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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영화, '설국열차' - 모호한 위치와 모호한 영화

  • 2013.09.09 06:30
  • Culture/영화(Movie)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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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외 주연, 2013.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설국열차>의 후기를 남겨보고자 합니다. CJ E&M에서 많은 투자를 해서 현재 CGV에 공격적으로 스크린 수를 채웠었는데요. 빠른 속도로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연일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었는데… 지금은 어떤 기록으로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개봉하자마자 재미있게 보고 왔는데요. 짧은 감상을 나눠볼까 합니다.



우화(寓話)

  얼어붙은 세계를 1년에 한 바퀴 달리는 설국열차. 많은 분이 생각하신 것처럼, 설국열차라는 공간은 우리 삶과 사회의 다른 모습이고 <설국열차>는 결국 한 편의 거대한 우화(寓話)입니다. 꼬리칸에 ‘무임승차한’ 사람부터 이코노미, 그리고 일등석에 있는 사람까지… 각각의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계급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꼬리칸의 커티스가 혁명을 시작하면서 <설국열차>의 이야기는 진행되는데요. 이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에 대한 대답이 아마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혁명은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리게 됩니다. 커티스, 그리고 남궁민수의 혁명인데요. 커티스가 기차 칸 내부의 혁명이라면 남궁민수는 기차 칸 밖으로 나가는 혁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영화는 내내 커티스의 혁명을 따라갑니다. 그러나 커티스의 혁명은 기차(시스템)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보입니다. 그리고 커티스는 티미와 앤디를 보고 시스템 내부의 혁명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되죠.

(커티스)


  그리하여 커티스의 혁명은 최종적으로 기차 칸을 나서는 혁명으로 이어지며 결국 끝이 납니다. 그리고 요나와 티미가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혁명은 그 이후의 결말이 어찌 되었든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알리죠.

  감상 초반부터 스토리를 언급하는 이유는 우화에 관하여 이야기하기 위함입니다. 우화는 빗대어 풍자하는 게 핵심인데요. <설국열차>는 설국열차와 사회를 훌륭하게 빗대었으나 풍자에까지 이르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풍자 특유의 은근한 맛이 없기 때문인데요. 쉽게 말하면 ‘너무 가르치는’ 영화가 되어버렸다는 겁니다.

  영화가 관객에게 직설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관객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답까지 제시해버린다면 영화가 가진 주제의식이 무너지고 맙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설국열차>는 놓치고 있다고 봅니다.


불친절한 영화

  그리고 영화는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인터뷰 등을 찾아보면 여러 가지 여건상 편집되어 그렇다고 하지만, 천천히 곱씹어보면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서 영화는 불친절한 영화에서 불충분한 영화로 이동하게 됩니다.

  매우 많은 요소가 불충분하고 그걸 제가 미처 다 짚어내지 못한 것도 많지만, 한 번 보고 온 상태에서 짚어보면요. 우선 첫 번째로 요나의 능력입니다. 이 부분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언급한 적도 있는데요. 실제 청각이 예민하여 청각을 시각화[각주:1]할 수 있다는 게 요나의 능력이지만,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히 투시능력이 있으려니…로 마무리되고 맙니다.

  그리고 설국열차 자체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윌포드 인더스트리에 대한 설명이나 설국열차가 어째서 생겨났는지도 설명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었어요. 설국열차가 우리 사회에 대한 알레고리고 그러므로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는지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조금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의 인물들에 대한 설명도 마찬가지였어요. 커티스의 이야기로 얼추 설명되는 부분도 있지만, 남궁민수나 요나의 존재. 이들은 어떻게 담배를 가지고 있었는가도 의문이었고요. 남궁민수 부녀가 감옥에 갇혀있는 기간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감옥에 언제 갇혔길래 매년 남궁민수가 창 밖을 볼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크로놀 중독으로 갇혔으나, 앞칸의 사람들은 다 크로놀 중독…인 점도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끌고 가면 기차 칸도 생각보다 적었고 비현실적이었습니다. 해수(海水)는 어떻게 구하며부터 시작해서 교실이 기차 칸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든지요… 여러 가지 구멍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위치

  <설국열차>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우화이되 우화의 은근한 맛은 없고, 불친절하되 불충분하고, 블록버스터인 것 같은데 감독의 색이 너무 강하고, 감독의 색이 너무 강한 것 같은데 불필요하게 친절합니다. 이를 부채질하는 것은 유감스럽게도 마케팅인데요. 이러한 현상이 종합적으로 모여 <설국열차>를 난해한 위치로 몰고 갑니다.

  그리고 <설국열차>의 난해한 위치는 관객의 평을 극단적으로 나뉘게 하죠. 많은 호불호가 갈리는 영화 중에서 <설국열차>만큼 평가의 스펙트럼이 넓은 영화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모두 영화의 성격이 모호한 부분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개봉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나 쓰기가 좀 민망하기도 했는데요. 무려 개봉하자마자 잘 보고 와서는 이제 와 글을 쓰려니 상당히 민망합니다.

  그래도 올해 본 영화 후기를 전반적으로 늦게 남기고 있으니 그 트렌드에 발맞춰 늦게 남긴다 생각해주세요…(…) 그럼 지금까지 매우 뒤늦은 <설국열차> 후기의 레이니아였습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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