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심판> - 부조리한 현상과 맞닥뜨리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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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심판
구태환 연출, 2010
구태환 연출, 2010
사실 연극을 관람한 시기는 조금 지났군요, 지난 5월 4일날 연극을 보고 왔습니다. 사진이 있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어쩜 그렇게 사진은 단 한장도 안찍고 다녀왔는지.. 다음날부터 이런저런 바쁜일이 많아서 조금 급하게 보고 오느라 챙길 정신이 없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소 생각했던 것보다 차가 너무 막혀서 저녁도 거른채 공연 시작 45분전에 간신히 대학로에 도착, 근처 크라제버거에서 햄버거를 먹고.. (음식사진도 찍지 않다니, 정말 정신이 없었군요. 크라제버거에 대해서 짧게 품평하자면 "맛은 있지만 이 돈내고 이 것 사먹진 않겠습니다.") 5분전에야 가까스로 자리를 찾아 들어갔습니다.
평소와 같이 손발을 덜덜덜 떨면서 프로그램도 사고.. (다행히 꽤 유익한 프로그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 바로 앞, 제일 앞줄의 좌측좌석이더라구요. 자리가 기대했던 것 보다 상당히 좋았습니다. (창극 보러간 기억을 떠올려보면 매우 좋은 자리였지요.) 그리고 연극을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심판은 잘 몰랐지만 단순히 프란츠 카프카 원작에 앙드레 지드 각색이라는 말만 듣고 먹던 물을 뿜으며 관심을 가졌던 연극입니다. 2007년에 이미 상연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연극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사실은 잘 모르고 무턱대고 보러갔습니다. 이번에도 할인받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좋은 연극 구경하고 왔지요.
그럼 감상 남겨보겠습니다.
이유없는 현상 그리고 태도
적극성을 띄고 자신의 일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을 도와줄 구원자를 찾아 헤매이며,(이 경우 주로 구원자가 될 만한 사람으로'여자'가 많이 등장한다.) 이들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원자가 이 사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자신은 그 것으로 이 현상에 대하여 참여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그러나 사실 이는 방관에 지나지 않는다.
클라이막스라고도 볼 수 있는 재판장면이 인상깊었다. 여태까지 소극적으로 방관만 하고 있던 요셉 K가 처음으로 자신의 공격성을 드러내고 직설적으로 현상에 대해 비판을 한다. 그리고 그 비판은 최고의 권력자인 판사에게 향하는데, 대중들은 이에 호응하나 알고보면 권력에 계속 굴복하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재판 이후 요셉 K는 끝까지 자신의 적극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결국 패배주의에 빠지고 자기자신을 포기하게 된다. 후에 나오는 신부와의 만남에서도 그의 패배주의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요셉 K는 여기에서마저 신부가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 믿고 만다. 신부는 요셉 K에게 일화를 들려준 후 요셉 K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게 없다며 조롱하고 떠나버린다.
그리고 결국 주변의 시민의 무관심 속에서 자신의 말처럼 '개같이'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권력 혹은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철저하게 패배하고 만다.
무대 구성이 담고있는 상징성
재판정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판사는 2층에 있고 요셉K는 1층에 있다. 즉, 1층과 2층은 각각 계급관계를 표현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존재의 의미
또한 요셉 K의 존재 자체가 있어선 안되는 존재였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을 남겨주셨다.
난해한 작품
그러나 단순히 어렵다라고만 하기에는 연극이 재미있었다. 단순히 흥미가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깊이 사유해 볼 만한 소재가 담겨있는 매우 의미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어려운 철학을 비교적 쉽게 전달한 연출가의 능력이 빛나는 연극이었던 것 같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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