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투란도트' - 아쉬움이 남는다...

Posted by 레이니아
2016.03.11 06:30 Culture/- 연극(Drama)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연극의 내용포함되어 있습니다.


뮤지컬, '투란도트'

이건명, 정동하, 이창민, 박소연, 리사, 알리, 장은주, 이정화, 임혜영 외 출연, 2016.


  레이니아입니다. 금요일인 오늘은 뮤지컬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요새 기회가 닿아서 대극장 뮤지컬 공연을 몇 편 보러 가네요. 이번에는 지난달에 예매해뒀던 뮤지컬 <투란도트>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1+1 지원 공연이라서 운 좋게 자리를 예매했는데, 보러 갈 사람이 느는 바람에 저는 결국 정가 다 주고 S석을 예매해서 다녀왔다는 슬픈 이야기가 담긴 뮤지컬입니다. 1+1도 제가 냈거든요….


  뮤지컬을 보기 위해 신도림 디큐브 아트홀을 찾은 건 거의 3년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영화관도 생기고 많은 게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네요. 그럼 본격적으로 극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투란도트와 설화

  ‘투란도트’라는 이야기는 카를로 고치가 원작자라고 알려졌습니다. 카를로 고치는 페르시아의 ‘선녀의 상자’에 착안해 우화극을 제작했는데요. 이를 토대로 푸치니가 오페라를 제작했습니다. 1926년에 초연한 오페라는 푸치니가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뜬 유작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유명한 곡이 흔히 <공주는 잠 못 이루고>로 알려진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는 곡입니다. 투란도트가 칼라프 왕자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한 하룻밤을 그린 곡인데요. 투란도트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이 곡 제목을 어렴풋이 떠올리는 분도 있으시더라고요. 최근에는 이를 바탕으로 한 웹툰 <공주는 잠 못 이루고>도 연재했었습니다.



  투란도트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대 중국, 한 번 보면 누구나 사랑에 빠져버리는 아름다운 공주 투란도트는 자신에게 구혼하러 온 왕자에게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내고, 수수께끼를 맞히지 못하면 목을 베어 버립니다. 전쟁에 패한 타타르 국의 왕 티무르와 왕자 칼라프는 방랑을 하다가 중국에 도착하고, 칼라프는 투란도트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티무르와 여종 류의 만류를 뿌리치고 칼라프는 투란도트를 향한 수수께끼에 도전합니다. 투란도트의 수수께끼를 칼라프는 모두 풀지만, 투란도트는 결혼을 완강히 거부합니다. 그러자 칼라프는 자신의 이름을 다음날까지 알아맞히면 기꺼이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하는데요. 궁정의 명령으로 이날 모두 잠들지 못하고 칼라프의 이름을 찾습니다.


  투란도트는 티무르와 여종 류를 잡지만, 류는 칼라프의 이름을 자신만이 알고 있다 말하고 티무르를 보호합니다. 투란도트는 류를 고문하나 류는 끝내 칼라프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자결합니다. 투란도트는 류의 이야기를 듣고, 칼라프의 사랑의 속삭임에 마음이 점차 풀어집니다. 칼라프는 자신이 타타르의 왕자 칼라프라고 이름을 밝힙니다.


  다음날, 공주는 황제에게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사랑’이라며, 결혼을 승낙합니다.[각주:1]



  투란도트는 우화극, 오페라, 뮤지컬, 영화 등 여러 장르를 오가며 재창작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재창작될 수 있었던 원인은 ‘투란도트’라는 이야기 자체가 설화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일 텐데요.


  처녀로서 남자를 거부하는 고귀한 여성, 이 여성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시련을 겪고 난 영웅이라는 점. 세 가지 수수께끼의 시련 같은 설화적 요소가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남아있는 전형적인 설화라서 많은 이에게 공감받을 수 있고, 이게 여러 장르의 결과물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투란도트>는 이야기에 구멍이 매우 많습니다. 설정이나 흐름이 정교하지 않고 거친데요. 푸치니는 <나비부인>부터 이국적인 소재를 즐겨 선택해왔기에, <투란도트> 역시 오리엔탈리즘 범벅의 결과물이라 혹평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어떤 시기의 중국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점이나, 공주의 이름은 페르시아어라는 점 등 배경 설정이 무척 느슨합니다. 이는 원작이 ‘우화극’이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었겠죠. 그리고 흐름도 작위적이다 싶을 정도로 부자연스럽습니다. 특히 류의 죽음으로 사랑을 깨달았다는 투란도트의 당위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투란도트의 이야기를 여종 ‘류’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웹툰 <공주는 잠 못 이루고>인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웹툰 쪽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처럼 느슨한 설정과 흐름이 다른 작자의 개입을 유도하기에 더 여러 형태의 재창작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뮤지컬, ‘투란도트'

  뮤지컬 <투란도트>도 이처럼 여러 설정이 오페라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배경이 가상의 수중왕국인 ‘오카케오마레’입니다. 특정한 공간을 설정하지 않음으로써 여러 형태의 무대나 의상 디자인을 실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칼라프 일행이 오카케오마레에 도착하는 것도 배의 난파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정하면서 모순점이 생깁니다. 초반에 티무르 왕은 선원의 무덤이라는 오카케오마레라며 이곳을 빨리 탈출해야 한다고 합니다. 칼라프가 핑, 팡, 퐁, 팽의 제안에 응낙하는 것도 오카케오마레를 탈출하는 길을 알려준다는 조건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간 왕궁에서는 이웃 나라의 왕자 목을 자르고 있었습니다.


  수중의 신비한 나라에 찾아오는 이웃 왕자가 칼라프까지 총 1,000명인데요. 그렇게 많은 왕자가 신비한 나라에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신비롭더군요.


  대사나 연극의 흐름도 상당히 단조롭습니다. 투란도트가 사랑을 깨닫게 되는 계기는 류의 죽음인데요. 여기서 류는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할 수 있기에 고결한 사람이 됩니다. 희생을 강조한 것까진 좋은데, 노래 가사나 인물의 대사가 너무 직설적입니다. 주제를 온몸으로 드러내는 게 많아 뮤지컬을 보면서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이겠습니다만, 이날 투란도트 역을 맡았던 리사 씨는 너무 대사 톤이 홈쇼핑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집중이 잘 안 됐습니다. 노래는 무척 좋았습니다만, 연기할 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어요.


  캐스트 이야기를 좀 하자면, 너무 불필요한 캐스트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굳이 설정을 바꿔서 등장하는 세 고관을 핑, 팡, 퐁, 팽까지 넷으로 늘려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죽음의 신이라든지, 몇몇 불필요한 캐스팅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뮤지컬 보다가 의상 디자인을 지적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수중 도시다 보니 앙상블이나 핑, 팡, 퐁, 팽의 의상이 푸른 톤의 옷이었습니다. 앙상블은 옷의 형태도 타이즈였고요. 그런데 저는 정말 두꺼비 피부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머리에도 웬 미역을 달아놨나 싶었거든요. 너무 무성의한 옷차림이라서 보는 내내 마음이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뮤지컬 넘버도 쏙 들어오는 곡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기억에 남는 건 ‘수수께끼의 투란도트’와 ‘오직 나만이’ 정도가 있네요. 처음엔 노래가 다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OST도 들어보고 하다 보니 요새는 몇 곡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고 잘 듣고 있습니다.


  배우들은 대부분 가수를 겸하고 있는 배우가 많아서인지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실력은 기대 이상이었던 것 같아요.






  제값을 다 주고 본 <투란도트>는 제게 살짝 아쉬운 뮤지컬이었습니다. 아직 다듬어야 할 점이 눈에 보였는데요. 의상 디자인, 극의 흐름, 넘버가 좀 더 다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설정을 바꾸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면 일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닐까 싶네요.


  뮤지컬 <투란도트> 역시 창작 뮤지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중소극장의 창작 뮤지컬은 대체로 만족스럽게 보고 오는데, 이상하게 대형 뮤지컬과는 인연이 없네요. 단순히 제 개인적인 불운이라고 간절히 믿고 싶습니다.


  이번 주면 뮤지컬 <투란도트>도 막을 내리네요. 다음번에는 좀 더 개선돼 다시 돌아오길 기대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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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금씩 이야기가 다르긴 하나, 오페라를 기준으로 정리했음을 밝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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