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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브랜드가 잘 만든 완전 무선 이어폰 -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레이니아 2019. 1. 2. 06:30

브라기의 대쉬(The Dash)와 합께 촉발됨 완전 무선 이어폰은 아직 한창 성장기인 시장입니다. 요새는 흐름 자체가 빠르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시장이 점차 원숙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시장 자체는 무섭게 커지고 있습니다.


그 흐름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게 다양한 종류의 완전 무선 이어폰 출시 소식이 쏟아진다는 건데요. 오늘은 젠하이저에서 공개한 완전 무선 이어폰. 젠하이저 모멘텀을 살펴볼까 합니다.



젠하이저 모멘텀

음향 시장에서 젠하이저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오랜 역사를 갖춘 음향 기기 전문 업체로 오픈형 이어폰, 레퍼런스 헤드폰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회사입니다. 마이크도 유명하고요. 이미 웬만한 음향 전문 브랜드에서 완전 무선 이어폰을 하나둘씩 선보이던 중에도 젠하이저는 넥밴드형 제품을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젠하이저를 선호하시는 분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큰 감흥 없는 저는 ‘시장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 쟤네는 저런 쓸데없는 헛발질을 하고 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올 가을에 첫 제품인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Sennheiser Momentum True Wireless)를 선보였습니다.


젠하이저 모멘텀은 원래 메인스트림급 헤드폰 제품군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꽤 인기 있던 헤드폰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요. 제품군 이름을 떠올려보면 완전 무선 이어폰인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의 대략적인 위치도 짐작해볼 수 있겠습니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 열어보기

제품 패키지는 간단합니다. 봉인 스티커를 열고 뚜껑을 열면 본체와 케이스가, 그리고 그 아래에 이어폰 폼팁과 사용 설명서가 들어있습니다. 정발 제품 기준 한국어도 있으니 크게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사실 지금 이 시점이라면 웬만한 소비자는 쓰는 방법을 충분히 학습했기에 큰 의미는 없는 사용 설명서겠지만요.


커널형 제품입니다. 이어버드가 귓바퀴(정확히는 대이륜 쪽) 곡선을 따라 붙는 형태로 흔히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했다고 하죠. 이런 이어폰은 착용방법도 대동소이한데요. 이어팁을 외이도에 넣고 이어버드가 귀에 닿으면 살짝 돌려서 마저 밀어넣는 방식입니다.




겉은 터치 패드가 있어 터치로 조작할 수 있네요. 재질은 좀 미끌미끌해서 건조한 손에서 휙 날아가기 좋아 보입니다. 이어팁은 외이도 크기에 맞게 세 가지가 더 있으니 취향에 맞게 끼우면 되겠습니다. 충전 케이블은 짧은 편이며 USB 타입 C를 채택했습니다. 좋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케이스입니다. 근래에 봤던 케이스 중 가장 예쁜 케이스 같아요. 이는 재질에 기인하는데요. 재질에 천 재질을 더했습니다. 그래서 만질 때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젠하이저 마크만 딱 있는 것도 깔끔하고요. 크기도 적당해 손으로 들기 좋습니다. 케이스를 열면 젠하이저라고 딱 보기 좋게 써 있네요.




이어버드는 자석으로 붙습니다. 가까이 가져 가면 착 하고 달라붙고요. 충전 여부는 뒷면에 있는 작은 LED로 알 수 있습니다. 설명서에 적힌 걸 보았지만, 그다지 직관적인 느낌은 아니네요. 이어버드 저체는 4시간, 충전 케이스로 충전하면 최대 12시간(4+8)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를 써보니

젠하이저에서 지원하는 스마트 컨트롤 앱을 내려받으면 몇 가지 설정을 더할 수 있습니다. 앱 스토어 혹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Sennheiser를 검색하시면 젠하이저 스마트 컨트롤(Sennheiser Smart Control)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앱을 열고 설명대로 기기를 연결하면 별 어려움 없이 연결됩니다. 글 쓰는 12월 중순 시점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한번 받았습니다. 앱에서 중요한 건 EQ설정 기능인데요. 세세하진 않지만, 꽤 직관적입니다. 커서를 원하는 곳에 놓으면 자동으로 다른 음역이 알맞게 조절됩니다.




설정폭은 상당한 편이에요. 베이스 강화와 고음 강화를 설정해두면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르네요. 전체적인 해상력은 상당합니다. 고음역이 살짝 약한느낌은 들지만, 크게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닙니다. EQ의 설정폭이 제법 크다 보니 고음역을 살짝 보충하면 좋겠다 싶긴 한데, 대신 음역을 세세하게 설정하는 기능은 없다 보니 그냉 쓸 수밖에요.


블루투스 5.0을 채택해 연결성은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이래저래 사무실, 작업공간, 출퇴근 지하철에서 착용하는데 끊김은 겪지 못했네요.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디서나 잘 작동합니다. 끊어짐, 잡음 섞임, 양 유닛 사이 지연 단차나 음량 차이 모두 생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제원에서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의 특징은 aptX LL(Low Latency)를 지원한다는 점일 텐데요. 코덱 중 지연시간이 상당히 낮아 영상 감상 등 여러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아직 이 코덱을 지원하는 기기가 거의 없습니다. 완전 무선 이어폰에서는 이게 거의 유일할 겁니다. 그리고 소스(플레이어) 기기 중 스마트폰은 전무하다시피 합니다[각주:1]. 그러니 어떻게 동작하는지 정확히 확인은 못했습니다. 아이폰 x 에어팟 조합 이상이라고 하니 그저 기대만 할 수밖에요.




통화 기능은 비슷한 형태의 제품 중 괜찮은 편입니다. 여러 군데 통화하면서 테스트해봤는데, 다른 비교군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뜻밖에도 에어팟보다 괜찮다는 평이 일부 있었습니다. 통화 음질을 위해선 마이크 부분의 방향을 잘 잡아주는 게 중요하더군요. 주변 소리까지 잡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럭저럭 쓸 만은 합니다.




트랜스패런트(Transparent) 모드는 음악을 함께 재생하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앱에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주변 소리를 잘 잡아주고요. 딱히 감동적이거나 하진 않습니다. 제 기능을 잘 합니다. 트랜스패런트 모드를 활성화하려면 오른쪽 유닛을 두 번 터치해야 하는데요. 이게 터치 인식이 빠릿한 느낌은 아니라 살짝 여유롭게 누른다는 느낌으로 탭, 탭해야 합니다 탭하면 효과음이 들리니 이를 신호로 삼아 눌러주는 게 좋아요. 그냥 탭탭. 누르면 인식을 못해 음성인식 서비스가 실행되곤 합니다.





가격이 40만원에 육박하는 점은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입니다. 잘 만든 이어폰인 건 분명하지만, 선택지가 다양해진 지금. 젠하이저를 먼저 집어들 소비자가 많진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참 짜증나게(?!) 잘 만들긴 했습니다. 비싸지만 만듦새를 보고, 음악을 듣고 있자면 가격 생각이 살짝 안 날 정도거든요. 작년 뱅앤올룹슨 E8을 보면서 느낀 애증의 감정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느낌이네요. 오히려 스마트폰을 크게 가리지 않고, 블루투스 5.0을 채택했으니 이쪽이 나을 지도요.


쉽게 선택하긴 어렵지만, 근래 본 완전 무선 이어폰 중 인상 깊은 품질을 갖춘 젠하이저 모멘텀 트루 와이어리스였습니다. 일부 다른 브랜드가 브랜드에 맞지않게 허공에 옆차기하는 일도 많았다는 걸 떠올려보면, 적어도 브랜드에 걸맞은 제품을 내놨습니다. 이러려고 좀 늦게 선보였나 싶을 정도로요. 가격에 눈을 반쯤 감고, 추천합니다.

  1. aptX코덱 홈페이지 기준으로 Vertu Constellation 제품이 유일하네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