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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연극, '5월엔 결혼할꺼야' - 세련과 통속의 사이에서

  • 2013.05.16 10:00
  • Culture/연극(Drama)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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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월엔 결혼할꺼야
심연화, 김이정, 김가영, 장보경 외 출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결혼’을 소재로 한 연극, <5월엔 결혼할꺼야>입니다. 공교롭게도 5월은 찾아왔고, 저는 결혼을 못했고요…(응?) 그리고 날은 무더워졌고, 연극 보기 좋은 날이 되었습니다.

  가벼운 칙릿(Chick Lit) 연극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예전부터 꽤 흥미로운 시놉시스라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연극은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법칙(?!)처럼 포스터만 구경한 지 어언 2년이 지나 이제야 관람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고백하자면 동숭아트홀에서 공연했을 때는 가격 조건이 부담되어 섣불리 결정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소극장인 소리아트홀에서 공연을 하면서 동시에 소셜커머스에 올라왔더라고요. 소셜커머스에 올라간지라 한편으론 걱정되었지만, 저렴한 맛에 한번 도전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연극을 살펴볼게요.



기발한 상황이 묻는 '사랑이란?'
  <5월엔 결혼할꺼야>의 시놉시스는 꽤 단순합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한 친구인 세연, 정은, 지희는 가장 먼저 결혼하는 사람에게 몰아주기로 약속하고 적금에 가입합니다. 어느덧, 10년이 지나 29살이 된 수학 강사 세연, (야설) 작가 정은, 무직 지희. 그리고 적금은 3,825만원으로 늘어나 있었는데요.

  어느 날 문득 무직인 지희가 선을 보고 오더니 1주일 만에 결혼을 선언하고 결혼 날짜를 잡습니다. 이대로라면 고스란히 3,825만원은 지희의 차지가 되는데요. 이를 막기 위해서 정은은 5년간 사귄 연극 연출가에게 청혼하고, 세연은 과거에 만났던 남자를 다시 만나는 모험(?!)을 하게 됩니다.

  <5월엔 결혼할꺼야>의 발상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독특한 발상이기도 한데요. 이 독특한 발상이 연극의 분위기를 잡는 데 많은 역할을 합니다. 조금 뜬금없는 상황이지만, 덕분에 주변에 대한 의심을 거두고 인물에게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독특한 발상이 엿보이는 연극)


  그렇게 바라본 인물의 사랑을 지켜보며 관객은 자연스레, ‘사랑’과 ‘결혼’에 대해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극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결혼은 발칙하게 바라보려 애쓰지만 결국 뻔한 결론으로 흐르고 마는데요. 칙릿류의 한계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주제의 얄팍함(?!)은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어요.

통속과 세련의 사이에서 - 1) 세련
  <5월엔 결혼할꺼야>의 구성은 우선 단조롭습니다. 3명의 인물이 각각 특정한 상황을 대변하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합니다만, 단조롭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여태까지 제대로 된 일을 해본 적 없는 지희는 연극에서 ‘본인의 생활능력이 없어서’ 무직이라고 설명됩니다. 대신에 다른 친구들에게는 볼 수 없는 여성성을 가지고 있어요.

  은정은 5년간 능력 없는 남자친구와 일편단심 연애를 진행 중이었는데요. 오래된 연인이다 보니 다소 서로에게 무심한 상태이긴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희의 결혼 소식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데요. 많은 분이 예상하셨다시피, 이들은 헤어지고요. 헤어짐의 아픔에 몸부림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연은 현실에 허덕이고 있는 학원 수학강사입니다. 수학을 가르치며 학생에게 치어살고 있는데요. 지희의 결혼 소식으로 자신이 만나던 옛 남자를 만나고,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제공한 옛 남자를 만나고 최종적으로 상처를 치료하게 됩니다.

  여기에 다양한 상대로서 멀티맨이 등장하며 인물의 내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합니다. 특히 세연의 경우 두드러지는데요. 우황청심환을 습관적으로 먹는 문제가 어디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지와 같은 부분을 짚어주어 인물의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구성은 단조롭지만, 인물이 드러내는 표현이 세련돼서 생각보다 단조롭다는 느낌은 덜 합니다. 3명의 친구가 나오지만 세연을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각 사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오히려 완성도가 높고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잘 만든 무대장치)


  세련된 부분은 또 무대장치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예술마당 시절 보고 온 <김종욱 찾기>가 떠올랐는데요. <5월엔 결혼할꺼야>에서 벽을 뒤집어서 일종의 메시지를 보여주는 장치가 <김종욱 찾기>에서 빛을 쏘아 표현하는 방식과 유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메시지가 픽토그램(Pictogram) 형태로 제시된 것도 유사했고, 빛으로 강조했다는 점도 유사하게 보였습니다.

  장치를 이것저것 움직일 게 많아서 암전이 다소 길었던 점은 옥에 티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게 사용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통속과 세련의 사이에서 - 2) 통속
  하지만 <5월엔 결혼할꺼야>는 부제목처럼 통속과 세련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뮤지컬이 세련된 구석은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속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은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못한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무대 요소나 구성, 인물에 이르기까지 소위 ‘군더더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보였습니다. 마감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무대나 다소 버벅거리는 연기, 다소 뜬금없는 옛 남성 퍼레이드까지… 주제 자체도 심각한 것이 아니고 칙릿 형 연극이라는 특성까지 더해서 <5월엔 결혼할꺼야>는 다소 통속적인 느낌의 연극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연극을 처음 접하게 될 당시만 하더라도 동숭아트센터에서 하는 비교적 규모가 큰 공연이었습니다. 당시 이름을 들으면 알법한 사람들이 등장했기도 했고요. 규모가 큰 만큼 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인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규모가 줄어들면서 앞서 말한 ‘군더더기’를 깔끔하게 덜어내지 못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끝까지 답을 못냈던 문제. 귀찮아서 풀지를 못하고 있네요...)




  기대했었던 탓인지 아쉬운 부분이 도드라져 보였지만, <5월엔 결혼할꺼야>는 적당히 잘 만든 칙릿 연극입니다. 조금은 뻔한 결말로 흘러가는 것은 아쉽지만, 칙릿 연극이라는 생각을 하면 또 무던히 볼만합니다.

  이제는 약간 여배우들의 적당한 커리어(?!)가 된 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이런 생각은 제 편견에 가까울 것 같고요. 예쁜 배우들이 많이 나와서 사랑과 인생에 대해 애쓰는 모습이 전형적인 칙릿이라서 칙릿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연극이었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우리 결혼 할까요?' - 얼굴이 화끈화끈
- 연극, '셜록 - 벌스톤의 비밀' - Stylish를 묻다.
- 연극, '쉬어 매드니스' - 오픈 결말의 매력.
- 연극, '서툰 사람들' - 서툴다는 것.
- 뮤지컬, <스팸어랏> 연습실에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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