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밑줄긋는 남자>

과거에 적어두었던 책의 감상을 옮겨 둡니다.
현재 하고 있는 생각과는 차이가 있을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 책의 내용 포함되어 있습니다.

밑줄 긋는 남자(양장)
카롤린 봉그랑 지음, 열린책들, 2000

밑줄 긋는 남자
  소소한 즐거움도 즐거움이지만 책과 책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다. 프랑스 소설 특유의 번역도 약간은 낯설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문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의 정서와 조금 다른, 자유분방한 콩스탕스의 모습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밑줄긋는남자에 대한 미스테리가 큰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갈 수록 신비감이 줄어들며 후에는 존재감마저 줄어든다는 점. 그리고 역자의 잘못된 각주로 책 이해가 힘든 점.(시간의 혼동이 심하다.) '밑줄긋는'게 더 자주 나오지 않는 점이다. 하지만 소소한 이야기가 덧붙이고 덧붙여져 다 읽고 기분이 좋아지는 하나의 책이 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밑줄긋는' 그 행위가 좀 더 자세히 나오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은 작은 책.

(2008년 여름)



현재...
  대충 내용을 이야기하자면, 로맹 가리의 책을 좋아하는 콩스탕스(영어로는 콘스탄스, Constance)가 로맹 가리[각주:1]의 책만 안고 평생을 갈 수 없기에 도서관에서 이것저것 취향을 넓혀보려는 시도를 하다가, 어떤 낯선 책에서 의문의 밑줄을 발견하고 빠져드는 이야기다.

  문화생활의 동반자 쿠린양에게 추천을 받아서 집어든 이 책은 처음 읽었을 당시에도 상당히 늦으면서도 한편으론 적절한 선택이었다. 여기서 늦었다는 것은 읽은 시기가 출간된지 꽤 지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2000년이라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양장본의 출간이 2000년이고 그 이전은 1994년. 작가가 책을 출간한 시기는 1993년이다. 이미 10년이 훌쩍 넘은 시간.

  그래서 책에 담긴 분위기는 조금 낡은 느낌을 받는다. 지금과 같이 인터넷이 있지 않던 시대의 프랑스가 소설의 배경이다. 지금에서야 책을 고르는 것은 인터넷으로도 할 수 있고 그 책이 어떤 분위기이며, 어떤 평을 받고 있는지 클릭한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다. (그렇다, 지금 글을 읽고 있는 당신처럼!)

  그러나 조금 낡은 느낌이 세대의 단절에 이르는, 먼 시간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다만 짧은 시간 동안 우리가 이뤄낸 과학적 발전이 급격했을 뿐. 지금의 20대 이상이라면 이 시기를 지나왔다는 것을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의 적절한 선택이라는 것은, 이 책이 중심 소재로 가지고 있는 것은 책.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러한 책의 배경이 조금 더 미래가 되었으면 책의 사실성은 상당히 떨어졌을 것이며, 딱 적절하게 등장했다는 점. 그리고 그 책을 집어들었을 때가 현재라서 그 안에 담긴 '아날로그적' 감성을 맘껏 음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주인공 콩스탕스는 조금 엉뚱하고 철없어 보이는 20대이다. 로맹 가리를 너무도 사랑해서 그와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해보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어버리면 '끝이 나버리는' 것이어서 잠시 다른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기로 결심하는 아가씨다.

  지금와서야 느끼는 것이지만, 이 책에게선 칙릿의 냄새가 무럭무럭 난다. 그러나 칙릿은 아니다. 단지 문체가 조금 가벼울 뿐. 이 문체역시 위에 글에도 적혀있지만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여러가지 고전이 다양하게 등장해 자칫 무거워질 분위기를 계속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이 문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콩스탕스의 발랄한(?)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그녀가 하나하나 되짚어가는 과정, 그리고 벌어지는 주변의 일과 인물사이의 대화. 이를 평가하는 그녀의 어조가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유명한 책을 상당히 부드럽게 건드리고 있는 점도 놀라웠다. 책 안에서 언급되는 책은 물론 실제로 존재하는 책이며, 대부분이 고전이다. 물론 이 책들도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작가는 책과 책을 넘나드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에게 한가지 효과를 더 선사한다. 바로 독서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을 통해서 새로 접한책도 읽고 싶다고 느낀 책도 많다. 미리 말하건데, 마음의 준비는 하고 읽도록 하자. 문체가 가볍고 가벼운 소재로 쓰이고 있지만 각각의 책에 담긴 내용은 절대로 보통이 아니다.

  아무튼, 그녀가 가는 여정을 미소와 함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180쪽의 짧은 여행의 종착지에 도달한다. 그녀는 밑줄 긋는 남자를 만났을 것인가. 예측은 할 수 있으리라 믿지만, 결말은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되는 즐거운 책이었다.

  아, 마지막으로. 각주를 다 읽다보면 언젠가 호되게 당하게 되는 소설이라는 말도 덧붙여주고 싶다. 역자가 책 스포일러를 하는 책은 처음 봤다.


  1. 책에 있는 각주를 조금 인용하도록 하겠다. 로맹 가리Romain Gary(1914~1980).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소설가. 대표적 저서로 『하늘의 뿌리』(1956년 공쿠르 상 수상작)가 있다. 의문의 자살을 한 뒤 『자기 앞의 생』(1975년 공쿠르 상 수상작) 등을 쓴 에밀 아자르Emile Ajar와 동일 인물임이 밝혀졌다. 결국 그는 공쿠르 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작가가 되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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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에 대한 글을 쓰시는 책을 많이 접하니 좋을 것 같아요. 이번은 프랑스소설가의 책이네요.
    • 네~:) 젊은 작가라고 불린지 지금이 한 17년 가까이 지났으니
      이젠 어떤 작가일까요..^^; 작가의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2. 프랑스문학을 접한적이..
    군대있을때였던 것 같습니다.
    진짜 좋아했는데 말이죠.
    가장 좋아하던 작가이름이 생각이 안나네요.. 흐음... (고민중)
    • 프랑스작가의 책도 한때 많은 인기를 얻었던 적이 있지 않았었나요^^?
      저는 프랑스 작가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정도밖엔 기억이 안나네요..^^;;
  3. 프랑스소설까지~~대단하세요~~ 근데요즘 티스토리 예약발행이 안되는것 같아요 ㅠㅠ
    • 그러게요.. 한 사흘 째 안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ㅜ_ㅜ
  4. 이름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처음 접하고 있습니다. ^^;
    '밑줄 긋는 여자' 였으면 진작에 봤을지도 모르겠어요. 하핫

    조만간 부담없이 접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네요. 서평 잘보고 갑니다. ^^
    • '밑줄 긋는 여자'라는 책도 있긴 합니다^^; (저번에 언뜻 봤는데 우리나라 작가의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5. 역자가 책 스포일러를 하는 책ㅋㅋㅋ 아 엄청나군요 ㅋㅋ
    갑자기 책로그도 써보고싶어졌어요. 어쩔까요 이 주책 -_=;ㅋㅋ
    • 뭐랄까.. 상당히 무시무시한 역자였죠..(!)
      책로그..(!) 서평도 써주세요~ 점차 스펙트럼을 늘리셔서 저희 함께 잡 블로그가 되는 겁...(...^^;;)
    • ㅋㅋ 이미 주제가 정해지지 않은 블로그를 지향(?)하고 있으니, 못할게 없습니다 ㅋㅋㅋㅋ
    • 그럼 과감히 질러주세요!:D
      저도 이미 손댈건 다 손대고 있습니다!(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