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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카메라의 재발견. 캐논 뉴 오토보이를 만나다.

레이니아 2017. 10. 31. 06:30


  그러니까 지난번에 소개해드린 야시카 뉴스 때문에 모든 일이 벌어졌습니다. 야시카 뉴스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구 야시카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을 복원한 디지털 바디를 킥스타터에서 런칭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집에도 필름 카메라가 한 대 있었다는 생각이 기억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주말, 가만히 있던 집안을 들쑤셔 필름 카메라를 마침내 찾아냈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카메라를 간단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오래된 카메라를 만나다.

  제게 있어 옛날 카메라는 '손대기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제가 잘 다룰 줄도 몰랐거니와 '비싼 기기'라는 인식이 든 이후에 쉽사리 만질 수 없었거든요. 하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뭔가 독특한 냄새', 그리고 셔터를 누를 때 들리는 '우렁찬 소리'였습니다.




  기억을 되짚어 카메라를 찾았는데, 가장 최근에 언제 썼는지도 기억에 남지 않았더라고요. 대신 겉으로 보이는 상태는 무척 깔끔했습니다.


  카메라 외관을 보고 인터넷에서 이리저리 찾아봤더니 캐논의 '뉴 오토보이' 혹은 '오토보이3'라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찾아봤더니 무려 89년에 정식 출시한 제품이더라고요.




  캐논에서 출시했고, 이후에 금성(GoldStar)에서 수입해 금성 로고를 박아 판매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희 집에 있는 건 캐논에서 직접 들여온, 이른바 '직구' 제품이었습니다.


  출처를 확인해봤더니 당시엔 해외여행 제한이 있던 시절이라, 업무차 일본을 다녀오시는 분께 부탁해 전달받았다고 하네요. 당시에도 꽤 비싼 카메라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15만원 정도 주셨다는 것 같아요.




  상단에는 카메라 상태 창과 설정 키, 그리고 셔터 등 조작부가 있고 전면에는 렌즈와 줌 버튼이 있습니다. 후면에는 뷰파인더와 전원 버튼이 있네요. 전체적인 구성은 단순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동카메라서일까요?


  요새 필름 카메라 열풍 하면 수동 카메라, 이를테면 니콘 FM2 같은 제품을 떠올리시겠지만, 이런 자동카메라가 확실히 찍기는 편해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제가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을 것도 아니고, 필름 카메라가 생긴 김에 한 번 써보고 싶은 흥미차원으로 접근했으니까요.



배터리를 갈아주고...

|산요 배터리도 오랜만이네요.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탓인지 켜지지 않았습니다. 내부 배터리가 방전돼서로 알고 카메라에 들어가는 2CR5 배터리를 주문했습니다. 2CR5라는 규격도 생소했는데, 아직 인터넷에서 주문할 수 있더라고요.




  가격은 배송비까지 포함해 5천원 남짓 썼습니다. 주문 후 배터리를 갈아줬는데요. 배터리를 가는 방법도 조금 복잡하더라고요. 배터리를 자주 갈아줄 필요가 없었던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래 레버를 젖힌 후 뾰족한 물체로 아래 홈을 눌러주면서 커버를 당기면 커버가 벗겨지고 배터리를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의 '뭔가 독특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아마 제가 느꼈던 냄새는 배터리에서 나는 냄새였나 봅니다.




  배터리를 바꾸니 상단 액정에 불이 들어오더라고요. 설정 버튼을 눌러 날짜를 바꿔줄 수도 있었습니다. 들어있는 필름도 정리하고, 새 필름도 넣어 사진을 찍어보고 싶었기에 곧바로 전원을 켰습니다. 그런데... 켜지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수리하다.

|소리는 나지만, 렌즈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전원을 누르니 '짤깍'하고 미세한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과거 켤 때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렌즈 경통이 튀어나오지 못하고 짤깍 소리만 들린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렌즈 모터부가 틀어졌거나 뭐가 안 맞는다는 건 알 수 있었죠.


  카메라 수리를 맡겨보기로 하고 필름 카메라 수리점을 찾아보는 등 며칠을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필름 카메라 수리에도 바이럴이 있더라고요. 한 사람이 몰아 찍은 사진을 나눠쓴 느낌과 대동소이한 내용. 그리고 관련 없는 카테고리의 글이 흩뿌려진 블로그...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찍을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남대문 근처에 갈 일이 있었고, 다른 일도 보면서 충무로에 있는 카메라 AS 센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인터넷으로 찾아봤을 땐 이런 카메라 AS센터가 종로 쪽에 주로 있어 충무로에서는 찾기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여기에 동행했던 분께서 사진을 업으로 하시는 분이라 알음알음 찾아다 주신 덕분에 충일 카메라 AS센터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가서는 경황이 없어서 사진도 제대로 못 남기고 왔네요. 카메라를 보시더니 '오랜만에 보던 카메라' 하시곤 이내 '필름부터 제거해보자' 하시곤 필름을 제거하셨습니다.



|이제는 찾을길 없는 코니카 센츄리아 100 필름


  필름에 빛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런 용도의 주머니에 넣고 몇 번 만져보시더니 필름을 깔끔하게 정리하시더라고요. 그러더니 카메라가 제대로 동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진기를 보관하면서 생긴 충격 등으로 필름이 걸려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공임조차 받지 않으시고 무료로 해주신 덕분에 그냥 카메라만 덜렁 들고 나왔는데요. 얼떨떨하게 나오느라 제대로 인사도 못 한 것 같네요. 글로나마 인사를 남겨둡니다.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다.


  새로 산 후지필름 C200 필름을 넣었습니다. 자동카메라라서 큰 문제 없이 필름을 끼울 수 있었어요. 그냥 롤 근처에 필름 끝만 닿게 한 다음 뚜껑을 닫으면 되니까요. 필름이 잘 고정되고, 상단 액정에 선명하게 카운트가 표시됐습니다.


  자동카메라라 측광도 카메라가 알아서 하고 플래시도 알아서 터뜨립니다. 다행히 플래시는 버튼으로 플래시 끔, 자동, 강제 발광 모드를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첫 사진은 반 셔터에서 셔터로 이어지는 느낌이 익숙지 않은 바람에 대차게 실패했습니다.




  캐논 뉴 오토보이 상단에는 몇 가지 버튼이 있습니다. 가장 왼쪽 버튼은 필름을 자동으로 감는 버튼으로 필름을 제거하려면 이 버튼을 뾰족한 거로 눌러주면 됩니다. 필름이 걸려있을 땐 이 버튼도 먹지 않았어요. 그 위에는 플래시 조절 버튼입니다.




  그다음은 SELECT와 SET 버튼으로 날짜를 조절할 때 씁니다. 배터리가 방전된 터라 다시 배터리를 넣으니 89년 1월 11로 고정됐더라고요. 버튼을 눌러 현재 날짜로 맞춰놨습니다. 그러고 보니 새삼 벌써 2017년이네요.


  DATE와 CAPTION은 사진 아래 들어가는 문구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DATE 버튼을 누르면 앞서 설정한 날짜가 사진 오른쪽 아래 들어가고요. CAPTION을 누르면 정해진 5개 문구 중 하나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구가 새삼 아련돋네요.


  I Love you부터, Thank you, Happy Birthday, Congratulations, Merry Christmas의 5가지 문구가 있습니다. 이 기능 덕분에 일본에 소개할 때는 '당신의 기분을 전하는 카메라'라는 멘트가 붙기도 했다네요.




  그 오른쪽에는 타이머 버튼(10초)이, 그리고 마지막은 셔터 버튼입니다. 제일 왼쪽에 빨간 버튼을 누르면 리모컨이 분리되는데, 이 리모컨을 통해 멀리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 몇 번 썼던 기억이 나네요. 무려 현재도 캐논 카메라에서 일부 작동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요새 C200 필름으로 사진을 몇 컷 찍어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디지털 바디로 찍을 때보다 시간을 들여서 찍게 되네요. 제가 배운 게 얕아 구도에 더 집중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떤 사진이 나올까 두근거리는 마음은 남아있습니다.


  36컷인 필름을 모두 쓰려면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전 카메라에 있던 필름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이는 제가 현상을 맡기면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추억의 한 조각을 음미한 느낌이네요.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