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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가능성을 넓힌 카메라, 소니 RX0와 RX10 IV의 첫인상

레이니아 2017. 10. 24. 06:30


  소니의 RX 시리즈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많은 분께서 아시는 스테디셀러 카메라입니다. 저 역시 RX100의 가장 첫 번째 제품을 구매해 아직까지 가끔 쓰고 있는데요. RX100의 출시와 함께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정도라고 하네요.


  이 RX 시리즈의 새로운 제품이 첫선을 보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메라 RX0,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RX10 IV이 그 주인공입니다. 어떤 카메라인지 첫인상을 살펴봤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메라, RX0


  RX1이 가장 작은 풀프레임 카메라, RX10이 올라운드 카메라, RX100은 작지만 강한 콤팩트 카메라의 가치를 내세웠다면, 새롭게 선보인 RX0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카메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RX0의 크기는 59 x 40.5 x 29.8mm에 불과합니다. 무게는 95g인데요. 소니의 설명을 빌리자면 'DSLR 한 대를 들고 가는 것보다 RX0 다섯 대를 들고 가는 게 가볍다.'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작지만 강력한 카메라입니다. 성능 말고, 내구성이요. 항공기의 부품 재료로 활용하는 알루미늄 합금 중 '듀랄루민'이라는 금속이 있습니다. RX0는 이 듀랄루민보다 경도가 높은 초고 듀랄루민(ESD)을 이용해 제작했습니다. 1mm 단위의 정밀한 조립과정을 거쳤다고 하네요.




  덕분에 2m 낙하 충격, 200kgf의 무게를 견딜 수 있습니다. 수심 10m 방수를 지원하고요. 이만하면 웬만한 액션캠 이상의 내구성을 갖췄다 하겠습니다.


  성능도 사실 강력합니다. 이 작은 크기에 1인치 센서가 들어갔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적층형 1,530만 화소 EXMOR RS CMOS 센서가 들어갔습니다. 1인치 센서는 RX100, RX10에 들어간 센서의 크기와 같습니다. 


  여기에 소니가 제작한 비온즈 X(BIONZ X) 프로세서와 자이스(Zeiss) 테사 T* 24mm F4 광각렌즈를 탑재했습니다. 센서, 프로세서, 렌즈까지 모두 소니가 제작하고 밸런싱 작업을 맡아 최고의 시너지를 내게끔 설계했다고 합니다.




  이만하면 액션캠에 가깝다고 생각하실 텐데요. 그래도 RX0는 일단 '카메라'입니다. 그것도 꽤 뛰어난 카메라요. F4 고정 조리개, 24mm 단렌즈를 탑재했습니다. 조리갯값이 조금 더 밝았어도 좋겠다 싶지만, 실제 테스트 촬영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상 머신으로도 손색없습니다. 기본적으로 FHD급 영상 촬영을 지원합니다. HDMI 레코더를 연결하면 비압축 4K 영상촬영까지 지원한다고 해요. 법적인 문제로 제한이 걸린 29분 남짓의 영상 촬영 시간제한도 RX0에는 없어 액션캠처럼 써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대신 손 떨림 방지 기능이 들어있지 않아 안정적인 영상촬영을 원하신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셔야겠습니다.




  오히려 RX0의 진가는 멀티카메라입니다. 여러 대의 RX0를 유무선으로 연결해 촬영할 수 있는데요. 960fps에 이르는 슈퍼 슬로모션 비디오 촬영을 이용해 영화 '매트릭스'에서 볼 수 있었던 불릿 타임(Bullet Time) 영상이나 타임 슬라이스(Time Slice)를 쉽게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타임 슬라이스를 촬영하기 위해 여러 대의 카메라를 설치한 것을 보았습니다. 당시엔 삼성 NX500을 수십 대 늘여놓고 사진을 찍었는데요. RX0를 여기에 이용하면 비슷한 퀄리티의 성능을 구현하면서 부피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RX0는 다양한 화각, 참신한 화각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은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결과물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입니다.


  아쉬운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LCD 스크린이 작아서 짐작은 했으나 터치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 건 우선 아쉽습니다. 그리고 전원 버튼을 짧게 눌러도 쉽게 전원이 꺼져버리던 것 같은데, 설정으로 조절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손으로 잡기에 부족한 공간도 아쉽고요. 손 떨림 방지의 부재도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99만 9천 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네요. 소니도 이런 단점을 인식하고 있어서인지 다양한 액세서리도 개발 중이라 밝혔습니다만, 2018년 상반기에나 윤곽을 드러낼 듯합니다.


  액세서리 가격도 생각해봐야겠고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 RX10 IV


  RX10은 상대적으로 RX1이나 RX100만큼 뛰어난 개성이 없어서 빛을 못 본 제품입니다. 처음엔 뛰어난 화질을 선보였는데요. RX10 II부터 초망원 화각을 흡수해 이번엔 무려 24mm에서 600mm에 이르는 초망원 화각을 갖췄습니다.



|600mm와 24mm는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기존 슈퍼줌렌즈는 망원화각으로 갈수록 화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RX10 IV는 센서와 렌즈의 설계를 통해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는데요. 그래서 광각부터 초망원까지 쓸 만한 화질을 갖춘 카메라가 됐습니다.


  이번으로 네 번째 버전을 맞은 RX10 IV. 가장 큰 특징은 '속도'입니다. 소니의 플래그십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9의 주요 특징을 흡수한 덕분인데요. a9의 DRAM 적층형 이미지 센서를 탑재한 게 대표적입니다.




  일반적인 이미지 센서는 화상에서 보이는 시각 정보를 전자 데이터로 바꾸는 센서가 있습니다. DRAM 적층형 센서는 이 위에 메모리를 바로 한 겹 씌운 건데요. 데이터가 메모리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 이미지 처리 속도를 5배 가까이 끌어올렸습니다.


  여기에 RX10 IV는 기존 센서 테두리에 있던 위상차 AF 센서 또한 이미지 센서 위에 한 겹 덮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그래서 화면 65%에 이르는 315점 하이브리드 AF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래서 구현한 AF 속도는 0.03초. 이만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카메라라 할 만하네요.


  동체 추적 능력도 향상돼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히 촬영할 수 있습니다. 풀트래킹 모드에서 초당 24연사를 지원하고요. 최대 249장까지 연속으로 촬영할 수 있습니다.


  RX10 IV를 들어봤습니다. 조리개는 가변 조리개로 F2.4에서 F4까지 바뀝니다. 이리저리 만져봤는데 F2.4인 구간이 생각보다 짧은 건 조금 아쉬웠습니다. 크기는 DSLR에 필적하는 크기라고 조작감도 비슷해 조작에 큰 무리는 없었습니다.




  렌즈에 조리개 링이 있어 조리갯값을 바꿀 수 있습니다. 줌 링도 있어 줌도 조절할 수 있는데요. 24mm에서 600mm까지 조절하려면 몇 바퀴를 쉬지 않고 돌려야 하므로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둘째 손가락을 올리는 셔터 앞에 레버가 있으니 이를 통해 조절하는 게 낫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생각이 드네요. 둘 중 하나는 섬세한 조작을 위해서 속도를 내버려 둔다 하더라도 뭔가 빠른 속도로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할 듯합니다. RX10 III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던 것 같은데, 아쉽네요.



|저 까마득한 거리를 코앞에서 보는 것처럼 잡을 수 있습니다.


  막상 600mm가 와닿지 않는데, 직접 체감해보면 상당한 거리를 당길 수 있습니다. 초망원이다 보니 손의 잔 떨림, 호흡에 따라 화면이 춤을 추지만, 강력한 손 떨림 방지 기능과 함께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면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드래그까지 지원하는 터치 LCD를 탑재했습니다. 소니가 터치 LCD에 상당히 인색한 점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조치네요.




  4K 영상 촬영을 지원합니다. 960fps 슈퍼 슬로모션 또한 지원하고요. 그래서 영상 촬영용으로 선택하시는 분도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망원에서는 흔들림이 심하므로, 핸드헬드 상태로 촬영은 어려울 것 같네요.


  올라운드 플레이어답게 어떤 곳에서든지 충분한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인치 센서의 태생적 한계, 그리고 굼뜬 줌 속도 같은 자잘한 문제는 아직 아쉽지만요. 그리고 219만 9천 원이라는 가격도 쉬운 허들은 아닌 듯합니다.




  소니가 새롭게 선보인 RX0와 RX10 IV. 명성 있는 RX 시리즈의 후속답게 뛰어난 만듦새를 갖췄습니다. 제품을 보면서 참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막상 돌아오면서, 그리고 지금 글을 정리하면서 느낀 점을 적다 보니 뭔가 하나씩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은 차치하더라도 RX10 IV는 '단 하나의 사진기'로 선택하기엔 센서의 태생적 한계가 걸리고요. RX0는 하나의 카메라를 쓰기보다는 멀티 카메라 운용 시에 빛을 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두 카메라는 기존 카메라 시장을 흔들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특히 RX0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기존 액션캠 시장을 새롭게 위협할 강자가 아닌가 싶은데요. 액세서리가 충분히 갖춰진 후에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여줄 듯합니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두 카메라를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