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극적인 하룻밤> - 그놈의 연어초밥 때문에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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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16일, 두번째로 소개드리지만 매번 말랑말랑한 연애포스팅으로 제 가슴을 절절히 흔들어 놓으시는 블로거 버섯공주(http://mushroomprincess.tistory.com/) 님께서 여신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서 대학로에서 <극적인 하룻밤>이라는 연극을 보러 갔습니다.
마침 그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카메라를 두고 갔더라구요, 그래서 찍어놓은 사진마저 없는 이 슬픔...(...)
(남은 것은 표사진 겨우 한장)
그래도 이런 저런 이미지들을 구해서(여담이지만, 극적인 하룻밤이라고 구글 이미지 검색을 했더니 버섯공주님 사진이 나오이다...), 힘빼고 가볍게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결혼식, 그리고 연어초밥
알고보니 시후는 결혼하는 남자의 옛 애인이었던 것. 시후는 행패(!?)를 부리다 정훈에게 하룻밤만 같이 자자는 요청을 하는데..
(출처 : 싸이월드 클럽 '극적인 하룻밤')
집중력있는 연출
가령 처음에 결혼식을 관객을 뽑아서 책을 증정하는 이벤트 겸, 주의사항 안내를 위한 환기차원에서 실행하며 곧바로 연극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장소를 이동할 때, 벽에 천을 걷고 다시 세트를 올리고 조명의 전환으로 진행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했음에도 비교적 암전시간이 상당히 짧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역시 영민한 연출의 효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위트있는 부분도 많이 눈에 보였는데, 암전(그리고 함께 자는(!?)소리가 나오는 장면)에서 일부러 중간에 파란 조명을 켜서 배우들이 바쁘게 세트를 점검하면서 보이는 모습, 그리고 맞아 떨어지는 대사는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나가는 구성이었고 보드게임을 하면서 엉키는 몸이 자연스럽게 춤으로 연결되고 다시 침대로 이어지는 설정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분이었다.
호연
내가 본 정훈 & 시후는 민준호, 윤정선분이 등장하는 연극이었다.(해당 배우는 바로 위에 첨부된 그 배우다.) 연극을 잘 보고 돌아가서 팜플렛을 뒤적거리다가 민준호 분 밑에 '연출작'이라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고 조금 의아해 했었는데, 이럴수가. 실제 연출을 본 연극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다시. 연출을 본 연극이 있었다기 보다는 이정도면 연출가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자세한 자료를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2008년 소개에 극단 '간다'의 상임연출이 이 민준호분, 그리고 연출로 등장한게 이 <극적인 하룻밤>의 연출가 이재준씨다. 연극과 극단에 조예가 없는티가 팍팍 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척 놀랐다.
이들의 연기는 오버스럽지만 재미있고 억지스럽지만 유쾌하다. 오버스러움과 억지스러운은 이들이 처한 '말도 안되는' 상황 때문이므로, 결과적으로 이들의 연기는 재미있고 유쾌함으로 가득하다. 윤정선분의 어찌보면 천진난만한(!?) 연기도 무척 좋았지만 민준호분의 연기가 참 좋았다. 능글능글한 나이많은 아저씨(..라고 하기엔 좀 슬프지만)역을 정말 능청스럽게 잘 연기한 것 같았다.
(민준호 분) |
(윤정선 분) |
(출처 : 싸이월드 클럽 '극적인 하룻밤')
사랑 그리고 그 이상?
주인공 정훈과 시후는 어찌보면 옛 연인들의 결혼으로 인하여 같은 시기 같은 절망과 같은 패배상황에 직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패배감이 그들을 엮게 된다. 이른바 패배자의 연대랄까? 이들이 엮이게 된 것은 패배감(혹은 그러한 상황)이 기저에 깔려있지만, 직접적인 것은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육체적 관계에서 얼마만큼의 의미를 찾아내어야 하는가?
혹은 의미를 찾을 수 없다면, 육체적인 관계는 더이상 남녀 서로간에 무엇도 나누지 않는, 의미가 절개된 단순한 행동이란 말인가?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이 둘의 교제가 성공하게 되는 것도 상당히 우습고 그들이 말하기를 '놀고들 있네.'할 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교제를 시작한다. 이들이 교제를 시작하는 것이 패배감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그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 그리고 사랑을 나눈다고 표현되는 그것. 사랑하기는 어려운데 사랑을 나누기 쉽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함 그 자체다. 사랑을 나누는 것에 정말 사랑이 담기고 나누는 매개체적인 그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연극을 다 보고 나오면서 문득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결국 그들은 사랑한다. 앞으로 얼마나 아플지, 혹은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우리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의 아프게 시작한 사랑이 좋은 결실을 맺길 희망할 뿐이다.
마치며..
그리고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엇나감을 아쉬워하고 재회를 반기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평일 조금 무리해서 보게 된 연극이지만 말랑말랑하고 가볍고 그리고 결과적을 기분좋은 결말을 맞이하여 즐겁게 극장을 나설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한번 귀중한 연극표를 주신 버섯공주님께 감사를 드리며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버섯공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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