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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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송
프란츠 카프카 지음, 문학동네, 2010
연극의 텍스트
그리고 한참을 돌고 돌아 겨우 구매하게 된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 이 책을 읽고 처음 느낀 점은 ‘아, 연극을 정말 잘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었다. 지금 쓰고자 하는 글이 ‘텍스트’에 관한 이야기므로, 길게 이야기하진 않지만 텍스트의 느낌과 내용을 빼먹은 것 없이 정말 잘 옮겨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가해한 소설
요제프K는 그의 서른살 생일날. 감시인들과 법원에 보낸 관리를 통해 자신이 ‘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렇게 소설은 주인공에게 일방적으로 ‘현상’을 제시하며 진행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나름의 구성을 가지고 진행되지만, 돌이켜보면 결국 불가해한 일의 연속이다. 이는 ‘소송’이라는 현상 자체가 불가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불가해한 소설 속 현실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짚어내기란 쉽지 않다. 작품은 독자가 해석하기 나름이라지만, 다양한 해석의 갈래 속에서 대부분 우왕좌왕하며 결국 어느 확정적인 해석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텍스트. 그것이 바로 <소송>일 것이다.
Sein, 나는 실존하는가?
지난 연극리뷰에도 살짝 언급한 내용이지만, 독일어로 Sein은 ‘있다’의 의미도 있지만, ‘~에 속해있다.’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 뿐인가, 인간(人間)이란 말은 곧 사람과 사람사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인간의 존재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인정받는다고 할 수 있다.
다시 소설의 내용을 보자, 요제프K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인적, 물적 환경)가 ‘소송’의 존재로 인해 흔들리고 뒤틀리며 해체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위에 적용시켜 보면, 요제프K의 존재가 해체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즉, <소송>에서 요제프K는 자신의 실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며, 우리는 이 과정을 통해 인간의 실존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미완성의 세계
카프카는 이 작품을 쓰면서 책의 서두와 결말을 미리 정한 상태에서 중간에 살을 채우는 방식으로 진행하여, 조금은 부족하지만 오롯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었다. 김연수와 같은 작가는 결말을 미리 정한상태에서 소설을 쓴다고 하지만, 실제로 결말을 정하고 소설을 쓰기가 쉬운 작업은 아니다. 카프카의 이러한 작업, 그리고 미완성의 원고는 이 소설을 더욱 부조리하고 확정적 해석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 이제 책을 펼쳐들고 요제프K의 투쟁을 지켜보자. 당신은 어떤 확정적 해석을 할 수 있겠는가?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 연극, <심판> - 부조리한 현상과 맞닥뜨리다.
- 연극,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을 보고왔습니다.
- 책,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정말?
-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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