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새로운 시도였으나....” - 블루필 휴대용 미니헤드 선풍기 펀딩 도전기
저는 소비의 아이콘입니다. 이것저것 다양한 제품 소비를 즐깁니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도 즐깁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리뷰를 남긴 제품도, 남기지 않고 스쳐 간 제품도 있습니다. 남기는 제품은 대개 이야깃거리가 있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오늘 꺼내는 이 제품도 이야기할 만한 제품이라 준비해봤습니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화제를 모았던 블루필 휴대용 미니헤드 선풍기입니다.
휴대용 선풍기의 역사
요새 해외에 나가서 미니 선풍기 들고 다니면 죄 한국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죠? 샤오미 미니 선풍기를 필두로 휴대용 선풍기가 여름마다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요. 사실 이 ‘휴대용 선풍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당장 1~20년 전, AA 배터리를 넣어야 했던 미니 선풍기도 있었거든요.
한동안 여기서 개선된 선풍기는 보지 못하다가, 다시 드러난 건 샤오미에서 USB 단자를 이용한, 보조 배터리에 연결해 쓰기 좋은 미니 선풍기를 내놓으면서부터 다시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당장 하나 갖고 있는데요. 이는 샤오미 보조배터리가 뛰어난 가성비로 큰 인기를 끈 덕분도 있었겠죠?
|이런 황당했던 제품도 있었죠. 불과 작년에.
이랬던 선풍기는 점차 개선을 거듭해 이제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일부 제품은 직접 체험 후 후기를 남기기도 했죠. 자체 배터리를 탑재해 사용시간을 늘리고, 소비자 요구에 맞춰 풍속을 강화하고, 대신 안전망을 씌워 가전으로서의 선풍기와 비슷한 디자인을 구현했습니다.
여기에 거치대를 둬 책상 위에 두고 쓸 수 있게 했으며, 일부 제품은 보조배터리 역할이나 LED를 넣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올해는 목에 건 상태로 얼굴을 향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도 보이더라고요.
휴대용 선풍기는 어디에?
|자꾸 까서 미안한데, 휴대용 치곤 확실히 크긴 컸죠.
강한 풍속을 갖추며 여름에 요긴한 액세서리가 됐으나, 한편으론 선풍기 날개의 구경이 커지며 점차 ‘휴대용’이라는 목적과 거리가 먼 휴대용 선풍기가 등장했습니다. 지금 시중에서 좋은 평을 받는 제품을 찾아보세요. 대개 어른 손바닥보다 큰 제품입니다.
이런 와중에 블루필에서 ‘미니헤드’를 강조한 휴대용 선풍기를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선보입니다. 휴대용 미니헤드 선풍기. 정말 기존 선풍기의 1/4밖에 안 되는 크기를 자랑했죠.
동시에 영상을 올려 선풍기 바람의 풍속이나 소음 등을 강조했습니다. 소음은 적게, 그러면서도 기존 선풍기보다 시원하게. 마지막으로 가방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 이 삼박자가 두루 모이며 기존 목표의 8900%를 달성하는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저도 설명과 영상을 보고 회사 직원들과 함께 펀딩에 참여했고요.
그리고 도착한 블루필 휴대용 미니헤드 선풍기
펀딩 소개에 이미 양산을 준비 중이며,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하기 전인 6월 1주 차부터 배송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점도 펀딩을 하게 된 이유였는데요. 펀딩 프로젝트 오픈 전부터 와디즈에서 홍보를 굉장히 열심히 했기에, 크게 성공하겠다는 짐작을 시작 전부터 했습니다. 그리고 짐작은 현실이 됐죠.
7천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한 이번 프로젝트는 근래에 있던 프로젝트 중 가장 규모가 큰 프로젝트였는데요. 불편함을 적절히 긁어줬고, 빠른 배송으로 현실화 가능성을 높였고, 마지막으로 부담 없는 가격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참여자가 폭발하면 필연적으로 사고가 생긴다는 점인데요. 그래서 작년 하반기 크라우드 펀딩 제품 중 큰 인기를 끌었던 캐리어가 배송 이슈로 문제가 생겨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블루필 휴대용 선풍기도 결국 배송 지연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길진 않았고요. 저는 한 1주일 정도 늦은 것 같네요.
그렇게 도착한 선풍기. 작은 크기에 알맞은 패키지가 눈에 띕니다. 패키지 안에는 본체, 받침대, 충전 케이블, 핸드 스트랩과 작은 설명서가 들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휴대용 충전기와 같은 구성품으로 그리 특이하진 않습니다. 색상은 검은색, 분홍색, 흰색의 세 가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습니다.
크기는 60 x 158 x 48mm, 무게도 107g으로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뛰어난데요. 아마 많은 분께서 직접 만져보고 빼어난 휴대성에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손으로 들어보고 매우 만족스러웠거든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트랩이었는데요. 이미 공지된 바나, 어떤 색을 선택하더라도 스트랩이 흰색만 제공되는 건 좀 아쉬웠어요.
진짜 아쉬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아쉬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소음이었는데요. 작은 구경의 선풍기가 풍속을 키우려면 모터의 분당 회전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그래서 펀딩 초기부터 우려한 점이었는데요. 제조사는 자사의 고유 기술로 풍속은 키우면서 소음은 잡아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첫 FAQ를 소음으로 선택했는데요. 시제품을 이용한 영상을 공개하는 등 소음 이슈에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최대 60dB이며 이는 생활 소음 정도라고 안내했는데요. 막상 잘 눌리지 않는 둔한 버튼을 눌러 풍속을 올리면 생각보다 훨씬 시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소리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크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문제는 음색인데요. 모터에서 나는 소리가 날카롭습니다. 고주파음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다 보니 다른 선풍기와 비교하더라도 신경이 거슬린다고 할까요? 상대적으로 구경이 큰 선풍기보다 소리가 크다는 느낌도 듭니다. 꼭 드론이 나는 소리라고 보면 되겠네요.
그리고 여기에 초기 불량 제품이 있었습니다. 겉보기엔 멀쩡했는데, 전원을 켜자마자 뭔가 튀는 소리가 들리더니 날개가 튀어나왔습니다. 모터의 축과 날개가 제대로 체결이 안 돼 생긴 문제죠.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안전망을 열 길이 없어 대공사가 필요해 제조사인 블루필에 문의했고 논의 끝에 환불처리하기로 했습니다.
규모의 문제인가 규모에 따른 문제인가
근래 꽤 기대했던 제품이라 결국 환불로 이어진 점은 아쉽습니다. 불량 때문에 문의하고자 다시 펀딩 페이지를 찾았는데, 이미 소음과 불량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더라고요. 그 규모가 상당해 안타까웠습니다.
규모가 큰 크라우드 펀딩은 많은 사람이 선택했다는 인상을 줘서 그런지 쉽게 믿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일련의 큰 규모 펀딩 사례는 길보다 흉이 많았던 것 같아요. 이게 규모가 커지면서 표본이 늘어나 불거지는 문제인지, 아니면 규모 자체가 문제인지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면 제작 수량이 늘어나며 일정에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러면 이에 대응할 CS 인력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그리고 QC가 안 될 가능성도 커지겠죠. 그리고 이 부분도 CS인력이....
|한동안은 제게 아쉽게 기억될 브랜드가 됐네요.
게다가 크라우드 펀딩과 함께 편집샵(29cm, 펀샵 등) 판매를 시작했는데, 크라우드 펀딩 쪽의 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편집샵 판매를 시작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분위기가 악화된 부분도 있습니다. 이후 공지로 판매를 중지했지만, 이 부분은 블루필의 실수라 할 말이 없네요.
이번 펀딩으로 회사가 금전적으로 큰 손해까지는 입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길 바라지도 않고요. 다만, 이 과정에서 잃는 브랜드 가치를 고려하면 뼈아픈 일일 텐데요.
현재 소음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도 있어 제품을 그냥 쓰겠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소음 때문에 환불을 요청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도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는데요.
잘 나갔던 크라우드 펀딩의 뒷맛이 씁쓸하게 끝나 참 안타깝습니다. 저는 결국 제품 조립 문제로 환불을 받고 일을 마무리했습니다만, 대규모 크라우드 펀딩에 관해서 한 번쯤은 기록을 해둬야겠다 싶어 이렇게 짧게 후기를 남겨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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