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윈도우(Windows)

서피스고가 못 만든 태블릿에 불과한 이유

레이니아 2019. 1. 24. 06:30

서피스 고(Surface Go)를 이용해 작업을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다 돼가네요.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데, 뭐부터 풀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먼저 자극적인 제목을 내걸어봤습니다.


서피스 고는 태블릿으로서 아쉬운 기기입니다. 그리고 이는 기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인 윈도우10에 기반한 문제가 많습니다.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를 정리해봤습니다.



한참은 부족한 화상 키보드

가장 먼저 키보드의 부재를 꼽고 싶습니다. 윈도우10에 화상 키보드가 없는 건 아닙니다. 아니, 화상 키보드는 윈도우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춘 입력 방식이자, 훌륭한 보조 입력 도구입니다.


|분명히 검색창을 눌렀는데 반응 없는 키보드

문제는 화상 키보드가 마음처럼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우선 화상 키보드를 불러와야 할 때, 그 동작이 민첩하지 않습니다. 허공에 붕 뜬 화면을 몇 번씩 눌러줘야 그제야 반응합니다.


|어처구니가 없던 양손 키보드

그리고 키보드 레이아웃이 아름답지 않습니다. 다양한 레이아웃을 지원하긴 하는데요. 태블릿에 주류로 탑재된 모바일 OS의 레이아웃과 다른 디자인이 혼란스럽습니다. 열 하나쯤은 더 넣어도 될 듯한데, 그러지 않네요. 커스터마이징도 부족하고요. 두 손으로 입력할 수 있는 키보드는 있지만, 가운데 뚫린 공간을 보게 하지 않습니다. 공간 활용을 못 합니다. Ctrl+Shift+A 같은 단축키를 누르려면 풀타입 키보드를 불러와야만 합니다. 헉헉... 또 뭐가 문제였죠?


둔한 터치감

여기에 기름을 끼얹는 게 둔한 터치감입니다. 터치가 빠릿빠릿하지 않고, 그 피드백도 늦습니다. 어떤 오브젝트를 누르고, 이걸 제대로 눌렀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하드웨어의 정밀함 부족도 사실 원인이긴 하죠.


|드래그와 스크롤도 매번 버벅거립니다.

하지만 윈도우OS에서는 마우스에 기반한 다양한 입력(클릭, 더블 클릭, 우측 클릭 등...)을 지원하는데, 이를 터치로 매끄럽게 잇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태블릿 자체로 쓰기에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터치가 아닌 드래그까지 이어지면... 차라리 서피스펜을 쓰는 게 낫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포인팅 디바이스의 소중함을 알게 하네요.



부족한 편의성

태블릿 모드로만 쓸 때, 아쉬웠던 것 중 하나는 제스처입니다. 뭐 이는 안드로이드도 큰 대안은 없습니다. 아이패드의 우월함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바탕화면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앱으로 전환할 때, 이런 소소한 동작을 손가락 하나로 기를 쓰며 해야 하는 건 굉장히 아쉽습니다. 그나마 대안으로 유료 프로그램인 ‘TouchMe Gesture Pro’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기능을 활용해도 둔한 터치감. 그리고 윈도우10이 매끄럽게 따라오지 않아서 생각보다 불편하게 쓰게 되는 문제는 여전합니다. 터치패드 이상으로 매력적인 기능을 지원합니다만, 이걸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렵네요. 무료 체험기간이 거의 끝나가는데요. 프로그램 자체의 기능만 보자면 유료 전환을 긍정적으로 봅니다만, 제가 태블릿 모드를 잘 쓰지 않아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네요.


|제 맘대로 다루기가 이렇게 힘이 드네요.

그나마 이 프로그램은 펜으로 이용할 때는 또 매력적이지 않네요. 오로지 화면에 직접 손을 댈 때만 의미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터치 패드에서도 좀 다양한 조작을 하고 싶다면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겠죠. 맥OS의 걸출한 프로그램인 BTT가 그리워지네요.



부족한 전원 관리

서피스고의 배터리는 26Wh 정도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서피스고의 배터리 시간을 10시간 정도로 산정했는데요. 이건 좀 희망적인 계산이고, 제 기준으로 일반적인 문서작업을 하면 5시간 전후, 좀 하드한 작업까지 하면 4시간 가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모바일 태블릿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이죠.


|이제 그러려니... 하면서 기다립니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서피스고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최대 절전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래도 배터리가 아주 조금씩 소모되는데요. 문제는 이때 다시 서피스고를 열어서 뭔가를 확인하려고 하면 부팅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즉시 뭔가를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즉시성의 부재가 아쉽습니다.


저는 서피스고를 메모 + 초고 머신으로 쓰려고 했는데요. 초고 머신으로 쓰기엔 나쁘지 않으나, 메모 머신으로는 버거운 느낌입니다. 태블릿으로 쓰기보단 노트북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드는 특징이죠.



종잡을 수 없는 윈도우10

이 모든 건 사실 종잡을 수 없는 윈도우때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윈도우는 포인팅 디바이스 운용을 전제로 한 OS다 보니, 조작 방식이 터치와는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게다가 그럴 때가 있어요. OS상으로도 분명히 터치를 했다고 표시하는데 오브젝트는 반응하지 않는 거죠. 링크를 눌러도 눌렀다는 피드백은 주는데 다음으로 넘어가지 않는 일. 이런 일들이 쌓이면서 윈도우10에서 터치하는 게 쉽게 지칩니다.


|가로-세로 모드도 잘 안 쓰게 되네요....

태블릿 모드와 PC 모드를 나눠놓은 건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확실히 사용감이 조금 나아지나, 다시 키보드를 연결하고 작업을 시작했을 때, 창 크기가 완전히 뒤죽박죽돼버리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창 크기 문제는 가로-세로 회전에서도 벌어지는 문제로, 덕분에 화면을 돌리는 일도 극도로 줄었습니다.


|이건 보고 진짜 소리지를 뻔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굳이 전체화면이 필요 없는 프로그램(이를테면 카카오톡)을 모두 전체화면으로 돌려놓는 문제가 생깁니다. 게다가 모바일 친화적인 UI로 바뀌지도 않고요. 데스크톱 UI를 무작정 대화면으로 확대하면 태블릿처럼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태블릿 모드를 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용에 방해가 되는 모드라고 생각해요. 새삼스레 윈도우 PC를 보면서 iOS와 맥OS의 통합이 쉽지 않겠다고 느꼈습니다.



서피스 고는 못 만든 태블릿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잘 만든 윈도우 태블릿은 없다.’고, 서피스 고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진 않습니다. 윈도우10의 문제라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그 개선의 걸은 요원합니다.


윈도우 태블릿을 구매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생산성에서 좀 더 다른 접근을 하는 것이겠습니다만, 태블릿이라는 기능 하나만 놓고 서피스 고를 본다면 저는 구매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이는 윈도우 태블릿의 한계도, 서피스 고의 한계일 수도 있겠죠.


음, 그럼 이제 좀 좋은 점을 알아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