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치원 해문이' - 욕망의 끝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연극의 내용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치원 해문이

박상현 연출, 이철희, 김정호, 최지연, 황미영, 이영석, 김문식, 박상윤, 이동영 등


  레이니아입니다. 또 연극 리뷰입니다. 또라고 하니 굉장히 자주 올리는 것 같습니다만, 실제로는 자주 안 올리는 글이죠. IT글에 집중하면서 문화생활 글은 자연스럽게 위축된 느낌인데요. 요새는 자비를 들여 연극을 보러 가는 일이 줄어들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초대받은 연극입니다. 벽산희곡대상을 수상한 <조치원 해문이>가 그것입니다.

  서울역에 있는 국립극단 백성희 장민호 극장에서 막 막을 올린 <조치원 해문이>를 보고 왔습니다. 130분의 긴 연극을 재미있게 보고 왔는데요. 어떤 연극인지 짧게 감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햄릿 그리고 조치원 해문이

  마흔, 아니 서른 일곱 살이 되도록 ‘받아주지 않아서’ 연극도, 상경도, 군대도, 결혼도 못 한 해문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해문 아버지의 성국은 유령의 모습으로 해문 앞에 나타나고, 해문은 어째서 아버지가 나왔는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이장으로 성국의 동생인 만국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해문은 아버지의 죽음에 의심을 품게 됩니다.

  <조치원 해문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이 연극이 사실은 <햄릿>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햄릿>을 인식하게 되면서 배우와 배우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연극은 어떻게 끝날 것인지 예측하게 됩니다.


  <조치원 해문이>는 끊임없이 이 연극이 <햄릿>과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을 호소합니다. 주인공인 해문이가 ‘햄릿’이라는 사실도, 여자친구인 오피리가 ‘오필리아’라는 사실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는 해문이가 <햄릿>의 대사를 읊조리는 부분까지 등장합니다. 심지어 과거 연극을 했던 형이 해문이 고향으로 내려와 연극을 상연하는데요. 그 연극이 <햄릿>입니다.

  <햄릿>을 내화(內話)로 설정하며, 동시에 외화(外話)인 <조치원 해문이>가 햄릿과는 다른 ‘현실’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햄릿>에서 햄릿은 작은 아버지인 클로디어스에게 <쥐덫>이라는 연극을 통해 클로디어스의 행동을 확신합니다. 그 <쥐덫>이라는 연극의 역할을 <조치원 해문이>의 <햄릿>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욕망

  <햄릿>, 그리고 <조치원 해문이>를 이루고 있는 핵심은 욕망입니다. 욕망은 모든 이야기의 원인이 되죠. 그런 의미에서 공간적 배경인 조치원은 욕망을 표현하고 적절한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늙은이들만 남고, 농사는 하는 대로 손해 보는 이곳은 죽음에 가까운 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종특별자치시 선정 소식에 따라 조치원은 이들의 뜻과 상관없이 땅값이 치솟습니다. 그리고 치솟는 땅값은 욕망의 다른 이름입니다. 욕망이 조치원에 모이며, 있던 사람들도 차츰 숨겨놓은 욕망을 감추지 않아도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여기서 만국은 이장으로 취임합니다. 욕망을 가장 가감 없이 보여주는 인물인데요.

  포스터에서도 만국의 모습이 더 많이 등장하듯이 <조치원 해문이>의 주인공은 알고 보면 만국일지도 모릅니다. 햄릿에서는 마찬가지로 권력욕에 클로디어스가 형을 살해하는데요. <조치원 해문이>에서는 만국이 ‘왜 이런 행동을 해야 했는가?’에 대한 답으로 ‘사랑과 관심의 결여’를 제시합니다.

  성국의 영혼이 오피리에게 내려와 오피리의 입을 빌려 만국을 꾸짖습니다. 만국은 자신이 어렸을 적 외면받은 상처가 아물지 않아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권력욕과 같은 욕망이 관심을 갈구하는 데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은 타당합니다. 다만, 생각했던 것보다 만국의 행위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여 오히려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욕망은 쌓이고 쌓여, 점차 방향성을 잃고 무작정 전진만 거듭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모인 마을 잔치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절정에 이른 욕망은 모두를 무(無)로 돌려버립니다. 욕망의 끝은 허무함밖에 없다고 했던가요. <조치원 해문이>의 마지막 춤판은 그러므로 허전하고 쓸쓸합니다.

  만국은 늘 주변에 ‘여기가 세종시만 되면…’이란 말을 즐겨합니다. 세종시를 위해 기꺼이 잔치도 열고,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데요. 과연 세종시가 이뤄지면, 모든 것이 끝나고 행복해졌을까요? 아마,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삶이라는 흐름이 ‘세종시’ 하나 때문에 크게 바뀌진 않았을 것입니다. 물질적인 행복이 결코 인간의 상처를 낫게 하진 않습니다.

  해문이, 권력욕에 눈이 멀은 만국, 해문이를 지키려는 언년, 친구들과 마을 사람들… 풍에 걸린 세익이 모두 욕망의 희생자며,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러한 욕망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모여든 욕망이라는 사실은 이 연극을 더욱 씁쓸한 연극으로 만드는 요소입니다.




  꽤 긴 연극이었지만,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 많은 내용을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옮기지 못함이 아쉬웠는데요. 국립극단 백성희 장민호 극장에서 상연하고 있으며, 앞으로 열흘정도 상연일이 남았습니다. 좀 더 생각을 해보고 싶으나, 더 지체되면 상연이 끝난 후에야 글을 쓸 것 같아 조금 서둘러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연극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여기저기 빵빵 터질만한 내용이 들어있으니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간단히 정리한 연극 <조치원 해문이>의 후기였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위 연극을 추천하면서 컬처버스로부터 연극 표를 제공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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