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전시(Exhibition)

어린왕자 한국특별전에 다녀왔습니다.

레이니아 2012. 6.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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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니아입니다. 이번주는 어째 티리포터 활동의 주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이것저것 제가 얻은 건 많은데(?) 포스트를 쓴다고... 해놓고선 일신의 문제를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코너에 몰렸거든요...(본격 게으른 블로거의 최후.txt)

  아무튼 이번엔 그다지 늦지 않은 포스팅입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어린왕자 특별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릴께요!

어린왕자
  아마 이 포스트를 읽고 계시는 대부분의 분들이 어린왕자에 대해선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책도 다들 읽어보셨으리라 생각해요. 다만 저처럼 부분부분이 기억이 안나시는 분은 계시겠지요...^^

  어린왕자는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가 적은 이야기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인 1943년 출간되었구요. 후의 그의 일생을 돌아보면 약간 자전적인 내용도 엿보이곤 하죠. 책에 들어있는 메시지가 철학적이고 대화가 선문답과 같은 부분이 있어서 후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겠죠. 책을 읽고 독자가 어떠한 생각을 갖게 되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효용론적인 관점[각주:1]이 빛나는 책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기억나시려나 모르겠지만, 어린왕자에는 꽤 많은 삽화가 들어가 있습니다. 기억나시나요? 그럼 그 삽화가 생텍쥐페리 본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은 알고 계셨습니까?

  이번 어린왕자 특별전에선 이런 생택쥐페리의 그림을 전시하고 함께 첨부된 메모 등을 토대로 그의 삶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물론, 어린왕자를 추억하는 시간으로써도 최고가 되겠지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린왕자 특별전'은 동대역사문화공원 역 근처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근데 이 쪽이 아직 공사가 조금 덜 끝나서요... 실제 거리는 무척 근거리지만 동대문디자인공원을 한바퀴 뺑뺑 돌아야하는 위치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금방 갈 것처럼 표시해 놓은 야속한 표지판. 생각보다 멉니다.)


  가급적이면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기 위해 오만 고생을 다했습니다. 전날 어울리지 않게 폭음을(?!) 하는 바람에 쓰린 속을 움켜쥐고 아침엔 렌즈도 빌리러 합정에 들렸다가 동대문을 가는 어마어마한 수고를 했어요. 여기서 빌린 렌즈는 이 날 오후에 콘서트 장에서 유용하게 쓰입니다.^^;;;(링크)... 네, 두 탕 뛴거 맞아요.


(티켓박스, 티켓 가격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다보면 관광안내센터가 있는데요. 여기가 티켓박스입니다(!!!) 처음엔 티켓박스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붙어있는 티켓가격 안내 종이를 보고 여기가 티켓박스라는 것을 인지했어요. 티켓박스라고 조금 더 친절하게 안내가 되어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전 전시회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었거든요...


  아무튼 티리포터의 특권(?!)으로 표 구매 필요없이 곧바로 전시장에 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을 사로잡는 게 탁 눈에 띄더군요.

(너.. 너 뭐야... 몰라... 무서워...)


  각각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귀엽기도 하고 장미꽃의 경우엔 조금 무섭기도 했습니다. 장미꽃 한가운데에 사람 얼굴 형상이 있는데, 이대로 사람얼굴이 안으로 들어가도 호러고, 밖으로 튀어나와도 호러인 불편한 진실이 떠올랐어요...

(카페베네를 쭉 돌아서 계단을 내려가면 이벤트홀이 나옵니다.)


  이 날이 사실 어린왕자 한국특별전이 처음으로 열린 날이었어요. 그리고 저희가 거의 처음으로 들어간 입장객이다보니 조금 산만한 분위기는 있었지만, 한편으론 사람에 치이지 않고 전시내용을 관람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럼 전시 내용을 살짝 보여드릴께요.

제1 전시관, 이벤트 홀
  어린왕자 한국특별전은 크게 2개의 전시관으로 나눠져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관은 <어린 왕자>의 삽화 등, 생텍쥐페리의 작품이 주로 전시가 되어있구요. 두 번째 전시관은 <어린 왕자>를 주제로 재구성한 디자인갤러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저는 순서대로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전시의 시작)


  이벤트 홀에 가서 가장 먼저 눈에 띈건 조형물이었습니다.

(민들레 꽃씨)


  처음엔 소년만 있는 줄 알았는데, 전시장을 지나다보니 소녀도 있더라구요. 역시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는데 정말 예쁘지 않나요? 민들레 꽃씨가 날아가는 모습이 정말 예뻐서 하나 가져오고 싶었습니다.


(비행)


  그리고 구름꼬리를 만들며 날아가는 비행기도 있었는데요. 이는 뭔가 익살스러움이 느껴져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알고보면 엔진이상과 같은 심각한(?!) 사태일 수도 있는데 딱 보자마자 저는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더라구요.^^;


(오디오 가이드)


  대여 시 3,000원을 내야하는 오디오 가이드를 지원받아서 들었습니다. 급하게 순서가 수정된 것이 있어서 제가 갔을 때, 순서가 잘 맞진 않았는데요. 빨리 수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도슨트의 설명은 준비되어있지 않아서 듣지 못하고 오디오 가이드만 들었었는데요. 도슨트의 설명은 좀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돈을 지불하고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하는 것은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각 작품이 원체 많은 내용을 담지 못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한 작품당 1분 내외의 짧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어서 아쉬웠구구요. 그게 총 25개정도에 그치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더불어 전 이 작품에 대한 설명이 아전인수 혹은 억지로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들어서 듣기 조금 거북했어요. 아무래도 어린왕자는 그냥 자기 마음 속에 있는 어린왕자를 보는 게 제일인가 봅니다.

(생택쥐페리의 인생)


  주로 책에 들어간 삽화나 생택쥐페리가 습관처럼 메모한 그림, 글씨, 편지 등을 수집하여 전시를 해두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생택쥐페리의 인생을 다음과 같이 꾸며놓기도 했구요.

(어린왕자 초판본)


  어린왕자의 초판본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생각보다 상태도 무척 양호해서 한번 더 놀랐어요.

(낯익은 그림들이 보이죠?)


  생택쥐페리의 그림은 그가 전문적으로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레퍼토리가 다채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그가 자주 그리던 사물들은 결국 어린왕자에 등장한 것들이고요. 그리고 그림을 확대해서 옮긴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그림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었구요.

  그래도 어린왕자를 읽은 추억을 떠올리면서 보기엔 더할나위 없이 좋았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전시장이 반지하라서 그런지 모기가 있더라구요!!! 이거 다 잡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아주 징글징글하게 쫓아와서 짜증났었습니다. 전시 내용은 좋은데 자꾸 외적인 부분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농약같은 기념품 샵을 지나 출구로)


  출구로 나오면 눈 앞에 카페베네가 펼쳐져 있습니다. 이벤트 홀 구조상 출구로 나오면 카페베네 한복판으로 나가게 되어있더라구요. 진짜 처음에 나와선 '놀라운 마케팅의 승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쩜 이리 절묘한지요...



제2 전시관, 디자인갤러리
  이벤트 홀을 나와서 다시 쭈욱 돌아서 미로같은 디자인플라자를 걸어가면 제2 전시관인 디자인갤러리가 나옵니다. 근데 가는 길이 좀 이상해서, 표지판을 잘 보고 가야합니다. 정말 디자인이 언제부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였는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설계한 사람에게 묻고 싶었어요...


(디자인 플라자 내부에 매달려있는 천 들. 안내판을 잘 보고 가셔야 합니다.)


(디자인갤러리)


  디자인갤러리는 이벤트홀에 비해서 볼륨이 많이 작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단 함께 보시죠.


(엄...네!)


  처음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그림입니다. 어린왕자의 트레이드 마크를 그대로 갖추고 있지요? 익살맞아보이기도 하구요. 그대로 곧바로 우측을 바라보면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커다란 상자, 메에~)


  거대한 동산위에 어린왕자와 사막여우가 서있고 그 주변에는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처음엔 '웬 의자지?' 싶었는데, 옆에 책이 비치되어있더군요.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3D 애니메이션 북 등이 놓여있어서 앉아서 어린왕자 책을 읽어볼 수 있게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상자의 경우엔 아이디어 때문에 유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상자는 양이 들어있는 상자이지요? 저 앞에 서있으면 간헐적으로 '메에~'하고 양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전시내용은 좋았지만, 편의성이 부족한 전시
  막 오픈한 날 불쑥 찾아갔기 때문에 아직 준비가 덜 된 측면이 많이 있겠지만, 편의성이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은 가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구요. 관계자분께서 짚어주셨지만, 전시공간으로 쓰기 마땅치 않은 공간에 전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다못해 공사라도 다 끝나고 하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만은...

  그와는 별도로 전시의 내용은 참 좋았습니다. 몇몇 내용은 어거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실존주의와 연관된 부분은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로운 부분이었습니다.

  생택쥐페리가 어린왕자를 집필하고 발간한 당시에는 말씀드렸다시피 세계 2차대전이 발발하고 있던 당시였습니다. 이 때의 많은 사람들은 여태껏 믿어왔던 신념들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생택쥐페리 역시 마찬가지구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어린왕자를 썼던, 아니 쓸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실존주의와 어린왕자의 접점을 깨닫게 되어서 개인적으로는 무척 흥미로운 놀거리가 생긴 느낌입니다. 실존주의를 제가 잘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존주의와 관련된 관점으로 어린왕자를 들여다보면 꽤나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요즘 다시 <어린왕자>를 들여다보면서 느끼고 있어요.

  아마 조만간 <어린왕자>책 감상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튼, 어린왕자가 마음 속에 들렸다 가신 분에게 이 '어린왕자 한국특별전'은 어린왕자가 다녀간 흔적을 다시한번 손으로 쓰다듬어 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었어요!:)



  티리포터 덕분에 좋은 경험을 이래저래 많이 해보게 되네요...^^; 그럼 지금까지 '어린왕자 한국특별전' 후기의 레이니아였습니다!:)



  1. 문학 작품에 대해 접근할 때의 관점. 문학 작품 내부만 가지고 가치평가를 해야한다는 내재적 관점과, 문학 작품 외부도 가치준거가 된다는 외재적 관점의 2가지로 크게 나뉘며, 외재적 관점은 다시 작품이 당시 작가의 체험이 묻어나오는 것이라 보는 표현론, 당시 세계의 반영이라고 보는 반영론, 독자가 읽고 느낀 느낌이 중요하다고 보는 효용론의 3가지로 나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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