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총알박은 거 아니라구요! Erato Verse를 써보니...
2018년에는 어떤 이어폰이 대세가 될까요? 뛰어난 인사이트가 없어도 아마 쉽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완전 무선. 코드프리라고도 부르는 완전 무선 이어폰이 2018년에는 더욱 활발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아직 소개하지 못한 제품도 많은데, 새로운 제품이 제게 찾아와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Erato의 새로운 완전무선 블루투스 이어폰. Verse입니다.
Erato를 들어보셨나요?
Erato는 완전무선 이어폰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음향기기 회사입니다. 한국 시장은 의욕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나, 생각보다 크게 알려지진 않았는데요. 공식 홈페이지를 가보시면 한국어로 완벽하게 번역한 홈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브랜드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진 않아[각주:1] 더 자세히 소개해드리긴 조금 어렵습니다.
에라토(Erato)를 찾아보시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뮤즈 중 하나로 사랑의 시와 춤을 관장하는 여신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사랑스러운'이란 뜻이라고도 하네요.
Erato Verse의 첫인상
이전에 출시했던 아폴로(Apollo 7s)는 당시 출시했던 완전 무선 이어폰 중 가장 가벼운 이어폰이었습니다. Verse는 아폴로의 디자인을 충실히 재현하면서 더 나은 음질을 재현한다고 하는데요. 작고 가벼운 디자인은 패키지에서도 묻어나옵니다.
본체, 귀 크기에 맞는 이어 팁, 충전 케이스, 간단한 설명서, 그리고 마이크로 5핀 충전 케이블의 단순한 구성은 이제 완전 무선 이어폰의 바이블 같은 구성이 아닐까 싶네요.
아폴로 7s는 직접 보진 못하고 제품 이미지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는데요. 보자마자 총알형 이어플러그 제품이 떠올랐습니다. 형식상 좌우 구분은 있지만, 크게 의미 있진 않은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Verse의 모습은 아폴로 7s와 많이 닮았습니다.
아폴로와의 차이점은 충전 단자의 디자인 정도가 다른 점일까요? 그리고 이 단자 부분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옆면의 매트한 느낌과 달리 무성의한 플라스틱 느낌의 단자 부분은 '왜 이렇게 마감했어야 했는가?' 하는 근원적인 고민을 하게 하네요. 헐거워 보이는 마감과 달리 IPX5 등급의 방수를 지원하는 점은 좀 뜻밖이었습니다.
양옆에 있는 버튼은 가볍게 누를 수 있습니다. 360˚ 돌아가는 팁 부분 덕분에 어떤 방향으로 귀에 넣어도 한결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점은 좋네요. 앞뒤로 LED를 볼 수 있는 것도 이를 의도했겠죠. 전반적인 디자인은 깔끔합니다.
|닮은 게 매력이라는 소리를 들어 놀랐던 케이스
케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폴로 7s에서는 옆으로 여는 방식, 그러니까 브라기 대시(The Dash) 느낌의 케이스였다면, 이번에는 자석으로 고정한 뚜껑을 여닫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 케이스는 놀랍게도 애플 에어팟과 흡사합니다. 단지 약간 옆으로 넓어 정도가 달라진 점이랄까요?
쉽게 열리는 뚜껑, 찰칵하고 닫히는 소리까지 자꾸 에어팟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건 전체적인 인상이고,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뚜껑이 차지하는 부분 등 소소하게 다른 점도 많습니다. 애초에 유닛 디자인이 완전히 다른걸요.
이어폰 충전하기
이어폰 충전은 편리합니다. 각 유닛이 충전 케이스에 자석으로 연결되므로 적당히 근처에 두면 되...지 않습니다. 단자가 1구가 아니라 2구 방식이라 두 단자가 모두 알맞게 고정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버튼이 눌리지 않도록 가운데로 몰아줘야 하는 방식은 조금 불편하네요.
|디자인과 다르게 위치를 잘 잡아줘야 충전합니다.
몇 번 방전시킨 후엔 제대로 충전 LED가 들어오는지까지 확인하고 케이스를 닫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멋진 방식을 만들어놓고 마무리가 살짝 덜 된 느낌이라 아쉽습니다.
충전 용량은 대폭 늘었습니다. 아폴로가 약 3시간 재생, 케이스로 2회 충전을 지원했다면 Verse는 마찬가지로 3시간 재생, 그 대신 케이스로 4회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계측은 아니지만, 충전속도도 썩 나쁜 편은 아니라 온종일 돌아다니면서 쓰기엔 좋았습니다. 아, 오래 쓰기엔 어쩔 수 없는 태생적 한계는 있네요.
귀에 Verse 꽂고, 음악을 즐기기
완전 무선 이어폰 중 인체공학 디자인을 적용했다는 다른 제품과 달리 총알형 디자인의 착용감이 나쁘면 어떡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그건 기우였습니다. 이어플러그처럼 유연하진 않지만, 귀에 쏙 들어가는 디자인과 착용감 좋은 실리콘 팁은 귀에서 쉬이 빠지지 않게 하더라고요.
4.5g에 불과한 유닛의 무게는 부담 주지 않습니다. 자신 있게 소개한 SpinFit 이어 팁은 360˚ 회전해 외이도에 알맞게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차음성이 강화됐다고 합니다.
내부에는 그래핀 드라이버(Graphene Driver)가 탑재됐다고 합니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세밀한 한 층을 떼어낸 물질로, 탄소로 이뤄진 신소재입니다. 얇지만 빠른 전자 이동, 열전도성, 그러면서도 튼튼한 강도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를 이용한 드라이버를 탑재해 전반적인 해상도를 높였다고 하는데요. 사실 새롭게 그래핀 드라이버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다이내믹 드라이버에서 진동판을 그래핀으로 제작한 드라이버입니다.
어쨌든 음질은 꽤 괜찮습니다. 해상력도 분명하고요. 차음성이 높은 점 또한 높은 해상력을 끌어내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영역이 밸런스가 잘 맞는 편이고요. 저음의 양감도 나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청량한 고음이 매력적이네요. 굳이 신소재라는 가치에 함몰될 필요는 없으나, 만듦새 자체는 훌륭하다 평하고 싶습니다.
끊김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 지하철 출퇴근할 때 종종 듣는데, 사람이 복잡한 곳에서는 간헐적으로 1~2회 정도 끊김이 생기네요. 다행히 불쾌한 끊김이라기보다는 오른쪽 소리가 잠깐 줄어들었다가 돌아오는 등, 연결성도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통화품질은 평범합니다. 애초에 제가 블루투스 리시버로 통화를 잘 안 하는 편이라... 필요할 때 통화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목소리를 고르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나쁜 이어폰은 아닙니다. 근래 봐왔던 제품 중 평균 이하인 물건도 많았는데, Erato Verse는 평균 이상의 내공을 갖춘 제품입니다. 제게 생소한 브랜드라 아직 신뢰가 크게 안 가는 선입견(?)은 있었으나, 이는 앞으로 Erato가 다양한 제품으로 해결해갈 문제로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은 10만 원대 초중반 정도입니다. 음악 감상을 목적으로 한 제품은 아니지만, 출퇴근용으로 가볍게 쓸 이어폰을 원하신다면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과 함께 추천해봄 직합니다.
참고 링크
"위 Erato Verse를 소개하면서 Erato로부터 리뷰 제품을 받았음"
- 확인해본 결과 중국 회사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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