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소니 a9가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이유는?
지난주 소니 코리아에서 플래그십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a9(알파 나인) 카메라를 출시했습니다. a9의 출시소식은 충격이면서, 한편으로는 짐작했던 바이기도 한데요. 이는 소니 카메라의 제품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플래그십 바디는 9라인(a990, a99...)이고, 중급기는 7, 보급기는 5... 등으로 내려가고 그사이를 짝수 넘버가 메우는 형태의 규칙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a7이 공개된 이후부터 a9에 관한 끝없는 루머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랜만에 소니 코리아의 초대로 a9 출시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이 소식을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소니 a9의 가격
먼저 소니 a9의 가격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소니 미러리스 카메라 중 최고급 제원을 갖췄고, 이는 타사 플래그십 바디와 비견될 정도라 가격도 타사 플래그십과 비슷한 가격대가 되리라 예상했습니다. 결과는 519만9천 원에 책정됐는데요.
이야기만 들으면 정말 비싼 카메라입니다만, 카메라의 요소를 좀 더 따져보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그렇게 합리적이라는 걸까요? a9의 특징을 살펴봐야겠죠?
'재빠른' 카메라
소니 a7이 처음 출시될 때, 기존 바디의 55%에 불과한 부피를 보고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성능에 관한 의구심이 따라붙었는데요. a7은 '작고 가벼운 점만이 유일한 장점인가?'에 관한 답변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니가 내놓은 대답은 a7r 시리즈와 a7s 시리즈입니다. 사람이 볼 수 있는 것 이상을 볼 수 있는 초고해상도 카메라 a7r2, 그리고 사람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초고감도 카메라 a7s2였습니다. 이걸로 모든 사진을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하지만 아직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닿지 않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순간과 순간, 찰나의 시간을 담아야 하는 부분에서 여전히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이 부분을 짚어주는 '속도'에 집중한 카메라가 바로 소니 a9입니다.
빠른 속도가 필요한 사진은 크게 프레스 사진이라 불리는 운동 경기나 행사 사진, 그리고 야생 동물 등이 움직이는 찰나를 담는 다큐멘터리 사진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 카메라 시장은 기존 DSLR 카메라 회사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소니 a9은 바로 이 시장을 노리고 제작한 카메라입니다. 빠른 이미지 처리 기술과 셔터 스피드, 동체 추적 기능은 찰나를 더 아름답고 정확하게 담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이 사진은 격렬하게 움직이는 태권도 공연 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태권도 선수가 전력으로 뛰어 도움닫기를 하는 장면인데요. 최대 1/32,000초의 셔터스피드를 갖춘 전자식 셔터, 초당 20연사를 촬영할 수 있는 빠른 연사, a7r2 대비 이미지 처리속도 1.8배 향상과 같은 강력한 성능이 뒷받침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기계식의 한계를 뛰어넘은 카메라
a9의 특징 중 하나는 기존 기계식 DSLR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입니다. 기계식 DSLR은 태생이 물리적인 부품의 이동을 통해 사진을 촬영하므로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게 미러박스에서 셔터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블랙아웃 현상입니다.
또한, 기계식 셔터의 소음과 진동도 문제가 되고요. AF센서의 동체추적 성능, 광학식 뷰파인더 또한 물리적인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기존 카메라는 좀 더 부품을 정밀하게 만들고, 완성도를 높여 이런 문제를 해결했는데요. 아쉽게도 이는 '물리적 한계'에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a9은 이를 완전히 달라진 이미지 센서를 통해 바꿔냈습니다. Exmor RS라고 불리는 이미지 센서인데요. DRAM 적층형 이면조사 센서로 센서 중 한 층에 메모리를 넣어 빠른 처리 속도를 갖추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뷰파인더의 블랙아웃을 제거하고, 전자셔터를 통해 무소음, 무진동 셔터를 이뤄냈습니다. 또한, 빠른 이미지 처리 속도를 기반으로 실시간 60fps 초고속 AF 추적 기능을 구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실시간으로 결과물을 예측하는 뷰파인더까지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버퍼메모리가 최대 6배 향상돼 사진을 연사로 담아내면서 계속 사진을 저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jpeg 기준으론 최대 362장. raw 기준으론 241장까지 연속으로 저장할 수 있게 됐다고 하네요.
아예 설계를 바꿔버리면서 기계식 카메라의 한계를 벗어나 버렸는데요. 이렇게 바뀌면서 다큐멘터리와 같은 프레스 촬영에서 이점이 빛나게 됐습니다.
바로 셔터 찬스의 확보입니다. 일반적으로 골프에서 티샷하거나 육상에서 출발지점 사진은 촬영할 수 없습니다. 셔터 소리가 선수를 방해하기 때문인데요. a9은 무소음, 무진동 촬영을 지원하므로 이런 순간에서도 조용히 사진을 담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한적인 셔터 찬스를 대폭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살펴봤다시피 빠르고 정확한 포커스는 핀 나간 사진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얼굴, 눈을 인식하는 Eye-AF 기능은 전작인 a7r2보다 더 강화됐는데요. 30% 더 빠르고 정확하다고 합니다. 동체추적 기능과 더해 매 순간 얼굴을 놓치지 않고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연 중간중간 마구잡이로 누른 사진에서 얼굴은 또렷하게 잡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AF 영역도 살펴봐야 하는데요. AF 커버리지가 전체 화면의 93%를 덮고 있어 어떤 구도로도 얼굴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 기능으로 이른바 'A컷'을 더 건질 수 있게 됐습니다. 순간과 순간 사이를 정확히 짚어낼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소니 a9은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갖췄습니다. 타사의 플래그십 제품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데요. 그러면서도 타사 풀프레임 DSLR 대비 무게는 약 55%, 부피는 35%에 불과하고, 가격은 최대 2백만 원 이상 저렴하다 보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단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프레스 카메라를 미리 운용한 사진 기자분은 프레스 바디 제작의 경험이 적어 아직 워크플로우가 부드럽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인터페이스의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평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니만큼 앞으로를 기대해봄 직하다고 했습니다.
현재 많은 프레스에서 플래그십 바디로 기존 기계식 DSLR을 쓰고 있습니다. 연관된 장비가 많아 아직 섣불리 소니 a9을 선택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런데도 소니가 a9을 선보이고 프레스 영역에 한 발짝 발을 내디딘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니의 이 작은 발걸음이 카메라 시장을 뒤흔들 단초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조금은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카메라 구경 잘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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