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어느 휴양지에서> - 웃을 수만은 없는 비극

Posted by 레이니아
2011.10.31 06:30 Culture/- 책(Book)
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책의 내용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느 휴양지에서
이명랑 지음, 뿔, 2010

웃을 수만은 없는 비극
  우습고 엉뚱한 이야기가 있다. 사람들이 기존의 상식과는 다른 행동을 해서 웃음을 유발하고 혼자 넘어지고 깨지고 골탕을 먹는 이야기. 그러나 이것이 리얼리티를 뒤집어 쓰게 되면 단순히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는데 <어느 휴양지에서>가 꼭 그러한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무거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날 눈을 떠보니 입영영장이 도착해있고, 내가 다녀온 사실을 증명하려고 해도 증명할 무엇도 남아있지 않는다든지, 아들이 사기를 당하고 오고 그 상황을 어떻게든 타파하려는 가장 등,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안좋은 상황을 겪게 되거나 겪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나 묘사등을 보면 마치 우스운 꽁트를 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워버리기 어렵다. 분명히 소설 속의 상황은 심각하고 무거운 삶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
   단편집이니 만큼 표현이나 주제가 조금 상이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독특한 표현의 소설을 읽어보면서 자연스럽게 '과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생겨났다. 작가는 과연 이 이야기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한 것일까?

  가장 처음에 수록된 '끝없는 이야기'가 개인적으로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서두에 말꼬리 잡는 옛날이야기가 등장하며 시작되는 소설은, 한가족의 안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게 된다. 마지막에 이르러 한가족의 마지막 안좋은 일은 다시 다른 가족의 안좋은 일로 등장하여 앞의 옛날이야기와 같이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구조가 생성되고 만다.

  이 충격적인 단편부터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후 내가 생각한 결론은 '결국 현실이다.'라는 점이다. 설명을 보태자면, 아무리 안좋은 일이 생기고 인생이 불행이라는 수렁에 빠져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이는 결국 우리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라는 것이고, 우리는 구원이나 다른 무엇도 없는 처참한 현실을 두 눈으로 직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사실적인
  언어 유희 등을 사용하여 소설의 현실감이 사라지는 것 같으면서도 오히려 이 때문에 현실감이 두드러져 보인다. 어떻게 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은 일'들이 우리 눈 앞에서 벌어지곤 한다. 이 '웃기지도 않은 일'도 결국은 우리가 살고 있는,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진 주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소설 자체는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어쩌면 우리에겐 너무나 사실적인, 불편한 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분명히 우리 눈 앞에서 펼쳐져왔고 펼쳐진 현실이자 진실이다.

  소설은 즐겁게 읽었지만 다 읽고나니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해져서 이 작가의 소설을 다시 집기까지는 내게 조금 시간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직시는 필요하지만 잔인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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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현실이 갑갑할 때는 가끔 판타지로 빠지는 것도 좋건만...(내가 꼭 그렇다는 건 아니구... 응? ㅋㅋ)
    • 나... 나름 사실성이 깊게 반영된 소설입니...(응?)
      제가 책 읽는게 판타지라 생각하신다면.... 사실입니다!ㅋㅋㅋ
  2. 본격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로군요.. 그나저나 영장 2번이라니 엄청 끔찍하게 와닿습니다 =ㅁ=..
    • 이보다 끔찍한 일은 아마 없겠지요...(...)
      충격과 공포의 사건입니다 으하하하...(...)
  3. 저도 윗분처럼 글을 읽다가
    입대영장이 또 나왔다는 글에,,ㅎ
    헐~하게 되네요~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 끔찍하죠? 남자에겐 정말 끔직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4. 아들이 사기를 당해오면 그 상황을 어떻게 타파하는지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해당 소설에서는 재개발에 대한 조롱까지 담겨있었던 터라
      땅을 팔고 선금을 받아 사기당한 금액을 메꾸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역시 그 땅을 판 것도 문제가 생기게 되구요 ^^
  5. 워찌된것이 저는 소설속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게 아닌데...여엉 맘에 들지 않는 인생을 길길 헤매고 다니고 있지요. 차라리 소설이라면...
    • 소설은 지어낸 이야기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진실이죠.
      그렇게 놓고 보면 우리 삶도 결국 소설과 별 다를게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소설보다 말도 안되는 일들이 뻥뻥 터지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