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셜록 홈즈 - 즐거운 뮤지컬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셜록 홈즈
노우성 연출, 송용진, 김도현, 안재모, 김은정, 박혜나, 이주광, 테이, 이충주 외 출연, 2014
레이니아입니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고 온 후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제가 아닌 지인이 초대받아 저는 덤으로 다녀온 후기인데요. 지인을 잘 두면 이런 기회도 생기는구나 싶어요. 저야 언제나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지요.
이번 포스트는 그리하여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하는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을 보고 온 후기입니다. 가볍게, 또 즐거이 보고 온 뮤지컬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연강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은 두산 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상연 중입니다. 두산 아트센터, 특히 연강홀은 다른 기회로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뮤지컬 '스팸어랏'을 보고 왔었습니다. '스팸어랏'과 관련된 후기는 아래 글을 참고해주세요.
뮤지컬 '스팸어랏'이 연강홀에서 상연하게 된 이유로 '대극장과 비슷한 시설을 갖추었으면서, 동시에 대극장처럼 크지 않아 관객과 함께 호흡하기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요. 그때의 이야기가 인상에 남아 지금도 연강홀에서 상연하는 공연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공연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만, '스팸어랏'은 1층에서 관람했다면 이번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은 2층에서 관람했다는 차이가 있겠네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1층과 2층에서 관람하는 차이가 생각보다 두드러져서 저는 놀랐습니다.
(두산 아트센터, 재탕 사진이네요 ^^;)
2층에서 듣는 노래가 너무 울려서 '연강홀 음향시설이 이렇게까지 안 좋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위적인 공간감을 집어넣은 소리를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막귀라 크게 신뢰하기 어려운 평가고, 또 저도 금세 둔감해지긴 했지만요. 아무튼, 소리가 좋다고 평하긴 조금 어려웠습니다.
2층의 1, 2열은 무대가 가려서 자리를 주지 않은 것 같은데요. 3열도 살짝 잘리는 자리였습니다. 저도 지인 따라간 거라 자리 가지고 투정(?!)부릴 수 없다는 거 알지만, 돈을 내고 간다면 1층을 고려해봤을 것 같습니다.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이 무대장치 같은 걸 봐야 하는 뮤지컬은 아니었으니까요. 개인적인 취향입니다만...
배우의 호연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다들 유명한 배우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봤던 회차에 나온 제인 왓슨 약의 박혜나 배우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주연인 엘파바 역을 받았었는데요. 심지어 제가 봤었더라고요. 초록 분장을 한 모습과 아닌 모습 사이의 간극이 커서 미처 제가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아담/에릭의 1인 2역을 소화한 이주광 배우도 다른 뮤지컬에서 나왔었다고 하더라고요.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캐스팅 목록엔 가수 테이도 있었습니다. 제가 본 회차에서 아담/에릭을 무척 인상 깊게 봐서 다른 회차의 다른 배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되었습니다.
남자인 왓슨 박사가 균형을 맞추기 위함인지 여자인 제인 왓슨으로 변했는데요. 원작과 다른 어색함을 이겨내게끔 한 것이 바로 박혜나 배우의 호연이 아닐까 합니다. <위키드>에서는 개인적으로 김보경 배우에 밀려서 제게 인상이 흐릿합니다만,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에서는 그 누구보다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생각합니다.
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다 보니 배역마다 역할이 굉장히 집약되어있는데요. 그래서 배우의 역량이 눈에 들어오는 뮤지컬이었는데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역량이 무척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눈여겨 본 배역은 앞서 말한 아담/에릭과 제인 왓슨이었고요.
원작과 구성
저는 셜록 홈즈를 무척 좋아하는데요. 그래서 설마 연극을 보자마자 내용을 모두 눈치챌까 걱정하며 공연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혀 모르는 내용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원작인 '셜록 홈즈'에서 배경이나 인물 등 몇 가지 요소만 따오고 나머지는 창작한 뮤지컬이라 합니다.
원작 팬에게 익숙할 수 있는 요소와 낯선 요소가 혼재된 느낌인데요. 뮤지컬 초반에 '춤추는 인형'사건을 짧게 넣어 셜록 홈즈를 소개하며 동시에 셜록 홈즈의 원작 팬에게 익숙함과 향수를 주는 시도는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영국 드라마, '셜록'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자꾸 영국 드라마 셜록이 오버랩되어보였다는 점입니다. 영국 드라마인 셜록도 무척 좋아하지만, 이 이미지가 '셜록 홈즈'를 대표하지 않을 텐데,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에서 등장한 몇몇 인물의 이미지나 설정, 그리고 연출 방식 등에 어떤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된 이야기지만, 저는 작년에 동명의 연극을 보고 한 해를 우울하게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등장한 셜록홈즈는 스타일리시를 표방한 경박함을 보여주었는데요. 이번에 보고 온 셜록 홈즈 역시 이와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줘서 좀 더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런 가벼운 이미지의 셜록밖엔 괴짜를 설명할 수 없는 걸까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네요.
(자꾸 이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구성에 관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극복할 수 없는 문제로 범인을 너무 금세 알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도 적은 데다가 중요한 배역은 정말 한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뮤지컬의 행방과는 별개로 범인을 너무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데요. 이는 구조상의 한계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요. 그래서 2부 시작과 동시에 범인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 방식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멋진 연출과 좋은 호연으로 즐겁게 보고 온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이었습니다. 특히 세련된 연출이 돋보였는데요. 단순한 추리를 넘어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게 된 동기를 짚으며, 다른 주제까지 함께 다룰 수 있었던 건 좋은 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넘버...자체는 귀에 익는 게 없네요.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이 한 두 곡 정도는 있기 마련인데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에서 제 마음에 드는 넘버링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군데군데 혹평(?!)을 좀 하긴 했지만, 꽤 괜찮은 공연이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좋은 자리에서라면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입니다. 캐스팅은 무척 만족스러운 회차로, 저와 같은 구성을 기꺼이 권하겠습니다.
그럼 뮤지컬 <셜록 홈즈 - 앤더슨 가의 비밀>의 조금은 장황한 포스팅의 레이니아였습니다. 이상하게 문화생활과 관련되면 글이 장황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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