혀 기억나질 않네요 푸하하-
    • 복화술의 안도와 확률을 다스리는(?!) 준야가 형제로 나와서
      파시즘을 목표로 하는 이누카이를 저지하려고 하는 내용이었지요.
      꽤 신선한 독서였습니다 ^.^
    • 휴웋
    • 2012.09.04 18:49 신고
    만화로 먼저접하고나니 소설읽기가 망설여지더라구요 ㅎㅎ
    • 제 경우에도 만화를 먼저 읽고 책을 읽은 경우인데요.
      나쁘지 않아요. 어느 정도 무게감도 있는 게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