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동을 들었다.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 돌아보기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가 모두 끝났습니다. 아, 정정. 아직 축제는 남았습니다만, 제가 다녀올 수 있는 일정이 모두 끝났다는 이야깁니다. 이제 전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내년 공연을 기다려야 하겠죠.


  한화와 함께하는 교향악축제도 올해로 3년째 관람하고 있습니다. 처음의 낯선 느낌도 잠시, 이제는 자연스레 봄 하면 교향악이 떠오를 정도로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 중 하나가 됐는데요.


  그러면서도 한해를 돌아보는 후기는 적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다녀온 공연을 중심으로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 축제를 정리해봤습니다.




개막공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세종문화회관


  국립교향악단 출신이 모여 창단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이번 교향악축제의 개막 공연을 맡았습니다. 저는 피아노의 재발견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이었던 제 마음속 걱정을 한 번에 날려준 공연이기도 했고요. 상임 지휘자이자 예술감독인 임헌정 지휘자의 위트있는 진행도 기억에 남습니다. 앙코르를 할 것 같으면서도, '이 경험을 그대로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인사와 함께 마무리한 게 기억에 남았어요.




  그 덕분에 여운을 더 즐길 수 있었으니 어찌 보면 혜안이었다고 해야 할까요? 이름은 낯설었지만, 막상 들어보니 어디선가 들어봤다는 기억이 날 정도로 익숙한 노래가 많았습니다. 단연 압도적인 것은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겠고요.


  함께한 일행이 '죽음의 춤 들은 것만으로도 오늘 남는 장사 했다.'고 할 정도로 피아노 협연곡인 죽음의 춤을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저도 '피아노의 재발견'이었는데요. 그랜드 피아노를 앞에 둔 공연을 감상하기가 생각만큼 흔치 않잖아요.



ⓒJino Park


  음이 풍부해지는 게 단순히 양적인 증가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음이 풍부해지면서 그사이에 감정의 결을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훨씬 더 깊은 감정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악기가 적다고 해서 감정을 쏟아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례를 다음날 오보에 협연곡에서 느꼈고요. 하지만, 피아노가 들어가면서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질 정도로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는 슈트라우스. 그리고 니체 사이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겠습니다. 슈트라우스는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호른 연주자인 아버지에게도 배우고, 아버지 직장에서도 음악을 배웠다고 해요.




  나중에 대학을 간 슈트라우스는 거기서도 음악이 아닌 철학을 전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이후 그는 아버지가 경계하던 후기 독일 낭만 음악에 영향을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언뜻 듣기로, 슈트라우스는 철학을 사랑하는 음악가. 프레드리히 니체는 음악을 사랑하는 철학가였다고 합니다. 운율을 맞추기 위한 이야기인 줄은 모르겠으나, 이 문장이 제겐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읽다가 한동안 방치했던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다시 들춰보게 한 슈트라우스의 음악이었습니다. 책은 다 읽기를 바라주세요.


구성이 매력적인 춘천시립오케스트라


  그리고 바로 다음날. 춘천시립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감상하러 갔습니다. 저는 구성이 참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랬고. 대중에게 익숙한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보다는 후기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이 많았는데요.


  이게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저 같은 초보는 이름이라도 익숙한(?) 작곡가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이번 공연은 꽤 익숙해서 좋았습니다. 한 번은 들어봤던 곡이었고요.


  레오노레 서곡은 여러 차례 다시 쓰인 곡이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연주한 곡도 서장으로 썩 어울리지 않았기에 다시 쓰였다고 하는데요. 확실히 프로그램에서 설명한 것처럼 밝고, 가볍고, 경쾌하다는 느낌이 든 연주였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오보에 협주곡이었는데요. 오보에 연주자의 호흡까지 다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호흡이 진짜 많이 필요한 악기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아름다운 음색을 갖췄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요.


  원래는 플루트 협주곡을 의뢰했으나 모차르트 자신이 플루트를 좋아하지 않아 오보에 협주곡으로 작곡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일화를 알고 들으니 조금 더 신선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Op.35였습니다. 세헤라자데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공주 이름인데요. 그래서 천일야화와 관련 있겠거니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세헤라자데가 샤리아르 왕에게 들려준 이야기 중 4개를 골라서 4악장 형식의 모음곡으로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샤리아르 왕으로 대변되는 테마가 트럼본을 비롯한 강렬한 저음이라면 세헤라자데 공주의 테마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로 상징된다고 하는데요. 공연을 보고 나와 이 내용을 듣고 다시 유튜브 등을 통해 공연을 감상했더니 또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랑의 테마를 담아,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지막으로 감상한 공연은 대전시립교향악단의 공연이었습니다. 이날의 구성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e단조 Op.11,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의 구성이었습니다.


  저는 미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으나, 이 구성을 '사랑의 테마'라고 정의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리랑의 어원을 '나를 미화 혹은 변호하는 것'으로 보아 아리랑은 나를 위한 사랑을 바탕으로 생각하고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그의 첫사랑이었던 콘스탄티아 글라드코프스카에 대한 연민이므로 연인, 타인을 향한 사랑. 마지막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은 제1차 러시아 혁명 직후의 작곡이라 이를 국가를 향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조금 비약일 순 있겠으나 저는 꽤 흥미로운 의견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리랑에 등장하는 한(恨)의 정서는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정서라고 합니다. 이걸 클래식으로 표현한다는 게 낯설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약간 대조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은 제가 종종 일할 때 듣는 곡이라 익숙했는데요. 서정적이면서도 섬세한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난 공연에서도 피아노를 다시 보게 됐는데, 음의 강약 조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melindaparent1


  라흐마니노프의 음악은 서정적이라기보다는 묘한 침울함이 함께 하는 느낌입니다. 침울하다도 서정적이라는 큰 범주에 닿겠으나 서정이 가리키는 방향이 마이너스(-)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이를 '귀족적인 침울함'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매년 1~3회 공연을 꾸준히 보면서 조금씩 귀가 트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선 어떤 곡인지 관심도 생기고, 이를 찾아보려는 노력이 늘었다는 점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리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제 상태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꽤 많은 변화가 있지 않나 생각하는데요.


  교향악 축제를 구경하면서, 이제 걱정보다 기대. '힐링'을 생각하며 갈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클래식은, 즐겁네요. 이 글의 제목이 '우리는 감동을 들었다.'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아직 교향악 축제를 구경하지 못하셨다면, 남은 기간. 혹은 내년, 다음 기회를 기대해보시기 바랍니다. 아니, 올 가을 께 열릴 한화 클래식도 매력적인 행사가 될 수 있겠지요. 한화와 함께하는 2017 교향악축제 정리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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