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 완성될 수 없는 연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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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성기웅 연출, 성기웅, 이화룡, 이안나, 김희연, 오용, 양동탁, 마두영, 연보라 출연, 2012
성기웅 연출, 성기웅, 이화룡, 이안나, 김희연, 오용, 양동탁, 마두영, 연보라 출연, 2012
역시 이벤트를 통해서 국립극단에서 상연한 <다정도 병인 양하여>를 보러 갈 수 있었습니다. 새삼 제가 모르는 공연 정보가 참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알고보면 그 바닥이 그 바닥인지라(?!) 요령껏 보면 핵심은 놓치지 않으리라 싶은데, 아직 제가 부족한게 많아 쉽지가 않은 느낌입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기회 덕분에 낯선 곳에 가서 연극도 보고 그러는 것이죠. 국립극단은 서울역 근처에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예전 '블로거 R모씨의 일일'(링크)포스트에서 사용하기도 한 것인데요. 네, 그 때 소재가 되었던 것이 이 공연이었습니다. 그말인즉슨, 무척 뒤늦게 후기를 남긴다는 겁니다. 네... 이미 지난달에 막까지 내린 극을 이제와 소개해드리게 되네요.
시간이 너무 지나서 관둘까 하다가, 저 스스로도 한번쯤 정리할 필요가 있다 싶어서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
이화(梨花)에 월백(月白)하고 은한(銀漢)이 삼경(三更)인 제
일지춘심(一枝春心)을 자규(子規)야 알랴마는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 이조년 <다정가(多情歌)>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인 '다정(多情)도 병(病)인 양하여'는 본디 '나의 다정다감한 마음도 병인 것 같아...' 라는 구절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를 사랑(情)하는 이가 많다(多)고 해석하여 자유로운 사랑에 대한 주제를 함의하는 글귀로 바꾸어 제목으로 붙였습니다.
사(私)연극
사소설에 대해선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만, 이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넘어가고 바로 사(私)연극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연극은 '사(私)연극'입니다. 물론, 실제로 사연극이라는 장르는 없습니다. 이는 연출가가 장르의 정의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였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연출가가 하고 싶었던 '자신의 이야기'는 바로 자신의 연애이야기. 이른바 다정의 이야기입니다. 다정은 위에서 이야기했다시피 다중연애선호자라는 뜻의 폴리아모리(Polyamory)라는 의미로 쓰였습니다. 다정은 물론 한 인물의 이름으로도 쓰이기도 했는데요, 이 '다정'이란 인물이 폴리아모리라는 것입니다. 다정의 애인인 자신은 여러 후보중 하나가 되겠지요?
실험적인 연출
스토리는 그다지 특이하지 않습니다만, 연출은 굉장히 실험적입니다. 우선 다정 역(役)에는 배우 2명이 번갈아가며, 혹은 동시에 연기를 하게 되구요. 필요하지 않은(?) 배역들이 등장하여 자신이 생각하는 다정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사실 상당히 정신없는 구성이죠. 연출가 자신의 배역을 맡은 주연배우는 주연의 역할과 배우 자신의 목소리를 번갈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글로 읽으시려니 정신없으시죠? 적고 있는 저도 정신이 없습니다. 그냥 무척 난해했거니... 정도로 이해해주세요.
완성될 수 없는 연극
연극의 최종장에선 연출가가 이 다정의 실제 모델(그러니 전 애인이 되겠죠)을 찾아가 대본의 초고를 보여주고 대화를 녹음한 대사의 일부를 읊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야말로 앞의 모든 부분보다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실제 그녀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여기 나오는 다정은 내가 아냐." 사실 그렇습니다. 연극에 등장하는 다정은 절대 다정 본인이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극에 등장하는 그녀는 철저히 연출가의 경험과 의도대로 재해석된 다정이기 때문입니다.
두 명 사이의 연애사에서 한 명이 이야기의 진실성을 문제삼는 순간, 여태 복기했던 수많은 기록들은 무위로 돌아가게 되고 관객들은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상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무대와 현실의 간극 해체
게다가 연출가는 어느 공연인지 모르겠지만, 실제 다정이 이 연극을 보러 온다고 한 이야기를 진술함으로써 그 해체의 양상은 격렬해집니다. 그리고 따져보면, 연극의 수많은 장치들이 이 목적을 위해 구성되었습니다. 인물이 배우 자신의 목소리와 배역의 목소리를 동시에 낸다든지요. 한 인물을 두 사람이 함께 연기한다든지요.
쉽지 않은 실험극
배움이 얕아 무릎을 치는 글을 적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더 많은 할 말이 있습니다만 글로 표현하지 못함이 아쉽습니다. 실없는 스토리 같지만, 그 속에 무척 많은 실험적 시도와 생각해볼 소지가 많아서 인상깊은 연극이었습니다.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땅고(Tango)에 대한 이야기도 더 다루고 싶었습니다만...)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헤어스튜디오 궁> - 그다지 참신하지 못했던 실험극
- 연극, <괜찮냐> - 괜찮아요, 괜찮아.
-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 연극, <괜찮냐> - 괜찮아요, 괜찮아.
- 연극, <로맨틱 코미디> - 제목이 함정.
- 연극, <4차원로맨스음주연애> - 작위성이 아쉬운 싱글즈류의 연극
- 연극, <두근두근> - 즐거운 논버벌!
- 배역이름이자 연출가의 실제 이름이기도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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