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꿈', '時Ment' - 작품성과 상업성 사이에서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연극의 내용포함되어 있습니다.


화학작용2 오르다

<꿈>

김정 연출, 최은아, 심완준, 이지혜, 최순진, 안소영 출연, 2016.

<時Ment>

이명우 연출, 홍성락, 서지원, 이재근, 김상우, 황현욱, 박경인 출연, 2016.


  레이니아입니다. 무척 뒤늦게 정리하는 후기입니다. 초대를 받아서 ‘화학작용2 오르다 편’ 프로젝트 연극을 보고 오게 되었는데요. 짧은 프로젝트라 긴 시간 동안 상연하는 작품이 아님에도 거의 한 달이 지나 후기를 남기게 됐습니다.


  다른 변명을 떠나 연극을 해석하기가 무척 어려웠음을 고백합니다. 원작도 찾아보고, 이 원작을 분석한 논문도 조금 읽어가면서 생각을 다듬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연극을 보고 온 지 한 달이 지나 후기를 정리하게 되는데요. 그런데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만, 더는 미룰 수 없어 연극의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꿈 : 억압에 파먹힌 인간상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꿈>은 독일 시인 귄터 아이히 원작을 바탕으로 한 연극입니다. 귄터 아이히는 <꿈>을 라디오극(방송극) 대본으로 선보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대사를 제외한 모든 무대 요소가 음향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연극 <꿈>은 이를 다시 연극의 무대로 옮겼고요.


  라디오극이니만큼 음향으로 모든 무대 요소를 설명할 수 있었기에, 배우들의 몸짓은 연극의 이해를 돕는다고 보면 편합니다. 실제로 연극을 보면서 집중해야 할 부분은 이들이 나누는 대사입니다.



  그렇다고 무대 요소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적은 소품으로 주제를 효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두컴컴한 기차 속을 표현할 때 의자를 쌓아 닭장처럼 만든 무대 구성이 있었습니다. 연극을 볼 당시에는 몰랐지만, 무척 훌륭한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의자로 만든 문이 밀어 닫으며 나는 소리 등, 생각 이상으로 연극에 감칠맛을 더하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원작 <꿈>은 다섯 가지의 꿈으로 이뤄졌습니다. 연극에서는 이들 중 세 편을 추려서 상연했는데요. 기차에 갇힌 가족의 이야기, 아이를 파는 부부, 흰개미의 꿈이 차례로 이어졌습니다. 연극을 보고 뒤늦게 원작을 구해서 조금 읽어봤습니다. 그랬더니 놓쳤던 연극의 결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무척 괜찮은 연극이었습니다. 원작을 크게 각색하지 않는 이상 원작이 가진 주제 의식을 놓칠 일이 없으니까요. 대신 어떤 원작을 고르느냐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원작도 훌륭합니다. 여기에 이를 훌륭히 재현할 배우의 연기력만 뒷받침되면 되는데요.



  연기 역시 다들 뛰어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에 나왔던 이지혜 배우와 <디스 디스토피아>에서 봤던 최순진 배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연극을 훨씬 생동감 있게 표현해주었습니다.


  저는 기차에 갇힌 가족의 이야기와 흰개미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연극에 등장하는 사물은 모두 다른 무언가를 상징합니다. 연극에는 많은 은유가 담겨있고요. 제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끌려와 기차에 갇힌 가족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가 억압된 상황을 그리고 있습니다.


  억압된 인물 중 할아버지는 초록색 풀밭과 노란 민들레를 그리워하지만, 아들 내외는 이제 그런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억압된 환경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일종의 사고로 기차에 구멍이 뚫리고 바깥을 볼 수 있게 되지만, 오히려 가족들은 공포에 잠깁니다.



  억압에 순응된 인간이 오히려 억압을 올바른 것으로 여기는 장면은 먼 곳에서 보지 않아도 당장 우리 주변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우리도 어느새인가 억압에 너무 길들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흰개미가 더욱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으며,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동안에 속부터 야금야금 파먹고 들어오는 흰개미. 방심하는 사이에 껍데기만 남고 우리의 속 알맹이는 사라지고 맙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는 지금 흰개미에게 야금야금 속을 파먹히고 있지는 않나요? 연극을 보고 나오며 괜스레 몸 한구석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어 불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연극 <꿈>은 처음에 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만, 원작을 오히려 즐겁게 이해할 수 있는 다리를 놔주었습니다. 연극을 보고 나서 떠올린 고민을 원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줄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부조리한 현실에 함몰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연극 <꿈>이었습니다.



시(時)ment

  '화학작용2 오르다' 프로젝트를 통해 연극을 연속으로 두 편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극은 시멘트라는 이름의 연극이었는데요. 때 시(時)에 ment를 붙였는데요. 이는 만물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시(時)가 시작된다는 의미와 동작, 결과를 뜻하는 ment를 합성한 의미지와, 의미 자체로 시멘트인 여러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이 연극은 주인공이 가벼운 벽을 넘어 관객에게 독백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식물인간이 돼버린 주인공은 의식의 내부와 현실을 오가며 느낀 바를 전하는데요. 의식 내부에서는 분명히 주체적인 존재이지만, 현실의 그는 식물인간으로 자결권을 박탈당한 채로 존재합니다.


  의식 내부에서 그는 다른 무엇과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요. 이 과정을 거치며 주인공은 뒤늦은 생의 집착을 느끼게 됩니다.


  사실 이 시멘트라는 연극은 ‘꿈’ 이상으로 제게 어려운 연극이었습니다. 연극 후반에 가면 서사가 있다기보다는 주인공과 다른 인물의 대사로 이어집니다. 2인극에 가까워지는데요. 이 과정에서 급격히 연극이 지루해졌습니다. 어렵고 난해한, 부조리극을 보면서 저는 늘 떠올리는 글귀가 있습니다.



"(전략)... 아무리 부조리극이라도 연극인 이상 극작과 형상화의 과정은 논리적일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부조리'와 인물 사이의 '소통 불가능'을 묘사했더라도 대사 간의 연결 고리도 분명히 존재하고, 혼란이 빚어지고 전개되는 상황도 분명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즉 부조리극이니까 무슨 내용인지 파악을 안 해도 되고, 또한 무슨 내용인지 전달이 안 돼도 상관없다는 식의 그릇된 믿음은 무대 형상화 종사자들에게는 금물이며, 관객들 역시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도 현대극이니까 그렇겠거니 하며 용납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 오세곤, 외젠 이오네스코 <대머리 여가수> 역자 후기 중, 민음사.


  아무리 작품성을 갖췄다 하더라도 일반 관객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라면 그것은 과연 성공한 연극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극의 재미(상업성)와 작품성은 어찌 보면 대치할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입니다만, 이번 <시멘트>는 조금 균형을 잃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관객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르고 돌아간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더불어 제가 그냥 단순한 관객도 아니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고민한 공부한 관객이라는 점에서 이 연극이 원하는 바를 달성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시멘트를 보는 시간 동안 저는 이해 불가능 외에 다른 부조리를 느끼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아쉬웠습니다.





  꽤 어려운 연극 두 편을 연달아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꽤 피곤했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몇몇 자료도 찾아 읽고 나름대로 고민을 거듭했습니다만, 제가 부족해 이 정도로 표현하는 데 만족해야 하겠네요.


  화학작용 시리즈는 작년 선돌극장에서 진행한 선돌 편에 이어 오르다 편의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최근 대학로를 점령하고 있는 건 상업성이 강한 연극이기에 제 수준 낮음을 떠나 이런 작품성을 고민하는 연극을 보는 건 무척 반갑습니다. 하지만 작품성과 상업성 사이의 균형을 늘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의 작품성에 함몰돼버리면 결국 공허한 외침이 돼버릴 뿐입니다. 이걸 늘 고민하며 또 다른 연극을 보고 싶네요. 어려웠던 만큼 조금 장황한 글이 돼버렸습니다. 이쯤에서 뒤늦은 후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위 화학작용 오르다를 소개하면서 연극 티켓을 제공 받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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