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풀포러브(Fool for Love)>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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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니아입니다:)
여태 제게 클릭당 30원씩 던져주시고 어느날 문득 머그컵 하나 주셨던 레뷰에서,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제게 연극표를 덜컥 하사하셨습니다!
프론티어라고 뭔가 어마어마한 확률로 체험단을 선정하는 건데요. 레뷰에서는 아무리아무리 도전해도 선정되지 않길래 '그냥 제 팔자는 아닌갑다.' 하고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연극 프론티어가 있길래 아무생각없이 등록을 하면서 날짜를 보니 8일. 제 생일이라 미리 선약이 잡혀있는 날이었습니다.
'에이, 뭐 안되겠지..'하고 취소하는 걸 잊고 살다보니
이런 건 또 왜이리 잘 되는지...
아니아니, 왜 뽑아주셨냐는 건 아니구요.. (앞으로도 뽑아주시면 고맙습니다?) 이런 공교로운 타이밍에 뽑아주시니 참 뭐랄까.. 절 미워하시나 싶어서 말이죠.. ㅠ_ㅠ
그래서 뽑아주신 성의를 보아(?!) 약속 일정도 변경하며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그동안 저는 쿠린님과 함께 대학로를 싸돌아다녔구요.. (말복날 말이죠.. 싸돌아다닌 포스팅은 다음에 하겠습니다.) 적당히 싸돌아 다닌 후엔(?) 표를 받으러 갔습니다.
나름 일찍 수령받으러 갔다고 했는데 우측으로 치우친 좌석을 주더라구요. 쩝. 아쉬웠지만 별 수 없죠. 아니면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구요. 잠시 노닥거리다가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입장했습니다.
아 이놈의 연극 징크스는 정말..OTL
시간에 쫓겨 조악한 사진실력으로 이리저리 비틀다 보니... 이모양이네요.. 크게 무대장치가 중요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연극 시작전 스텝(?) 한분이 나오셔서 재미있게 설명도 해주시고 도넛 쿠폰 1장과 끝나고 배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품(?)을 나눠줬는데요. 개인적으로 남명렬씨 좋아합니다. (하앍하앍)... 하지만 도넛 쿠폰이 더 땡겼던 1人으로써 아무것도 당첨안된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그럼 비루한 연극후기(?)를 본격적으로 남겨보겠습니다.
메이 : 김효진 씨 / 에디 : 조동혁 씨 공연이었습니다.
(편의상 평어를..^^)
사막, 4000km
(아마도) 사막 어딘가 있는 낡은 모텔. 그 곳에 있는 메이에게 모든걸 걸고 4000km를 지나왔다는 에디가 도착한다. 메이는 에디를 밀어내지도 그렇다고 끌어당기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거리를 두는 것도 아니다. 정확히 말해서 자신과 그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잡아내야할 지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이를 그저 구석에서 방관만 하고 있는 노인. 그는 조언을 하기도 잡담을 하기도 하지만 방관하며 이 들을 지켜 보고 있다. 이들은 과연 무슨 이유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불안정한 균형아닌 균형은 마틴이라는 메이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개입함으로써 산산이 부서지고 마는데...
극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
연극을 보면서 많은 정보를 쥐고 있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다른 리뷰에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 중에 하나지만, 자신의 상상력이 '거세'당해 버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놉시스만 살짝 훑고 보기 시작한 이 연극은 솔직히 말해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연극의 극본은 여러가지 상을 휩쓸었다는 평을 받았는데, 그에 비해 연극 무대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배우의 연기는 그 다음문제지만, 연출자가 이 연극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에 대하여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작품만 보고서는 도대체 이 작품이 어떻게 상을 휩쓸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극본을 구해서 다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연기
배우들의 연기도 생각보다 기대에 못미쳐서 가슴아팠다. 주연들은 격한 감정선을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더블, 트리플 캐스팅을 했지만, 격한 감정선이 연극 내부의 상황에 따라서 고조되는 것이 아닌 억지로 기어를 올려서 밟아나가는 감정선이라 보고 있는 내내 불편했다.
남명렬 씨는 예전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 (그러고 보니 이 작품도 꽝!이었다.) 때 처음 뵈었는데 연기가 인상깊었었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노인은 모든 사건과 관계의 씨앗을 뿌린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환상의 존재이다. 마틴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메이와 에디의 눈에는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시야에 동일하게 비춰지는 지는 알 수 없다. 환상의 존재니까.
그러나 이 배역이 아무 의미 없어보이지만, 이 배역이 있음으로 인해 연극의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한다. 격한 감정의 무게를 적당히 잡아주었다고나 할까. 배역 뿐만 아니라, 배우의 차원에서도 남명렬 씨를 주축으로 다른 배우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점은, 내가 보는 남명렬씨가 등장한 연극은 왜 꼭 이렇게 실패를 하는 것일까..
그 다음에 맘에 들었던 배우가 마틴역의 박해수 씨다. 박해수 씨는 이전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서 봤었다. 하지만 조연이었고 그 연극에서 남자 조연들은 필연적으로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 기억 저 멀리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면서 알게되었다. 코믹한 일면을 보이긴 했지만, 사실 크게 활동하지 않는 배역이었고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조동혁 씨는 에디를 가장 극본에 맞게 연기한 배우라고 한다. 발성법에 대한 부분은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지만 초반엔 전달력이 떨어지는 대사를 읊었던 것 같다. 나중엔 감정선이 굵어지며 소리지르는 부분이 많아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익살스러운 부분과 진지한 부분을 비교적 잘 연기하였지만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김효진 씨는 이번에 가장 실망했다. 우선 발성이 제대로 안되서 대사가 충분히 뒤에까지 전달도 되지 않았으며,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숫제 악을 쓰는 것 같아서 듣기 매우 불편했다. 딱히 연극 전체가 감정이입이 안되기도 했거니와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같이 보는 관객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연기한 것 같았다. 연기를 보면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또한 극중에 머리를 파묻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뭐랄까.. 뭔가 많이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리를 양쪽으로 쭉 벌린채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였다. 뭔가 의미가 있는 몸짓인가 생각해봤지만.. 모르겠다. 그냥 매우 어색한 움직임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자신은 상황에 몰입해서 감정선이 극도로 치닫는데, 관객은 왜 그 부분이 치닫는지 알지 못해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배우들은 수 없이 연습하였기 때문에 왜 그 부분이 감정선이 올라가야하는지 체득하고 있지만, 관객은 아니지 않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친절한 연출이 우선 첫번째 문제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불친절하게 자신들만 납득하고 감정이 고조되는 것 같아서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서 매우 어색하고 불편했다. 더군다나 김효진 씨는 커튼 콜 할때까지 연기가 스스로 실망스러우셨는지 아니면 감정이 제어가 안되셨는지 모르지만 표정마저 어두우셔서 괜시리 보는 내내 불편했다.
배우가 스타라면 확실히 입소문을 타고 오는 관객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인기는 잠깐, 점차 냉정한 평가가 올라오고 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더 손해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배우를 스타로 캐스팅하는 것은 좋다. 그리고 난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으나 적어도 관객과 같이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하는 배우가 나오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대가 좋다.
나온김에 잠시만 연극 외적이야기를 더 해보자. 이번 <풀포러브>는 연극이 연속적으로 상연되는 '무대가 좋다'라는 프로젝트(?)의 개막작이다. '연극열전'이 큰 사랑을 받자 뒤이어 등장한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번연극을 보면서 '연극열전'에 못미칠 것 같다는 참담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극열전을 많이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공연을 본 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뿐이다. 단적으로 <풀포러브>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놓고 비교해보았다.
이들은 둘다 스타를 캐스팅하고 있었다. '연극열전'에서는 배종옥 씨를 캐스팅하여 블랑쉬 역을 맡겼고, '무대가 좋다'에서는 아시다시피 트리플, 더블 캐스팅이 모두 스타로 이루어진 호화군단(?)이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도 배종옥씨가 더블캐스팅된 다른 분에 비해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듯, <풀포러브>역시 스타들의 대사전달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풀포러브>의 주연의 많은 수가 연극무대가 처음이거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이들이 숙달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배종옥 씨가 맡은 블랑쉬가 주연이었지만 같이 연기를 맞추는 주연급의 스탠리나 조연인 스텔라 등은 이미 연극무대에 주로 오르는 연극배우였다. 블랑쉬의 연기가 만약 조금 불안정 했어도, 그에 못지 않은 주연급 배역이 있었고 다른 조연들이 연극을 탄탄하게 지탱해줬다.
반면에 <풀포러브>는 총 4인의 인물이 나오는데 연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명이 이미 연극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아닌 TV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남은 두 사람은 조연. 더군다나 <풀포러브>는 주연의 감정선이 교차되는 것이 연극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조연이 이들을 받춰주긴 조금 힘든 부분이었다.
당장 비교를 해보아도 '무대가 좋다'가 뭐랄까.. 조금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이 다음 연극은 '클로저'이다. 포스터를 살짝 훑어봤을 때 문근영이 나온다는데.. 글쎄...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
연극열전 이후에 여러가지 비슷한 아류(?)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번 '무대가 좋다'는 조금 기대를 저버렸다. 앞으로의 클로저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화 클로저를 연극화 시킨 것 같은데..) 클로저마저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면 무대가 좋다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보적 관계
에디와 메이는 이복 남매사이다. (큰 비밀인 줄 알았건만, 시놉시스에서마저 등장하기 때문에 그냥 적겠다.) 이들은 과거 숨쉬는 순간까지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애시당초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고 이들의 관계는 산산히 조각나 버린다.
나는 이들의 관계가 단순히 인간의 대립이 아닌 자아의 개념에서 자아(ego)와 원자아(id)의 대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에 충실한 에디는 모든 것을 걸고 4000km를 건너와 메이를 만난다. 메이는 에디를 사랑하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를 보면 에디는 원자아에, 메이는 자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아는 원자아와 함께 하고 싶으나 끊임없이 이를 밀쳐낸다.
함께하고 싶지만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 이것이 원자아와 이를 경계하고 제어하는, 아니 제어 해야만 하는 자아의 관계일 것이다.(여담이지만, 잠시나마 서로를 껴안고 하나가 되었던 메이는 결국 짐을 싸서 다시 떠나버리고 만다. 아마도 이러한 일은 반복될 것이다. 영원히.)
이들의 대립은 서로를 갈망하지만 서로를 밀쳐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 아이러니를 제공한 사람은 그들의 아버지인 노인이다. 노인은 모든 원인을 제공했지만 환상의 존재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어 극의 아이러니, 그리고 비극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도 맡게 된다. 어찌보면, 이 노인의 존재도 아이러니 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사막의 모텔
연극의 소품들은 큰 의미를 갖고 있지않아 보였지만,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었다. 걸려있는 다양한 액자들, 그러나 액자들은 프레임만 남아있고 내용물은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 중의 하나는 노인의 영원한 이상형이고 꿈 속에서는 오롯히 자신의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꿈 속에서만이지 실제는 아니다. 실제로 노인은 중간에 이런 말을 남긴다.
"꿈을 가만히 바라만 보면 실제지만, 실현하고자 하면 그것은 꿈이다."라고.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프레임만 걸려있는 것은 그 안의 내용물이 정형화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의 모텔. 허름한 모텔. 벤츠를 모는 사람들은 찾지도 않는 허름한 모텔은 상당히 위태위태해 보인다. 실제로 무대 밑을 막아놓지 않아 공중에 뜬 상태로 오픈해놔서 더욱 모텔이 불안해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텔은 메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결국 될 수 없다는 것. 메이와 에디의 불안한 관계와 서로 다시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 정착할 수 없고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메이와 에디의 운명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장소일 것이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메이는 연극을 보다보면 실제로 등장하지 않은 그녀의 엄마와 오버랩된다. 그녀의 엄마 역시 빨간드레스가 매우 잘 어울리는 여자[각주:1]였다고 한다.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던 그녀의 엄마와 메이의 모습은 묘하게 매치된다. 이는 빨간 드레스라는 메타포를 통해 더욱 쉽게 동일시 된다.
그렇게 보면 에디는 환상의 인물인 그의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로, 에디는 바람을 피고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마돈나로 지칭되는 여자와) 이는 노인이 에디의 엄마와 메이의 엄마사이에서 행한 것과 일치한다.
각자가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노인의 대(代)에서부터 내려온 관계는 메이와 에디에게도 스며들어 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인, 참 고약하다.
Fool for Love
결국 이들은 사랑에 대한 바보(Fool for Love)들이다. 자아의 대립일 수도 위에서 부터 내려온 운명의 대립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서로를 밀쳐낼 수 밖에 없는 슬픈 관계이다.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떠나는 메이. 메이가 떠나면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4000km가 아니라 더 멀리 떠난다 해도 언젠가는 에디는 메이를 찾고 이런일이 반복될 예감이 든다.
결국 노인은 가사대로 모래가 가득 담긴 모자를 쓰고 사막이 되어가며 연극은 끝을 맺는다. 노인은 사막이 되었지만, 에디는 사막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이 연극은 상당히 난해한 연극이었다는 점이다. 주제의식이 복잡하고 그 의도가 숨겨져있어서 해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전부 해석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배우만 보고 가볍게 보러왔다가는 쉬이 지루해지고 답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관람했으면 좋겠다.
연극을 보고 으레 행사인 치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여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역시어렵네요..^^; 아직 경험부족을 절실히 느낀 연극이었습니다.
아무튼, 레뷰에서 보내주셔서 재미있게 잘 보고 왔구요.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감사합니다.:)
레이니아였습니다. 숑!
여태 제게 클릭당 30원씩 던져주시고 어느날 문득 머그컵 하나 주셨던 레뷰에서, 무슨 바람이 부셨는지 제게 연극표를 덜컥 하사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연극 프론티어가 있길래 아무생각없이 등록을 하면서 날짜를 보니 8일. 제 생일이라 미리 선약이 잡혀있는 날이었습니다.
'에이, 뭐 안되겠지..'하고 취소하는 걸 잊고 살다보니
(어머나...)
이런 건 또 왜이리 잘 되는지...
아니아니, 왜 뽑아주셨냐는 건 아니구요.. (앞으로도 뽑아주시면 고맙습니다?) 이런 공교로운 타이밍에 뽑아주시니 참 뭐랄까.. 절 미워하시나 싶어서 말이죠.. ㅠ_ㅠ
그래서 뽑아주신 성의를 보아(?!) 약속 일정도 변경하며 대학로로 향했습니다!
(대학로 도착!)
(SM 아트홀입니다.)
(1시간 30분 전 매표소 오픈이라는 군요.)
그동안 저는 쿠린님과 함께 대학로를 싸돌아다녔구요.. (말복날 말이죠.. 싸돌아다닌 포스팅은 다음에 하겠습니다.) 적당히 싸돌아 다닌 후엔(?) 표를 받으러 갔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찍었어요^^;)
나름 일찍 수령받으러 갔다고 했는데 우측으로 치우친 좌석을 주더라구요. 쩝. 아쉬웠지만 별 수 없죠. 아니면 선착순으로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구요. 잠시 노닥거리다가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입장했습니다.
아 이놈의 연극 징크스는 정말..OTL
(무대가 잘 나오지 않았네요.)
시간에 쫓겨 조악한 사진실력으로 이리저리 비틀다 보니... 이모양이네요.. 크게 무대장치가 중요한 부분은 없었습니다.
연극 시작전 스텝(?) 한분이 나오셔서 재미있게 설명도 해주시고 도넛 쿠폰 1장과 끝나고 배우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경품(?)을 나눠줬는데요. 개인적으로 남명렬씨 좋아합니다. (하앍하앍)... 하지만 도넛 쿠폰이 더 땡겼던 1人으로써 아무것도 당첨안된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그럼 비루한 연극후기(?)를 본격적으로 남겨보겠습니다.
메이 : 김효진 씨 / 에디 : 조동혁 씨 공연이었습니다.
(편의상 평어를..^^)
※ 연극 내용의 일부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사막, 4000km
이를 그저 구석에서 방관만 하고 있는 노인. 그는 조언을 하기도 잡담을 하기도 하지만 방관하며 이 들을 지켜 보고 있다. 이들은 과연 무슨 이유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의 불안정한 균형아닌 균형은 마틴이라는 메이의 남자친구라는 사람이 개입함으로써 산산이 부서지고 마는데...
극본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연출
연극의 극본은 여러가지 상을 휩쓸었다는 평을 받았는데, 그에 비해 연극 무대는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배우의 연기는 그 다음문제지만, 연출자가 이 연극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에 대하여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작품만 보고서는 도대체 이 작품이 어떻게 상을 휩쓸었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극본을 구해서 다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족한 연기
남명렬 씨는 예전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 (그러고 보니 이 작품도 꽝!이었다.) 때 처음 뵈었는데 연기가 인상깊었었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노인은 모든 사건과 관계의 씨앗을 뿌린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환상의 존재이다. 마틴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메이와 에디의 눈에는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시야에 동일하게 비춰지는 지는 알 수 없다. 환상의 존재니까.
그러나 이 배역이 아무 의미 없어보이지만, 이 배역이 있음으로 인해 연극의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한다. 격한 감정의 무게를 적당히 잡아주었다고나 할까. 배역 뿐만 아니라, 배우의 차원에서도 남명렬 씨를 주축으로 다른 배우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점은, 내가 보는 남명렬씨가 등장한 연극은 왜 꼭 이렇게 실패를 하는 것일까..
그 다음에 맘에 들었던 배우가 마틴역의 박해수 씨다. 박해수 씨는 이전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서 봤었다. 하지만 조연이었고 그 연극에서 남자 조연들은 필연적으로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는 배경이라, 기억 저 멀리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면서 알게되었다. 코믹한 일면을 보이긴 했지만, 사실 크게 활동하지 않는 배역이었고 연기가 나쁘지 않았다.
조동혁 씨는 에디를 가장 극본에 맞게 연기한 배우라고 한다. 발성법에 대한 부분은 내가 다룰 수 있는 범위가 아니지만 초반엔 전달력이 떨어지는 대사를 읊었던 것 같다. 나중엔 감정선이 굵어지며 소리지르는 부분이 많아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익살스러운 부분과 진지한 부분을 비교적 잘 연기하였지만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김효진 씨는 이번에 가장 실망했다. 우선 발성이 제대로 안되서 대사가 충분히 뒤에까지 전달도 되지 않았으며, 소리를 지르는 부분이 숫제 악을 쓰는 것 같아서 듣기 매우 불편했다. 딱히 연극 전체가 감정이입이 안되기도 했거니와 배우가 연기를 하면서 같이 보는 관객을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연기한 것 같았다. 연기를 보면서 겉도는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또한 극중에 머리를 파묻는 모습이 눈에 띄었는데, 뭐랄까.. 뭔가 많이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다리를 양쪽으로 쭉 벌린채 머리를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자세였다. 뭔가 의미가 있는 몸짓인가 생각해봤지만.. 모르겠다. 그냥 매우 어색한 움직임중에 하나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자신은 상황에 몰입해서 감정선이 극도로 치닫는데, 관객은 왜 그 부분이 치닫는지 알지 못해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배우들은 수 없이 연습하였기 때문에 왜 그 부분이 감정선이 올라가야하는지 체득하고 있지만, 관객은 아니지 않는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불친절한 연출이 우선 첫번째 문제지만,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불친절하게 자신들만 납득하고 감정이 고조되는 것 같아서 그 감정을 따라가지 못해서 매우 어색하고 불편했다. 더군다나 김효진 씨는 커튼 콜 할때까지 연기가 스스로 실망스러우셨는지 아니면 감정이 제어가 안되셨는지 모르지만 표정마저 어두우셔서 괜시리 보는 내내 불편했다.
배우가 스타라면 확실히 입소문을 타고 오는 관객은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인기는 잠깐, 점차 냉정한 평가가 올라오고 나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오히려 더 손해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배우를 스타로 캐스팅하는 것은 좋다. 그리고 난 그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으나 적어도 관객과 같이 이야기를 진행하려고 하는 배우가 나오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무대가 좋다.
사실 연극열전을 많이 들어는 봤지만 실제로 공연을 본 것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뿐이다. 단적으로 <풀포러브>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놓고 비교해보았다.
이들은 둘다 스타를 캐스팅하고 있었다. '연극열전'에서는 배종옥 씨를 캐스팅하여 블랑쉬 역을 맡겼고, '무대가 좋다'에서는 아시다시피 트리플, 더블 캐스팅이 모두 스타로 이루어진 호화군단(?)이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도 배종옥씨가 더블캐스팅된 다른 분에 비해 대사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듯, <풀포러브>역시 스타들의 대사전달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더군다나 <풀포러브>의 주연의 많은 수가 연극무대가 처음이거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이들이 숙달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배종옥 씨가 맡은 블랑쉬가 주연이었지만 같이 연기를 맞추는 주연급의 스탠리나 조연인 스텔라 등은 이미 연극무대에 주로 오르는 연극배우였다. 블랑쉬의 연기가 만약 조금 불안정 했어도, 그에 못지 않은 주연급 배역이 있었고 다른 조연들이 연극을 탄탄하게 지탱해줬다.
반면에 <풀포러브>는 총 4인의 인물이 나오는데 연극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2명이 이미 연극무대에 오르는 사람이 아닌 TV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다. 남은 두 사람은 조연. 더군다나 <풀포러브>는 주연의 감정선이 교차되는 것이 연극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조연이 이들을 받춰주긴 조금 힘든 부분이었다.
당장 비교를 해보아도 '무대가 좋다'가 뭐랄까.. 조금 위험한 느낌이 들었다. 이 다음 연극은 '클로저'이다. 포스터를 살짝 훑어봤을 때 문근영이 나온다는데.. 글쎄...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된다.
연극열전 이후에 여러가지 비슷한 아류(?)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번 '무대가 좋다'는 조금 기대를 저버렸다. 앞으로의 클로저가 어떻게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영화 클로저를 연극화 시킨 것 같은데..) 클로저마저 이와 비슷한 양상을 띤다면 무대가 좋다에 대한 기대는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보적 관계
나는 이들의 관계가 단순히 인간의 대립이 아닌 자아의 개념에서 자아(ego)와 원자아(id)의 대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망에 충실한 에디는 모든 것을 걸고 4000km를 건너와 메이를 만난다. 메이는 에디를 사랑하지만 결코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를 보면 에디는 원자아에, 메이는 자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자아는 원자아와 함께 하고 싶으나 끊임없이 이를 밀쳐낸다.
함께하고 싶지만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상보적인 관계. 이것이 원자아와 이를 경계하고 제어하는, 아니 제어 해야만 하는 자아의 관계일 것이다.(여담이지만, 잠시나마 서로를 껴안고 하나가 되었던 메이는 결국 짐을 싸서 다시 떠나버리고 만다. 아마도 이러한 일은 반복될 것이다. 영원히.)
이들의 대립은 서로를 갈망하지만 서로를 밀쳐낼 수 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이 아이러니를 제공한 사람은 그들의 아버지인 노인이다. 노인은 모든 원인을 제공했지만 환상의 존재로써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방관자가 되어 극의 아이러니, 그리고 비극을 극대화 시키는 역할도 맡게 된다. 어찌보면, 이 노인의 존재도 아이러니 함.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사막의 모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프레임만 걸려있는 것은 그 안의 내용물이 정형화 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뜻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막의 모텔. 허름한 모텔. 벤츠를 모는 사람들은 찾지도 않는 허름한 모텔은 상당히 위태위태해 보인다. 실제로 무대 밑을 막아놓지 않아 공중에 뜬 상태로 오픈해놔서 더욱 모텔이 불안해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모텔은 메이는 정상적인 사람이 결국 될 수 없다는 것. 메이와 에디의 불안한 관계와 서로 다시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될 것이라는 것. 정착할 수 없고 떠돌아다닐 수 밖에 없는 메이와 에디의 운명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장소일 것이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메이는 연극을 보다보면 실제로 등장하지 않은 그녀의 엄마와 오버랩된다. 그녀의 엄마 역시 빨간드레스가 매우 잘 어울리는 여자[각주:1]였다고 한다.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던 그녀의 엄마와 메이의 모습은 묘하게 매치된다. 이는 빨간 드레스라는 메타포를 통해 더욱 쉽게 동일시 된다.
그렇게 보면 에디는 환상의 인물인 그의 아버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로, 에디는 바람을 피고 두 여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마돈나로 지칭되는 여자와) 이는 노인이 에디의 엄마와 메이의 엄마사이에서 행한 것과 일치한다.
각자가 일치한다고 생각하면, 노인의 대(代)에서부터 내려온 관계는 메이와 에디에게도 스며들어 이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인, 참 고약하다.
Fool for Love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게끔 떠나는 메이. 메이가 떠나면 다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4000km가 아니라 더 멀리 떠난다 해도 언젠가는 에디는 메이를 찾고 이런일이 반복될 예감이 든다.
결국 노인은 가사대로 모래가 가득 담긴 모자를 쓰고 사막이 되어가며 연극은 끝을 맺는다. 노인은 사막이 되었지만, 에디는 사막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점은 이 연극은 상당히 난해한 연극이었다는 점이다. 주제의식이 복잡하고 그 의도가 숨겨져있어서 해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고 전부 해석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배우만 보고 가볍게 보러왔다가는 쉬이 지루해지고 답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관람했으면 좋겠다.
연극을 보고 으레 행사인 치맥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여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역시어렵네요..^^; 아직 경험부족을 절실히 느낀 연극이었습니다.
아무튼, 레뷰에서 보내주셔서 재미있게 잘 보고 왔구요. (물론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감사합니다.:)
레이니아였습니다. 숑!
- 그녀 엄마의 빨간 드레스도 등장한다. 역시 여담이지만, 그 빨간 드레스가 문에 걸려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엄마가 목을 메고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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