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마누래꽃동산>을 보고 왔습니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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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레뷰(Revu.co.kr)의 프론티어로 선정되어 보게된 연극입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뷰님. 또 저를 굽어살피셔서 이렇게 9월달의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보십시오, 이 눈부신 모습을)
더군다나 이번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구태환 연출님이 연출을 맡아주셨습니다. 그래서 전 부푼 꿈을 안고 쿠린님과 함께 신사역에 있는 강남 동양아트홀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표도 찰칵)
(포스터입니다.)
(무대입니다.)
자, 그럼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연극에 대한 부족한 감상(?)을 또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편의상 존칭어나 경어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시작하는 연극은 강화도의 한 시골마을이다. 배우들이 조금은 생소한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강원도 사투리인줄 알았건만 후에 알고보니 강화도의 사투리란다. 강화도는 다리로 이어지기까지 섬이었으니 사투리가 남아있어도 이상치 않으리라.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 강화도의 어느 시골마을. 다리가 불편한 노인이 민들레를 캐서 버스를 기다리면서 연극은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내가 알고 있는 구태환 연출가는 후자에 속하는 역량좋은 연출가다. 사실 연극을 많이 보지도 않고 연출가의 역량을 판단하는 문제는 자칫 주제넘게 보일 수도 있으나, 이전의 보았던 <심판>에서 나는 큰 감명을 받았고 이른바 그의 팬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연출가가 맡은 작품인데 어찌 기대를 안할 수가 있으랴.
이번 연극에서는 몇몇 낯익은 얼굴이 눈에 보였다. 어디서 보았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심판>이다. 연출가가 배우들을 그대로 데려 온걸까, 연극에 등장하는 배우중 상당수가 <심판>에서 보았던 배우들이었다.
최씨 역할로 나온 이영석분은 <심판>에서 재판에 목숨을 걸고 있는 블록 역으로 나왔고 명숙 역할의 황세원 분은 하숙집 아주머니인 그루바하 역으로 젊은 김씨의 유우재분은 서기장 역할로 팔봉역의 허웅은 신사역할로 각각 <심판>에 등장했었다.
<마누래 꽃동산>에 나오는 배우가 총 9명인데 그 중 4명이 <심판>에서 나왔다면, 꽤 많은 수치리라. 이런 소소한 재미를 가지고 연극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연극의 깊이감을 논하기 위해서 우선 배우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마누래 꽃동산>의 배우들은 여지껏 봐왔던 연극 중 단연 수준급의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할 수 있다.
어느 순간 연극이라는 사실을 잊고 보게 된 것은 배경이 사실적이기도 하고 우리가 흔히 접해왔던 이미지로서의 배경을 잘 살려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자연스레 관객이 연극에 녹아들도록 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도 이를 뒷받침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배우들을 다시 보면서 ‘아, 이사람이 이렇게 분장을 했었구나.’라고 느낄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는 연극을 보는 순간만큼은 정말 박씨요 김씨, 최씨였다.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해보자. 위의 사진으로도 얼추 확인할 수는 있지만 여느 시골마을처럼 보이려고 많은 애를 썼다. 바닥에 흙을 깔아 놓은 점도 그렇고 닭 사료봉투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을 잘 해 놓았다. 또한 인상깊었던 무대장치는 비가 올 때 지붕에 설치해둔 분무기(!?)다. 비가 오는 것을 표현할 때 지붕에서 잘게 물을 뿌리는데, 사실 피할 비처럼 내린다기 보다는 그냥 분무기로 물을 쏘는 것과 다름없었지만, 그 정도로도 비가 온다는 표현은 관객에게 잘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또한 의도한 것인지 의도치 않은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무기로 물을 쏘는 것과 동시에 지붕 한 끝에서는 물이 실처럼 떨어지는데
(이를테면 이렇게.)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인상깊은 부분이었다.
후에 달맞이 꽃으로 분하는 바위에 핀 한줄기의 줄기역시 인상깊었다. 처음에 박씨가 맨 줄기를 들여다 볼 때는 ‘그냥 독특한 소품이겠거니’했는데, 후에 달맞이 꽃으로 나왔을 때 상당히 인상 깊었다.
오른편에 흙더미, 그리고 홀로 피어있는 민들레도 눈여겨 보고는 있었는데 나중에 그것이 무덤일줄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처럼 자세히 살펴볼수록 눈에 띄는 무대의 소재가 상당히 많았다.
<마누래 꽃동산>의 무대는 우리가 흔히 시골마을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여타 매체들을 통해서 접하곤 했던)를 훌륭하게 되살려 놓았다. 우리가 시골마을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소재, 그러한 영상 언어의 표본을 잘 잡아내어 무대에 구현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연스레 무대를 보면서 우리는 ‘어느 시골의 이야기겠구나.’라고 생각하는데 부담이 없다는 이야기다. 익숙해보이는 배경으로 인해 관객들은 더욱 연극에 깊게 몰입할 수 있게 해주며, 따라서 연극의 깊이감은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차양이라는 소재도 등장한다. 박씨가 춥다고 드러누웠을 때 명숙은 어머니(순자)가 집에 해가 많이 들어온다고 차양을 쳐 놨다고 말하며 차양을 걷어드릴까요? 하는 이야기를 한다.
우산과 차양을 한데 설명하는 이유는 이것이 ‘그늘’ 그리고 ‘그림자’라는 소재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늘이라는 소재는 흔히 어둡고 음침한 마이너스(-)적 소재로 흔히 해석되곤 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기에 <마누래 꽃동산>에서의 그늘은 마이너스적으로 쓰여지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늘. 즉 그림자는 결국 존재의 반증이다. 그림자는 무엇인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드리워지는 것이다. <마누래 꽃동산>의 그림자, 그늘은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한 안식처이자 특정한 인물의 존재감인 것이다. 이는 순자가 우산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더워도 사람지나다니는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는 부분이나 집에 햇살이 너무 강해 차양을 쳐 두었고 그 그늘 아래에서 박씨가 오한에 떨고 있는 부분에서 유추해낼 수 있었다.
결국 박씨가 오한에 떨었던 것은 단순히 아퍼서, 혹은 해를 쬐지 못해서가 아니라 순자는 없지만 남아있는 존재감에 몸을 떨 수 밖에 없었던 것이라 생각한다. 나아가서는 ‘우산’이라는 소재 자체가 순자와 연관이 지어진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는 순자가 평소에 우산을 펴고 나물을 팔았다는 것, 김씨와 함께 가기 전에 개집에 우산을 씌워주었다는 것. 나중에 박씨가 그대로 우산을 다시 개집에 씌워주었다는 것 등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저 멀리서 순자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닭에게 모이를 주고 개집에 우산을 씌워주고 집을 정리하고 천천히 집 밖으로 나가며 연극은 끝이 난다.
사실 처음에는 박씨가 요양원 등으로 떠나는 결말이라고 생각했다. 순자가 손짓을 하는데, 손등을 위로 하고 하는 손짓이라 ‘가라’의 의미로 이해하여 집은 순자 자신이 둘러볼테니 그만 미워하고 멀리 가라고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보면 순자가 떠나기 전 했던 행동을 그대로 답습한 후에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박씨도 순자곁으로 가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은 알 수 없지만 이야기를 듣고나니 후자가 더 나은 해석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이를 이해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리라.
연출도 훌륭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해서 딱히 흠잡을 데가 없는 연극이었다. 이들이 이뤄내는 슬픈 모습에 눈물이 절로 맺히는 연극이었다. 중간중간 코믹한 모습들도 녹아있었다.
다만 몇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연극이 흘러가는 구성이 너무 뻔하고 어찌보면 조금 작위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 또한 몇 개의 대사는 관객을 억지로 울리기 위한 감정을 쓸데없이 고조시키는 대사였던 것 같다.
그 외에, 연극을 보는 관객들에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연극에 몰입해서 보는데 다른 사람의 몰입을 방해하는 행위. 감정이 고조되는 장면에서 너무 큰 소리로 실소를 한다든지 하는 사람이 몇몇 있어서 연극을 보면서 반성해야할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오랜만에 즐겁게 연극을 볼 수 있었다. 눈물이 조금 났던 것 때문인지 연극을 본 다음에는 한결 후련한 마음으로 밖을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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