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오이가든> - 하드고어 원더랜드.

2011.07.13 07:30 Culture/- 책(Book)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책의 내용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오이가든
편혜영 지음, 문학과 지성사, 2005

하드고어적 공통점
  '편혜영' 소설은 하나의 공통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아오이가든> 역시 그 공통된 분위기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전작인 <사육장 쪽으로>에서부터 시작된 공통된 궤도는 이미 리뷰한 <재와 빨강>에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공통된 분위기라는 표현은 자못 추상적으로 비치지만, 이는 실제로 여러 가지의 요소가 축약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의 이름이 지워진 책 페이지 어딘가 '햇볕에 농익은 석류가 속을 내벌리듯 쥐가 더러운 회색 가죽 바깥으로 붉은 내장을 툭 터뜨리는' 광경이나 '질기고 더러운 냄새 나는 가죽이 연약한 뼈와 함께 씹히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면 지금 당신은 편혜영이 쓴 소설을 읽고 있다."라는 평론가의 평[각주:1]은 이러한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함축하는 말이다.

  이미 평론가가 지적한 것처럼 <재와 빨강>에는 전작의 편혜영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요소를 공통으로 안고 있다. 이를 나열해보면 다음과 같은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편혜영 소설의 공통점 ① - 잔혹성
  편혜영 소설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 공통으로 뽑을 수 있는 첫 번째는 잔혹성이다. 이미 위에서도 인용한 '붉은 내장을 툭 터뜨리는'과 같은 잔혹한 표현이 편혜영 소설에서 전반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비교적 작가의 초기작에서 볼 수 있는데, '고양이를 삼키고, 누이는 개구리를 낳고, 나는 다시 삼킨 고양이 일부를 뱉거나'(아오이가든), '어머니가 사온 금붕어를 발뒤꿈치로 눌러 터뜨리는 것'(누가 올 아메리칸 걸을 죽였나)과 같은 부분이 그렇다.

  작중 인물들은 여과 없이 잔혹성을 보여주고, 또한 그러한 잔혹성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에서 소설 특유의 그로테스크함이 두드러지는 효과를 낳는다.

편혜영 소설의 공통점 ② - 폐쇄성
  다음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폐쇄성이다. 소설에서 폐쇄성은 단순히 구체화된 공간으로써의 폐쇄성 뿐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적 정신적인 추상적인 층위에서의 폐쇄성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기본적으로 폐쇄성은 좁은 공간임과 동시에 현대인의 삭막함, 달절된 공간의 의미도 함의하고 있다.

  아오이가든에서의 바깥은 ‘무섭고 두려운 역병의 기운이 감도는 곳’[각주:2]이다.  그뿐만 아니다. '저수지'에서도 형제들이 있는 방갈로는 좁아터진, 그리고 밖에서 잠겨 있는 공간이며 '통조림 공장'의 공장장 그리고 박 군이 거주하는 사택 역시 거리가 떨어진 '좁은 독신자 숙소'이고, 그들이 담는 용기인 '통조림'도 역시 좁은 공간이다.

  이러한 좁은 공간인 아오이가든에서 누군가 벨소리를 누르는 것은 이웃들에게 부각되고 안좋은 일을 유발할 수 있는 ‘불운한’ 일이다. 이는 현대인의 삭막함이 단적이고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결국 이 불운한 일은 임신한 ‘누이’의 방문으로 이어지고 최종적으로 불운한 결과로 이어진다.

  폐쇄적인 환경의 출현으로 소설 속의 인물들은 이에 대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이 보이는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반응들이다. 인물 대부분은 폐쇄적 환경을 극복해나가려고 시도하기보다는 그 현실에 자신을 끼워 맞추려는 반응을 보인다.

  더 나아가려는 행동 대신 그 환경에 젖어들고 순응하는 패배적인 행동 양식을 따르는 것이다. 이 패배적인 행동양식의 최후는 비참하다. 썩어 문드러지거나 '추락'으로써 이를 해결한다.

  이는 주인공이 개구리와 함께 베란다 밖으로 낙하하는 것으로 보여준다. 아오이가든에서의 추락은 <재와 빨강>에서 조금 더 보강된 형태로,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같은 주제, 같은 이야기
  개인적으로 필자는 편혜영의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공통점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적었다시피 편혜영의 소설은 너무나 같은 주제를 같은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 같아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실제로 아오이가든에서도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인간 실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를 길게 풀면 <재와 빨강>이, 짧게 줄이면 <아오이가든>이 나오는 것이다.

  또한 너무 강렬하고 원색적인 표현탓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전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기괴한 표현만 부각되어 보일 수 있는 점 역시 아쉬운 점이다. 작가가 조금 더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1. 차미령, "재와 피로 덮인 얼굴" (『재와 빨강』, 창비, 2010) 238쪽.) [본문으로]
  2. 편혜영, 『아오이가든』, (문학과지성사, 2005) 41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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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영화 '청연'을 봤을 때 그런 느낌이었지.
    영화를 보고 나니 주제가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나고 머릿속에선 잔인한 고문장면만 무한반복되어서 거북했던...
    • 청연이라면.. 그 여성 비행사 이야기 말인가요?
      확실히 임팩트 있는 장면은 자칫 주제의식마저 말아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오호~ 좀 암울하군요.. 성도 특이한 편씨~
    혹시 여성작가 아닐까요? 보통 이런 분위기의 글은 여성작가에게서 흔히
    볼수 있던데..
    • 넵^^ 여성작가가 많습니다~
      특이한 성씨다 보니 조금 기억하기가 쉽더라구요:0
  3. 아주 독특한 스타일로 글을 쓴다는 것은 저도 알고 있었죠.
    요즘 책을 통 못 읽고 사네요. ㅠㅠ
    • 저도 영 일이 바빠서 많이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ㅜ_ㅜ
      자주 읽고는 싶은데 반성, 또 반성입니다^^;
      (이 책도 사실 오래전에 읽은지라..^^;;)
  4. 왠지 저한테는 어려울 것만 같은..ㅎㅎ
    워낙 책을 잘 안읽다보니, 강렬하고 원색적이면,
    보다가 더 안보게 되더라고요~
    • 원색적인 부분이 불편한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실제로 저도 이 작가의 책은 선뜻 손이 안갑니다^^;
    • 햄톨대장군
    • 2011.07.19 09:35 신고
    앗! 전 제목만보고 일본소설인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소설이군요.
    훔.. 선뜻 손이 안갈것 같은 느낌..이네용. 아하하하-
    • 네..ㅠ_ㅠ
      저도 <재와 빨강>을 통해서 읽어보긴 했는데, 주제보다는 표현에만 눈이 가서 조금 불편한 독서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