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30으로 담아낸 영화같은 일상, 그리고 영상 촬영이 아쉬웠던 이유
이번에 공개한 V30의 가장 큰 특징은 동영상(Video)입니다. 제품 공개 당시 비디오에 긴 시간을 할애했던 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요. 행사의 시작이 '오늘날 사람들은 사진 촬영과 동영상 촬영으로 다른 사람과 소통한다.'였으니, 사진과 동영상에 큰 힘을 실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요.
V시리즈는 소비자에게 창조적인 스마트폰이 될 것이라 장담했던, 동영상 촬영 기능을 살펴봤습니다. V30은 정말 비디오그라피(Videography)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스마트폰이었을까요?
전문가에게 매력적인 LG-Cine Log
우선 제게 가장 인상 깊었던, Log 촬영 이야기부터 해야겠습니다. V30이 Log 촬영을 지원한다는 이야기를 하자마자 깜짝 놀라던 사진, 영상 관련 지인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네요. 저는 이분들이 처음에 왜 깜짝 놀라는지 모르다가 Log 촬영에 관해 이해하면서 점차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LG전자가 직접 소개한 시네 비디오 모드 소개를 보시면 Log 촬영이 왜 뛰어난지 알 수 있습니다. 초반에 크리스털 렌즈 때문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건 조금 오버를 보탠 거고요.
어두움과 빛, 이 간극을 이미지 센서가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간극을 다이나믹레인지(Dynamic Range, DR)이라고 하는데요. DR가 클수록 가장 밝은 곳과 가장 어두운 곳을 더 많이 담을 수 있습니다. 이미지 합성 등을 통해 이를 강화한 걸 HDR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하늘에 노출을 맞추면 땅이 너무 어둡고, 땅에 노출을 맞추면 하늘이 날아갑니다.
위 예시를 볼까요? 카메라의 DR의 한계가 있어 밝고 어두운 사진을 모두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이럴 때는 대개 두 장의 이미지를 촬영해 합성하거나, 살짝 어둡게 찍은 후 너무 어두운 부분만 따로 보정으로 되살려냅니다.
|하늘에 노출을 맞추고, 어두운 땅 부분만 밝게 한 사진
만약 DR가 컸다면 그냥 촬영하면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겠죠. 문제는 이런 이미지를 촬영하는데 데이터가 많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사진 한 장에 50MB가 넘어가는데, 하물며 동영상은 어떨까요?
동영상에서는 24fps, 30fps, 60fps 등... 프레임(frame)이라는 단위를 씁니다. 이 말인즉슨, 1초에 몇 장의 이미지가 지나가느냐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24프레임은 1초에 24프레임의 이미지가 지나가는 식이죠. 그러니 DR가 큰 동영상을 촬영하면 크기의 끝이 없어집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게 Log 촬영입니다. Log 촬영은 'Log 함수'를 이용해 저장하는데요. 파고 들어가면 이야기가 많이 복잡해지니 이쯤에서 적당히 자를게요. 카메라가 표현할 수 없는 데이터를 Log 함수를 적용해 잘라버린다는 겁니다.
V30의 전문가 모드에서는 LG-Cine Log를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러면 자동으로 Log 촬영을 시작하는데요. 이대로 디스플레이를 보면 Display LUT라는 버튼과 함께 화면이 조금 흐릿하게 보이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미지는 전문가 모드에서 LG Cine Log를 활성화한 상태로 촬영한 영상의 캡처입니다. 전체적으로 대비(Contrast)가 흐릿해진 상태입니다. 이렇게 촬영한 결과물을 원래 색감으로 놓고 보려면 수정을 더해야 합니다. 이걸 LUT(Look Up Table)을 적용한다고 하는데요.
LUT는 업체 혹은 개인이 배포한 걸 적용하셔도 됩니다만, LG전자 스마트월드에서 LG-Cine Log 용으로 공개한 LUT 파일이 있으니 이를 적용하시면 됩니다.
참고 링크
사용법도 있으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각 영상 프로그램마다 LUT를 적용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니 이것도 검색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저는 파이널컷을 종종 만지는데요. 파이널컷에서는 FCPX LUT Loader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이를 효과처럼 적용하면 됩니다. 이 방법을 또 설명하기엔 양이 너무 길어지니, 이 방법은 나중에 다시 설명할게요.
LG전자에서 제공한 LUT를 적용했습니다. 제가 봤던 원래 색감과 흡사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물론 이 상태에서 영상 편집 프로그램으로 색감을 좀 더 만져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영상 이론 쪽은 초보라 Log 촬영할 때 노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해 결과물이 썩 만족스럽진 않은데요. 노출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니 결과물에 노이즈가 너무 많이 들어갔습니다.
|V30 전문가 영상 촬영 모드에서는 히스토그램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Log 촬영할 때 노출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는 히스토그램이나 웨이브폼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문가 사진 모드에서는 히스토그램을 보여주는데, 전문가 비디오 모드에선 오히려 이 부분이 빠져서 당혹스러웠습니다.
Log 촬영이 적은 용량으로 더 많은 DR 값을 갖출 수 있다는 소리이므로, 영상을 촬영하시는 분께는 매력적인 기능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써보면서 꽤 만족스러웠어요.
지난 연휴 동안 틈틈이 촬영한 클립을 대충 합쳐봤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Log 촬영은 후편집을 전제로 한 영상이므로 그냥 활용하기엔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미 Log 촬영을 염두에 두셨다면 알고 계시겠지만요.
시네 비디오
일본 여배우, 카라타 에리카(唐田 えりか)가 등장한 '보랏빛 하늘' 광고. 하늘이 보라색으로 바뀌는 것보다 여배우가 누군지 관심을 두셨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시네 비디오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사실 동영상 촬영 후 세세한 부분의 색감을 바꿀 수는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평범한 지식으로는 손대기가 어려운데요. 이를 조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게 '시네 비디오' 모드입니다.
시네 비디오 모드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제작한 15가지 시네 이펙트(Cine Effect)를 적용할 수 있는데요. 직접 써보면 생각보다 근사한 결과물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같은 장면에서도 어떤 시네 이펙트를 지정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같은 장면도 느낌을 다르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시네 이펙트를 통해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는데요. 여기에 시네 비디오 모드는 '포인트 줌' 모드를 이용해 좀 더 주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포인트 줌 모드는 화면에서 확대하고 싶은 부분을 선택 후, 레버를 이용해 줌 인/아웃을 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위 사진은 화면 가운데 있지 않은 컵을 선택 후 줌 인하는 장면인데요.
포인트 줌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컵을 가운데로 오게끔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좀 더 다양한 화면 연출을 할 수 있겠죠?
시네 비디오 모드의 시네 이펙트 효과를 차례대로 나열해봤습니다. 이런 느낌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참고만 해주세요.
V30 동영상 기능의 아쉬운 점
장점을 소개했으니, 영상을 이리저리 찍어보면서 아쉬웠던 점도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앞서 말씀드렸던 Log 촬영 시 히스토그램이나 웨이브폼을 지원하지 않는 게 아쉬웠고요. 두 번째는 OIS가 아쉬웠습니다.
스마트폰은 형태의 특성상 안정적인 파지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있는 손 떨림 방지 기술의 힘을 많이 받는데요. V30의 손 떨림 방지 기능은 조금 아쉬운 편이었습니다. UHD(4k) 화질로 촬영하면 손 떨림 방지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을 뿐더러, FHD로 낮추고 촬영해도 손 떨림 방지가 뛰어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앞서 소개한 Log 촬영 영상은 모두 손으로 들고 촬영한 영상인데요. 불안정한 파지 덕분에 호흡하거나 살짝살짝 움직이는 게 모두 기록됐습니다. 그나마 FHD로 촬영해 OIS를 켜서 망정이지, 초창기에 UHD로 촬영한 영상은 제가 소개조차 못 할 정도로 엉망입니다.
|UHD로 설정하면 OIS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영상을 좀 열심히 촬영해보려고 해서 그런지 유독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아쉬웠습니다. 손으로 들고는 안정적인 영상을 담기 어렵더라고요. 결국은 삼각대나 모노 포드, 짐벌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문가 기능을 강조해 제가 너무 기대한 걸까요? 이래저래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시네 비디오와 시네 이펙트도 한 마디 남기고 싶습니다. 제가 아쉬웠던 건 시네 이펙트를 적용해 촬영한 영상의 원본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시네 이펙트를 장면에 맞게 활용하는 것은 좋으나 후편집 때 각 클립의 통일성이 떨어지거나 다른 이유로 다른 색감을 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만약 Log 촬영을 했다면 다른 LUT를 적용하고 조금씩 색감을 만져 통일성을 맞출 수 있었겠죠. 하지만 시네 비디오는 시네 이펙트를 적용한 장면이 '원본'이다 보니 후편집의 요소를 제한해버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원본은 원본대로 저장하고, 시네 이펙트를 적용한 영상은 그 영상대로 저장하는 방법입니다. 원본 저장 후 시네 이펙트를 적용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고요. 하지만, V30에서는 이를 지원하지 않습니다.
매 순간 어떤 시네 이펙트를 적용할지 판단해 촬영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게 최선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촬영하면서 시네 이펙트는 매력적이었지만, 원본 보장이 되지 않았기에 자연스레 쓰지 않게 됐습니다.
V30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저는 조금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떤 부분은 전문가를 위한 부분이고, 어떤 부분은 초보자를 위한 부분인데, 이게 정리되지 않고 아무렇게나 방치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전문가가 쓰기엔 아쉬운 점이 밟히고, 초보자가 쓰기엔 조금 어려운. 뭔가 어정쩡한 위치에 V30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기능을 갖췄지만,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게 V30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니 더더욱이요.
오히려 몇 번의 테스트를 거치며 정돈된 DAC 기능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다양한 기능을 넣은 것은 좋았으나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눈에 띕니다. 특히 OIS와 원본 저장 여부는 반드시 개선됐으면 합니다.
V30의 대략적인 특징은 모두 살펴본 것 같네요. 기회가 닿는다면 총평 정도를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V30의 동영상 기능을 정리했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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