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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WH-1000XM3의 첫인상 -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의 대장을 꿈꾸며

레이니아 2018. 9. 24. 06:30



작년 이맘때 선보인 소니 WH-1000XM2를 기억하시나요? 주변의 소리를 귀신같이 잠재우는 강력한 노이즈 캔슬링을 자랑하는 기기였습니다. 저도 MDR-1000X를 쓰다가 WH-1000XM2로 냉큼 갈아탄 전력이 있는 기기입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소니는 1000X 시리즈의 3번째 제품. WH-1000XM3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방송통신기자재등의 적합성평가'에 WH-1000XM3로 추정되는 제품이 보이기도 했었고, 동시에 WH-1000XM2가 갑자기 오만 행사를 다 하길래 '슬슬 신제품이 나오려나...'했는데, 정말 귀신같이 공개가 됐네요. 오늘은 이 제품의 첫 이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달라진 디자인


소니 WH-1000XM2와 WH-1000XM3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는 디자인이 아닐까요? 전체적인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요소요소가 꽤 많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재질감을 꼽을 수 있겠네요.




MDR-1000X만 하더라도 유닛 위를 진짜 가죽으로 덮었었는데, WH-1000XM2에서는 플라스틱으로 가죽 흉내를, 그리고 WH-1000XM3는 완전한 플라스틱이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소면서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이제는 그냥 헤드폰과 같은 느낌이네요.


소니는 달라진 재질의 이유를 '조작성'으로 꼽았습니다. 가죽 느낌의 재질이 터치 인터페이스와 잘 맞지 않았다는 것이죠. 소재가 달라지면서 소니가 말하는 것처럼 부드러운 조작, 정확한 조작이 가능해지긴 했습니다.


외부에서 헤드폰을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디자인의 호오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습니다. 디자인은 어차피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달린 문제이므로, 판단은 읽는 분께 맡겨야겠네요.




버튼의 디자인도 살짝 바뀌었습니다. 유광 버튼이 새롭게 생겼는데요. 기존에는 헤드폰과 좀 더 일체감을 주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조작성을 강화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튼의 개수는 2개로 WH-1000XM2와 같습니다. NC/Ambient 버튼을 길게 누르면 개인별 최적화를 시작하는 것도 같네요.


전원 공급을 USB 타입C로 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소니는 하반기부터 출시할 모든 제품의 전원 공급을 USB 타입C 단자로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점차 USB 타입C가 대세가 되는 흐름을 볼 수 있었습니다. WH-1000XM3에는 고속 충전 기능을 넣어 10분 충전으로 5시간을 쓸 수 있다고 합니다. 완충에는 3시간이 걸리고, 완충 후엔 30시간을 쓸 수 있습니다.




색도 아주 소폭 달라졌습니다. 골드/블랙의 두 조합이 실버/블랙으로 바뀌었네요. 로고 부분이나 헤드 마이크 부분 등 일부를 고급스럽게 마감했다는 점도 있지만, 크게 와닿진 않았습니다. 아, 접는 방식도 바뀌어 시존 방식에 더해 폴더블 방식으로 접을 수도 있게 됐네요.




달라진 착용감


개인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착용감이었습니다. 소니 WH-1000XM2가 나왔을 당시, 강력한 ANC 기능은 모두 이해했으나 소니의 음향적 특성, 그리고 착용감이 타사 제품보다 뒤진다는 이야기도 있었거든요. 음향적 특성이야 개인 취향이라 논할 바 없으나, 착용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확실히 착용감은 개선됐습니다. 소폭 줄어든 무게는 당장엔 큰 차이가 없지만, 머리 위에 쓰는 물건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피로도에는 큰 차이가 나리라 생각합니다. 헤드 밴드가 슬림해진 것도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네요. 정수리로 집중되던 무게가 분산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가장 큰 변화는 하우징일 텐데요. 하우징 내분의 귀가 닿는 부분을 넓고 깊게 설계해 귀가 눌리는 일을 막았습니다. 하우징 내부 재질도 우레탄 폼 이어패드로 바꿔 압력을 완화했고, 유닛의 좌우, 상하 각도 조절 폭이 달라져 누르는 부분이 사라졌습니다. 덕분에 폴더블로 접히기도 하고요.




다른 건 몰라도 착용감은 정말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디자인 때문에 별 감흥 없던 제가 몇 번 써보고 나니 착용감 때문에 교체를 고려할 정도로요.



QN1 프로세서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어쩌면 소니 WH-1000XM3의 가장 중요한, 노이즈 캔슬링. 이 노이즈 캔슬링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QN1이라는 프로세서와 함께 더 강력한 소음 차단 기능을 갖췄다고 합니다. QN1의 기능을 살펴보기 전, 노이즈 캔슬링을 다시 한번 조금 살펴보면요.


우선 노이즈 캔슬링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이 그것인데요. 패시브 노이즈 캔슬링은 귀를 덮어 외부와 차단해 소리를 막는 것으로... 사실 이건 마케팅 용어, 그러니까 말장난에 가깝다고 봅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은 전자적으로 소음을 차단하는 기술인데요. 주변의 소음을 마이크로 듣고, 이와 반대되는 파형의 소리(역위상)를 내보내 소리가 서로 상쇄되도록 하는 게 기본 원리입니다. 따라서 뛰어난 노이즈 캔슬링 성능을 내려면 소리를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 반대되는 파형의 소리를 내보내 줘야 하죠.




바로 이 기능을 QN1 프로세서가 담당하게 됩니다. QN1 프로세서의 유무에 따라 처리 능력이 약 4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소니가 자신 있게 '소음을 사라지게 하는 헤드폰'이라고 소개하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WH-1000XM2에서 압도적이었던 성능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소리네요.


하지만 WH-1000XM2에서 노이즈 캔슬링만 바라보고 상위 모델로 굳이 넘어가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행사장에서 들었던 WH-1000XM3의 노이즈 캔슬링은 매력적이었고, 조금 더 들어보면 차이가 더 두드러질지도 모르지만, 첫인상만으로 따져보자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소니에서 소개하는 이전 세대와의 측정치 비교도 1세대인 MDR-1000X와의 비교였을 뿐, WH-1000XM2와 직접적인 비교는 보여주지 않았단 말이죠. 더 나아지기야 했겠지만, 기존의 잘 쓰던 제품을 버리고 넘어갈 정도로 괜찮은 제품인지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발표를 통해 인상 깊게 본 점은 보상판매 안입니다. 일단 가격은 전작보다 5만원 저렴해진 49만9천원입니다. 여기에 타사 노이즈 캔슬링 오디오 제품, 자사 일반 이어폰까지 압구정 소니 스토어에 가져가면 최대 25만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량이 제한돼 9월 물량은 이미 종료했다고 하니, 압구정 소니 스토어에 문의 후 방문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WH-1000XM2의 착용감이 아쉬웠던 분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만, WH-1000XM2가 이미 충분히 만족스러우신 분이라면 굳이 넘어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곧 귀가 시린 겨울입니다. 따뜻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하나면 귀에 온기를, 마음의 평안을 가져와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