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저는 여섯살입니다.> - 눈물을 강요한 연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반응형
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여섯살입니다.
박정인 작/연출, 권오경, 홍수현, 박준혁, 김현정, 선은지 출연, 2012
박정인 작/연출, 권오경, 홍수현, 박준혁, 김현정, 선은지 출연, 2012
슬픈 연극을 위한 설정
연극의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저는 여섯살입니다>가 시작하기전 안내사항도 배경음과 함께 방송으로 처리했고 배경음마저도 슬픈 곡조였다. 연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아, 정말 이 연극은 대놓고 슬픈 연극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픈 연극을 위한 분위기 조성은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연극의 무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배우의 좋은 연기
여배우가 머리스타일마저 조금 희생(?)하고 말도 어눌하게 하니 마치 정말 지적장애가 있는 것 같았다. 대사도 무척 독특했던터라 만약 이 대사를 외우는 것이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았다.
주연 배우가 주로 등장하고 주연 배우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연극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도 역을 비롯한 여러가지 역할을 번갈아가며 맡은 분 역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간에 노래를 부르는 부분도 있는데, 노래 자체는 좀 우스꽝스러웠지만 노래도 잘했다.
(두레홀 1관)
극 구성에 대한 생각
<저는 여섯살입니다>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주연 배우를 위해 모든 캐릭터가 움직인다. 그래서 주연 배우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연출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 같다. 여러가지 주연 배우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니 자연스럽게 장면이나 배경전환이 생기는데, 이러한 변화 하나하나를 모두 암전으로 처리했다.암전은 연극의 중요한 도구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저는 여섯살입니다>의 암전은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에 가까웠다. 연극의 런타임이 약 70여분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그동안 수없이 암전을 반복해서 암전이 한번 나올 때마다 연극의 맥이 탁탁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더군다나 암전을 통해서 나오는 매 장면이 주인공(민식)의 순수함을 강조하여 비극미를 강조하고, 슬픔을 암시하는 장면, 슬픔을 유발하는 장면들 뿐이라 마치 울라고 강요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저는 여섯살입니다>의 표)
슬픔을 강요하는 연극
장면이 계속 반복되고 또 반복되다보니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울어?'라고 연극이 관객 멱살을 잡아 흔드는 느낌이 들어서 보기 불편했다. 물론 슬픈장면은 나왔고 또, 충분히 슬펐지만 오히려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 내가 정말 슬픈지 되묻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아니다.'였다.
슬픔을 강조하려고 하다보니 주인공에게만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고 그러다보니 부연인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지고 전반적인 개연성이 무척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개연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나올 수록 슬픔을 강요하는 느낌이 커지고 이는 다시 몰입을 방해하고 슬픔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악순환이 연극 내내 계속된다.
결국 연극에 대해 반감이 들고 연극과 유리된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연극은 끔찍하게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나오면서 다른 관객 들의 반응을 훔쳐보았다. 슬펐다는 사람 반과 공감이 전혀 안되었다는 사람이 반이었다. 실제로 극장안이 훌쩍거린 슬픈 연극이었는데, 공감이 전혀 안되었다는 사람들은 반감마저 보여서 내가 반감을 가진 것과는 별도로 안타까웠다. 관객을 꼭 울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버린다면 훨씬 좋은 연극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쉬울 뿐이다. 지금은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 연극, <룸넘버 13> - 전형적인 레이쿠니의 연극
- 연극, <마누래꽃동산>을 보고 왔습니다.
-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복잡하고 정신없다.
- 책, <그날이 오기전에>
- 연극, <룸넘버 13> - 전형적인 레이쿠니의 연극
- 연극, <마누래꽃동산>을 보고 왔습니다.
-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복잡하고 정신없다.
- 책, <그날이 오기전에>
- 어제 포스트에 이어서 또 첫공을 보았다. [본문으로]
반응형
'Culture > 연극(Dram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16) | 2012.04.25 |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20) | 2012.03.19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14) | 2012.03.12 |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16) | 2011.12.30 |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 웃음과 교훈을 잘 잡은 연극 (6) | 2011.12.27 |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미소춘향> 시사회를 다녀왔습니다.
2012.04.25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2012.03.19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2012.03.12 -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연극, <염쟁이 유씨> - 잘 사시게...
201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