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스턴 플레이즈> - 충무로 국제 영화제 후기(2)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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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봤던 이스턴 플레이즈 먼저 감상을 남기겠습니다. 이제 매번 남기는 문구지만
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Eastern Plays
카멘 칼레프(Kamen KALEV) | Bulgaria, Sweden | 2009 | 89min
카멘 칼레프(Kamen KALEV) | Bulgaria, Sweden | 2009 | 89min
<Eastern Plays>(이하 이스턴 플레이즈)는 불가리아의 감독 '카멘 칼레프'가 처음으로 연출한 장편 영화라고 한다. 2009년에 제작되어 같은해 도쿄 국제 영화제에서 도쿄 사쿠라 대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불.. 불가리아?
영화에 나오는 장소가 불가리아, 그리고 스웨덴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낯선 모습에 많은 이질감을 느꼈다. 수동으로 문을 여닫는 엘리베이터라든지,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을 보면 지금의 우리나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이질감을 많이 느끼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그 사실이 현실이리라 미루어 짐작해볼 뿐이다.
간략한 스토리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는 18세 게오르기는 최근 신나치 그룹의 일원이 되어 인종차별적인 폭력사건에 가담한다. 마약값을 벌기 위해 작품을 만드는 조각가인 형 잇소는 터키인 가족을 구해주고 그 가족의 딸과 사랑에 빠진다.
게오르기는 대규모 인종차별 폭력사태에 가담했다가 반대편에 서있는 형을 만나게 된다.
잇소를 연기한 크리스토 크리스토프는 감독의 오랜 친구로 영화를 만드는데 큰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영화 촬영이 끝난 직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시놉시스
(게오르기) |
(터키인의 딸, 이실) |
(잇소) |
외면과 내면 사이의 괴리감
우선 잇소는 마약값을 벌기 위해서 조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게오르기와 잇소가 만나는 곳은 인종폭력사태는 맞으나 '대규모'라고 부를 수는 없다는 점이다. 시놉시스가 영화의 내용을 방해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던 나에게 이런 잘못된 시놉시스는 영화제자료의 신뢰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영화의 주인공은 잇소다. 게오르기와 이실(터키인의 딸)은 부차적 인물이다. 영화는 잇소의 내면과 외부의 괴리감에 집중하고 있다. 잇소는 겉으로 봐서는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고 마약을 끊기 위해 클리닉에 다니며 메타돈[각주:1]을 복용하고 있다. 또한 친구가 찾아왔을 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자 친구가 감탄을 할 정도로 자신의 일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한편으로 마약에 손을 대지 않는 대신 술에 점차 의존하게 되고 클리닉에서도 자신이 나락에 떨어진 느낌이다. 일어날 힘은 있지만, 일어나기위해 잡을 것이 없는 기분이라고 토로하며, 애인과의 관계에서도 무의미함을 느낀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삶의 목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리다.
잇소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감독이 의도하기도 하였다지만) 병치시키기 위한 인물이 게오르기다. 게오르기 역시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신나치주의자들 집단에 어렸을 적 '또래집단'에 들어가듯이 들어가고, 그러면서도 학교를 가야한다는 조금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게오르기와 잇소가 만나는 지점은 이실과도 관련이 있다. 터키인인 이실의 가족은 여행 중에 잠시 소피아[각주:2]에서 쉬게 된다. 이들이 밤길을 가다가 게오르기가 있는 신나치주의자들의 인종차별적 린치의 대상이 되면서 사건은 발생하는데, 도움을 청하는 소리를 듣고 길을 가던 잇소가 이들을 발견하고 신나치주의자들이 잇소도 가격을 하게 된다.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잇소를 게오르기가 발견하고, 잇소도 게오르기를 발견하는데..
그 만남을 계기로 게오르기도 잇소도 자신의 삶에서 일종의 전환점을 만나게 된다. 우선 게오르기의 경우를 살펴보자. 게오르기는 그 이후 자신의 하고 싶은게 이것이 정말 맞는지 고민을 하게된다. 그리고 형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일종의 교감을 나눈다. 그리고 그들의 보스가 그와 함께 즐기자(blow me)라고 하자 호모라고 말하고 그에게 얻어맞는다. 그렇게 그는 최종적으로 그 무리에서 빠져나온다.
그 이후엔 집에서 나와 형에게 와서 그림을 그리는 법을 가르쳐 달라며 스스로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는 여기까지.
잇소는 폭력사태 이후 이실의 가족을 병원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호의를 베풀며 이실과 점차 가까워지게 되나, 이실의 아버지는 이미 불가리아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붙어있는 잇소역시 호의적으로 보지 않게 된다. 그러나 이실은 반발하고 잇소와 지속적으로 정서적인 교류를 나누고.. 이실이 떠나기 전날 만나려 하나, 이를 안 이실의 부모가 하루 일찍 그녀를 데리고 떠나며 이들의 만남은 불발로 끝난다.
영화를 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이실은 조금 독특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계인의 영혼이 병들어가고 있고 지구가 점차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어찌보면 공감가는 세계관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사람이 있는데 스스로가 자각을 못하고 있다고, 이들을 찾아서 세계인의 영혼을 치유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이러한 설정은 이실과 잇소가 육체적으로 끌리는 것이 아닌 정서적인 교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이실과 잇소는 영화내내 육체적으로 교감을 한다기 보다는 정서적인 교감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교감으로 고양된 잇소의 정신은 이실과의 만남이 불발로 됨과 동시에 좌절을 맞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의 엔딩은 이스탄불 한 가운데에 서있는 잇소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 일어나기 위해 지탱한 무언가를 이실로 삼았으리라, 그리고 그렇게 일어나기 위해서 잇소는 터키로 왔다.
인물의 병치
잇소는 영화에서 드러나지만 과거에 마약을 접했던 적이 있다. 게오르기는 마약을 하진 않았지만 열병에 걸린듯 신나치주의자와 그들의 집단 문화에 빠져든다.(중독된다.) 또한 게오르기는 나중에 그림그리는 법을 알려달라며 잇소에게 온다. 잇소를 따라가는 것이다.
이들을 각기 서로의 과거와 미래라고 두고, 이들의 관계는 어떠한가. 영화내에서 보면 어색한 관계로 나온다. 그랬던 이들이 만나는 부분이 이실의 가족이 린치를 당하는 그 사건이다. 그 사건은 서로를 처음으로 만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이들은 후에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아마도 서로는 서로에게 별로 보고싶지 않은 불편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가해자, 그리고 피해자로서의 형제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잇소는 게오르기에서 자신의 지나간 과거의 일부를 보았을 것이고 게오르기는 잇소에게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언뜻 보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서다.
게오르기는 처음에 담배도 피지않는다고 하지만, 대화를 나누며 서로 같이피며 이야기를 한다. 담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 만남으로 둘은 비로소 진정한 교류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게오르기는 잇소의 아파트로 오게되는 것이고.
그리고 부차적인 것들
물론 인종차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비뚤어진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수장이 정치인과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보면서 인종차별이 그런 스킨헤드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멀쩡한 모습을 한 사람들의 내면에도 내재되어있다는 생각은 할 수 있게 해 주었으니까. 단지, 이것이 모든 주제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인줄 알고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영화를 지켜본 나로써는 초점을 잘못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기에 나는 영화를 상당히 지루하고 재미없게 볼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잘못이 일차적인 문제지만, 시놉시스를 작성할 때 영화제 측에서도 신경을 써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부분을 떠나고 봐도 사실 영화가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야말로 평론가가 재미있어할 만한 영화라고 평가할 수 있을까? 나역시 영화를 보고나서도 처음엔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해보고 그리고 뒤늦게 감독의 글을 읽고 나서야 조금씩 영화를 이해하며 그제서야 영화의 재미라는 것을 좀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영화가 관객에게 그저 단편적인 상황을 그저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이해하는 입장에선 큰 혼란을 겪는다. 그렇다고 제시를 하는 것이 유기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에도 힘들다. 그저 단순히 편린을 나열하는 느낌만 들 뿐이라는 점은 영화의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편린중에 신나치주의자들의 모습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나 싶은 부분이다. 인종차별에 대한 혐오감을 유도하기 위함이었을까? 그러지 않아도 이들의 모습은 충분히 혐오감을 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모습이 자극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은 굳이 들어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또한 개인의 성장에 관련된 부분과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이야기하려고 해서 영화가 과도하게 무거워지고 그리고 오히려 방향성을 조금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분명 거시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미시적으로는 개인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가 섞여있다는 점 자체는 흥미롭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면서 쓸데없이 영화의 분위기가 무거워지고 후에 정확한 의도를 알 수 없게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형제의 교류는 아름다웠달까..)
잇소역으로 나왔던 크리스토 크리스토프는 이영화의 주인공이자, 감독의 오랜 친구, 그리고 감독이 실제로 매료되어 담고 싶었던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그의 옛 여자친구로 나오는 배우도 실제로 그의 여자친구라고 하고 게오르기 그리고 이실을 제외하고 나오는 그와 관련된 사물은 다 실제로 그가 사용하는 사물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조각품마저도..!)
그랬던 그가 영화를 마치고 직후에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은 슬픈 일이다. 뒤늦게나마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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