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더 라인> - 힘이 부족한 직구

2011.07.11 07:30 Culture/- 연극(Drama)
본 리뷰는 위드블로그(Withblog.net)의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작성된 리뷰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더 라인

김민정 작, 서지혜 연출, 2011



  레이니아입니다. 여태껏 수차례 응모하였지만 매번 탈락의 고배를 마시던 위드블로그에서 모집한 연극 체험단에 당첨... 아니 선정되어 연극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레뷰를 제외하고 어딘가에서 지원을 받아 연극 관람은 처음이라 꽤 신선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연극 <더 라인>을 관람하기 위해 초연시간을 찾아 대학로에 있는 설치극장 정미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설치극장 정미소의 모습입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초대권을 수령받고 기다리다가 줄을 서서 입장하였습니다. 자유석이라서 그런지 문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후다닥 줄을 서야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는데요. 왜 굳이 자유석 시스템을 도입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맘편히 연극보고 싶은데 줄서서 기다려야하는 상황이 그다지 달갑진 않더군요.

(무대의 모습입니다.)


  그럼 연극평을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 외딴 시골 마을, 감자로 밀주를 만들어 파는 집은 오늘도 흥겹게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닥친 외교관 둘. 이 들이 가져온 소식 때문에 벌어지는 한 가족의 우습지만 웃을 수 없는 이야기. <더 라인>이다.

  <더 라인>은 말그대로 ‘선(The Line)’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선은 공간과 공간을 나누는 선이다. 즉, 국경선으로써 한 가족의 집을 정 가운데로 갈라버린 선은 실제로는 노란색 테이프를 붙인 것에 불과하지만 그 행위로 인해 이쪽과 저쪽의 경계가 생기고 이쪽과 저쪽의 다름을 가져온다. 설령 그것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한 지붕아래 두 나라가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상황은 우습다. 이는 서러움이 없는 나라 서쪽나라의 국경수비대와 동화 같은 동쪽나라 국경경비대가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집에 배치되면서 우스움은 커진다.

  같은 집에서 화장실을 갈 때 국경 통행증을 지참하고 출국/입국 목적을 밝히는 등 절차를 밟아야 한다든지, 화장실에 휴지를 가져가는 것도 세금을 떼거나 멋대로 선을 넘어간 휴지는 귀순을 해야하고 상대방은 그걸 사살해야하한다는 국경을 지키는 사람들의 쓸데없이 완고한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또한 서류상으로는 전쟁통에 죽은 것으로 기록된 할아버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국경선 따위는 아랑곳않고 드나들며 치매끼가 있어 국경 수비대, 경비대를 자신의 두 아들로 착각하고 대하는 행동 역시 웃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는 단순히 웃을 수 만은 없는 일이다. 연극 내에도 소개가 되어있지만 크고작은 전쟁이 발발하였고 이번이 58번째 휴전협정이라고 한다. 즉, 58번의 전쟁을 겪은 두 나라의 경계선이 집 한가운데 그어져있고 군인들이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휴전이 끝나는 순간 어떠한 결과로 돌아올지는 자명하다. 비극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더 라인>은 솔직한 연극이다. 여기서의 솔직함은 지난 <훈남들의 수다> 등의 연극에서 드러나는 민감한 소재에 대한 솔직한 담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더 라인>의 솔직함은 주제의식에 대한 솔직함이다. <더 라인>의 상황 그리고 이를 통해 하고픈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지금 우리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한 나라가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갈라져서 통행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비극적인 일이다. 즉, ‘이 비극적인 일을 한걸음 멀리 떨어져서 보자.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라는 이야기를 연극은 하려고 한다. 한 집에 사는 가족을 통해서. 이는 무척 상징화된 요소가 적은, 야구로 따지자면 직구를 쭉하고 던지는 것이다.

  한가지 더있다. 서류가 사라진 미국적의 노인도 국적 정체성을 따질 수 없으나, 임신한 엄마 밑에서 태어난 아이. 이 아이를 낳는 과정에서 그 순간만큼은 동과 서가 하나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대사. “이 아이는 복수국적자에요.” 이는 이러한 분쟁을 와해할 수 있는 다음 세대로서의 아이로 태어난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더 라인>은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필요없는 사족이 조금 끼어있었기 때문인데, 단적인 예로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다. 치매끼가 있는 할아버지가 천둥이 치는 날 발작을 하는데 사위도 못 알아보고 목을 조른다. 한참만에 정신이 돌아와서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이다.

  회상은 무척 슬프고 그로 인해 동과 서의 군인이 암묵적으로 화해를 하는 계기가 되긴 한다. 허나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이 무서워서 숨어있었다는 내용이 왜 등장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많이 생각해서 ‘전쟁은 누구에게나 무섭고 슬프다.’를 표현하는데 사용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전체 연극의 주제와는 동떨어진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중간중간 땅을 파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정말 당혹스러웠다. 웃기고 싶어서 넣은 부분인지 아니면 배우의 활동량이 적어서 넣은 부분인지 모를정도로 무슨 의도로 넣었고 또 왜 저러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심정적으로 공감도 무엇도 느끼지 못했고 ‘도대체 왜 저러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결말이 무척 아쉬웠다.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는 것까진 좋았으나 갑작스러운 분위기의 급반전은 관객입장에서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부분이었다. 마지막 장면은 인상깊었다. 모두가 쓰러진 집, 집을 가로지르는 노란색 선과 조명 한가운데 쓰러진 엄마. 그리고 엄마의 품에 안겨 우는 아기... 그러나 이 마지막 장면은 불필요한 사족이라는 생각이다.

  마지막 장면이 그래도 희망의 씨앗(다음세대)은 남아있다를 어필하는 것일지도 모르나, 이는 여태 진행해온 방향과 동떨어진다. 직구로 날아오다가 급작스럽게 변화구로 바뀌는 느낌이랄까? 솔직한 주제를 감추려고 하는 것일지는 모르나 오히려 이 결말 때문에 전체적인 연극의 완성도가 허투루 보인다는 점은 문제다. 마치 중간까지 잘써놓고 이 결말을 넣고 싶어서 스토리를 우겨넣는 것 같은 모양새다.


  그 외에도 연극을 보면서 연극 외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보다도 ‘음향’이었다. 음향으로 크게 딴지 거는 일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은데, 정말 진심으로 너무 시끄러웠다!

  첫 장면에서 음악에 맞춰 인물들이 나누는 대사는 음악에 묻혀 들리지도 않았다. 또한 전체적인 음향이 시끄러워서 귀가 먹먹한데 동과 서쪽 나라 군인들이 호루라기를 온힘을 다해 삑삑 불어대는 통에 귀가 아파서 자리에 앉아있는게 무척 힘들었다. 당장에라도 뛰쳐 나가고 싶었고 ‘내가 왜 앉아서 이런 고문을 당하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다. 그 외의 효과음부터 배경음까지 정말 너무 시끄러웠다. 연극을 보고 나와서 귀가 먹먹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명을 느낀 연극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관람한 날이 초연이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정말 빨리 수정되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다소의 단점이 있지만 분명 <더 라인>은 직설적이고 솔직한 연극이다. 배우들도 호연했다고 생각하며 웃을 수 있는 소재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필요없는 부분을 좀 더 덜어내고 그 솔직함과 직설적인 부분을 시원하게 살렸으면 연극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1. 저도 위드블로그를 통해 연극 좀 보러 다녔는데,
    함량 미달인 작품들이 너무 많아서 끊었습니다.

    역시 괜찮은 건 돈 주고 봐야 겠더라고요. ^^;
    • 새삼 공감하게 됩니다^^;
      그래도 간간히 특이하고 다양한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점은 체험단의 매력인 것 같아요.
      (물론 퀄리티는 일단 기대 하지 않게 되는 습관이 생겨버렸습니다만^^;)
  2. 레이니아님, 연극보고 오셨네요,
    저도 간만에 연극한편 보고 왔는데,,,

    레이니아님의 리뷰만으로도 그 분위기가 충분히 예상되는 연극이예요,
    현실을 반영한, 가볍지 않은,,,
    • Julie 님께서도 연극 보고 오셨군요:) 무슨 연극을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요즘 다시 이런 저런 기회와 약속이 생겨서 문화생활의 빈도가 조금 올라갔네요^^
  3. 흠... 주제의식은 참 좋은데...
    리뷰만으로도 왠지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군.
    •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는 연극이었어요:)
      일관되지 못한 점이 제일 아쉬웠던 것 같아요~
    • 리어
    • 2011.07.11 11:38 신고
    연극은 돈을주고 보는게 정답이겠죠 ᆢ첫공연날은 여러가지 이유로 문제가 발생되기도 하고요ᆢ
    • 맞습니다^^; 입맛대로 맞는 연극 보려면 돈주고 보는게 제일이지요~:)
  4. 정미소 극장, 예전에 찾았던 기억이 나네요.
    레이니아님 혹시 전에 여쭤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보기 폰트 키우는 법 알게 되셨나요? ^^
    • 어이쿠, 제가 말씀드린다는 걸 잊고 있었네요^^;
      제 경우에는 카테고리 다른 글 보기를 소스를 사용해서 이동을 한 케이스인데요. 그래서 전체 글에 입혀놓은 글씨크기 조정이 적용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것만 따로는 저도 확실하게 도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카테고리 이동 가능한 소스는 http://tiramisuday.tistory.com/44 를 찾아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5. 왠지 내용이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한 면도 있네요~~
    시끄럽지만, 그래도 내용을 보니, 은근히 볼만할 것도 같아요
    • 제 개인적으론 아주 대놓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프로그램에도 그런 의도가 보이더라구요. (결과적으로 로사아빠 님께서 제대로 짚으신 겁니다!^^)
      중간중간 웃긴 장면도 있고... 소리만 좀 조절되면 볼만한 연극인 것 같습니다^^
  6. 배우들의 대사가 음향이 묻힐 정도면 관계자분이 음향에 대한 부분은 고려해야 겠어요.
    • 초연이라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조금 조절이 되겠지요^^?
  7. 위드블로그 체험단 선정되셨군요...
    좋은기회시네요...
    저는 이번에 OST 선정되서 일단 받아보고 감상해보려고요 ㅎ
    • OST가 선정되셨군요:)
      전 음악을 듣는 걸 좋아하지만 이걸 풀어낼 재주가 없어서 OST는 신청하지 못하겠더라구요^^ 리뷰 기대하겠습니다.:D
  8. 우와 좋으셨겠어요~
    극장에 안가본지가 너무오래되어 님이 너무 부럽네요~
    음향만 제대로였다면 더 좋았었겠죠^^
    • 그러게요^^ 그러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차가족 님께서도 꼭 극장 데이트(!?) 성공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_+
  9. 우와~ 또 연극 보셨네요? 제가 영화보는 횟수만큼 레이니아님은 연극을 보시는듯
    합니다. 부럽네요... ^^;
    • 올해들어선 연극이 많이 줄었다 싶었는데, 최근들어 이래저래 기회가 생기네요^^
      다양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행복합니다^^;
  10. 문화생활 즐겁게 하셨네요 ^^
    잘 보고 갑니다 ㅎㅎ
  11. 음향이 상당히 중요한 효과인데 음향이 좋지 않았다고 하니.
    빨리 시정되었으면 좋겠네요. ^^
    레이니아님의 공연 리뷰는 늘 제가 그 곳에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생생 합니다. ^^
    • 수정되었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 언제나 버섯공주 님의 과분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