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화랑> - 너무나 영리한 연극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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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랑
성천모 연출, 정욱일, 강민수, 김태민, 김수민, 김현구,
윤준호, 강의식, 김종선, 임기평, 김용한 출연, 2012
성천모 연출, 정욱일, 강민수, 김태민, 김수민, 김현구,
윤준호, 강의식, 김종선, 임기평, 김용한 출연, 2012
레이니아입니다. 오늘 역시 무척 뒤늦은 포스트, 뮤지컬 <화랑>에 대한 포스팅을 해볼까 합니다. 6월 말에 다녀왔는데, 써야할 글들이 밀리고 밀려서 이제서야 뒤늦게 올리게 되네요...
화랑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선덕여왕이요? 맞습니다. 화랑은 삼국시대에 신라에서 인재 선발을 위한 조직으로서 이들이 후에 삼국통일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라는 건 의무교육을 받는 기간동안 익히 들어 다들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뮤지컬 <화랑>은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뮤지컬입니다. 다만 조금 많이 현대적으로 각색했지만요.
(뮤지컬 화랑이 상연중인 대학로 스타시티)
처음에 아무런 정보 없이 방문해서 사실 누가 어떻게 나올지도 몰랐는데요. 공연장을 가서 비로소 남자 5명씩 두 팀이 폼을 잡고 있는 포스터를 발견했습니다.
(망했어요)
그쵸, 화랑에 여자 낭도는 없는거죠... 그렇죠... 당연한건데 왜 눈물이 날까요. 남자 둘이서 뮤지컬 <스페셜레터>(링크) 보러간 것만큼 슬퍼졌습니다. 게다가 표를 바꾸러 들어갔더니 정말 관객의 95%가 여자, 나머지 5%는 여자 따라서 온 남자...였습니다.
(으앙, 쥬금)
뭐... 남자분이 웃통 훌렁훌렁 벗어주시고 그라믄 안대는데 말이죠... 사전 조사를 거치지 않은 저를 반성하며 뮤지컬을 관람하러 자리로 향했습니다.
이후, 리뷰 사이에 들어간 사진은 커튼콜 시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촬영한 사진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래요! 시작하겠습니다!
남자 배우 5명의 출연
(남자 5인이 주인공입니다.)
스토리
우선 스토리가 참 단출합니다. 여기에 여러 캐릭터가 각자의 배경을 가지고 등장하면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요. 이 구성은 요새 제가 리뷰에 자주 쓰는 단어인 '서사의 중첩'을 가져옵니다. 그런데, <화랑>에서는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서사도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죄송해요, 전 사랑해드릴 수가 없습니다(응?))
앞 뒤가 맞지 않는 것은 예사며, 개인의 서사가 전체 서사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방식도 어설픕니다. 그리고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해요. 개인의 서사가 엉성하다보니 여러가지 안타까운 점이 눈에 띕니다. 제가 여태까지 리뷰에서는 서사의 중첩을 많이 걱정을 했었는데요. 그 이유는 서사가 중복되거나 너무 넘쳐서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화랑>에서는 그런 걱정이 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인물의 서사들이 전부 너무 엉성해서 이것들이 중첩되도 서사의 훼손이 생길 우려가 없기 때문이에요. 아니, 너무 엉성해서, 누더기 같아서 보기 안좋을 정도입니다.
결말부에 이르러 극적인 결말을 맞는데요. 이 과정이 정말 말도 안되고, 터무니없습니다.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과정이 마치 어린이 전대물 만화를 보는 느낌마저 줄정도로 엉성하고 유치합니다.
노래와 연기
그리고 개인의 노래 실력의 편차가 꽤 큰 편입니다. '와, 노래 잘하네'부터 '아니, 저 사람은 노래마다 음이탈이 예사야'까지... 편차가 심해서 노래가 그리 조화롭게 들리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쉬웠던 노래)
연기도 노래와 비슷합니다. 조금 어색한 사람도 보이고 연기를 잘 한다...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잘 보다보면 제가 연극영화학과 졸업발표회를 관람하고 있는 것인지, 정식 뮤지컬을 관람하고 있는지 아리송합니다. 이래저래 참 답답합니다.
영리한 연출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뮤지컬 <화랑>의 관객은 95%이상이 여성관객입니다. 그럼 이 여성관객이 뮤지컬 <화랑>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조금 비약을 보태서 말한다면 바로 훈훈한 남성입니다. '매력적인 이성'에 대한 욕구는 본능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화랑>은 이점을 절묘하게 파고듭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라 하시던 장면)
위의 두명은 (아마도)[각주:1]주인집 아들과 하인입니다. 하인이 주인집 아들을 보살피기 위해 같이 화랑으로 따라왔는데 뮤지컬 내내 시종일관 이들은 뭔가 위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게다가 주인집 아들은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요.
이 둘의 관계는 우정 이상의 관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설정이 사실은 무척 작위적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는 '여성'관객을 목표로 한 연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얼굴에 화장을 한다고 하여 몇몇 관객에게 다가가 얼굴에 화장을 해달라고 하거나, 의도적으로 상의를 탈의하고 등장하는 연출들은 모두 여성관객을 위한 연출로 보입니다. 이 덕분에, 앞서 이야기한 모든 단점이 희석됩니다. 단, 여성관객에게만요.
(잘 생기긴 했더이다...)
극 구성을 보기위한 공연이 아니다.
분명 저같은 사람이 보기엔, 그리고 남성관객이 보기엔 매우 불편한 뮤지컬일 수 있습니다. 애초에 예매율이 여성관객이 거의 전부라는 점만 보아도 그렇구요. 그래서 훈훈한 외모의 배우들을 보고 즐기시길 원하는 '여성'관객이시라면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극의 구성이나 연출을 통해서 즐거움을 느끼시는 분이나, 남성이시라면 절대 추천해드리지 않습니다. 둘 다면 더더욱 보시면 안돼요. 저처럼요...
'이런 공연도 있구나...'싶었던 관람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공연의 주제가 참 다양하단 생각을 들게 해준 공연이었어요...!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 몸을 관통하는 카타르시스
- 뮤지컬, <스페셜레터> -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시다.
- 뮤지컬, <싱글즈> - 명랑한 뮤지컬
- 뮤지컬, <마리아마리아> - 용두사미의 구성
-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 오감이 즐거운 연극.
- 뮤지컬, <스페셜레터> - 우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시다.
- 뮤지컬, <싱글즈> - 명랑한 뮤지컬
- 뮤지컬, <마리아마리아> - 용두사미의 구성
-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 오감이 즐거운 연극.
- 아마도를 붙이는 이유는, 상황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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