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춘향 2010> - 신선한 경험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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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춘향 2010
김홍승 연출, 2010
김홍승 연출, 2010
무대 구성의 특이함.
우선 무대부터, 처음에 무대가 참 좁다고 생각했었는데 스크린이 올라가며 뒤에 큰 무대가 나오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다. 그 바로 앞에는 오케스트라가 위치하고 있었고 다시 복도형으로 무대가 있어서 배우가 지나다닐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배우가 객석쪽으로 나오게끔 한 것을 하나미치(花道)라고 한다는데 이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보인다.
여기서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는데, 이전까지 판소리는 고수와 명창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창극역시 크게 다르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가야금 대금은 물론이거니와 신디사이저, 더블베이스, 첼로의 서양악기마저 있는 것을 보고 ‘이게 판소리와 잘 맞을 것인가?’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그러나 실제 극이 진행되면서 전혀 위화감을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극 몰입을 도왔다. 오히려 자칫 고수만 있었으면 단순하고 지루했을 것 같았는데, 오케스트라의 연주 덕에 그러한 느낌 없이 극 내내 집중하여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에 벽인줄 알고 있었던 스크린에 프로젝터로 영상을 쏴올려 배경을 표현하였고 이 스크린이 장이 변할 때마다 오르락내리락하며 계속 배경 등을 보여줌으로써 몰입을 더했다. 중간중간 달이나 별이 뜬 장면도 이렇게 영상을 쏴올려 표현하였으며, 무대 안쪽에도 스크린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위, 좌측, 우측의 삼면이 열렸다 닫혔다하는 색색의 막이 더 있어서 장소가 변하거나 장이 바뀔 때 이러한 막이 움직이는 것도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스크린)
어사출두 시 마패가 등장한다던가, 마지막장 노래소리 높은 곳에서 등들이 내려오는 등 무대요소가 예쁘고 고왔던 것도 인상깊었다. 막이 바뀔 때마다 무대장치가 빠르게 변하는 것도 신기했고 그 덕에 빠르게 장이 진행되어 흐름이 끊기는 일 없이 몰입하여 볼 수 있지 않았는가 싶다.
판소리와는 조금 다른 창극의 매력
전체적인 막 구성은 총 2부 10장으로 구성되어있었으며, 총 3시간을 조금 넘는 스케일이 큰 공연이었다. 이런 공연이 단순히 판소리로 진행되었다면 판소리에 조예가 없는 사람은 쉬이 질려버릴 수 있었겠지만, 창극은 대사와 기타 무대장치의 힘으로 집중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독특한 매력을 잘 살려낸 것 같다.
다양한 요소의 접목
7장의 풍물놀이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소리도 흥겨웠거니와 비보잉과 상모돌리기가 많이 흥겨웠다. 이 때 관객들도 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슬쩍 이몽룡이 무대로 올라와 자연스럽게 극에 등장하였으며 이 후 현재 남원의 실태를 풍자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9장의 기괴한 분장을 한 사람들은 춘향의 심리상태를 잘 표현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음산한 풍경과 소복을 입고 칼을 차고 있는 춘향 곁으로 하얀색 가면을 쓰거나 들고 기괴한 분장을 하고 춘향 곁으로 모여들어 암울한 느낌을 주는 춤을 추었다. 키다리를 착용하고 나온 인물이 특히 기괴스러웠으며 어두운 조명아래 가면만 유달리 눈에 띄어 그 기괴함이 더했다.
열린 무대
또한 풍물패가 나왔을 때는 관객들이 같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것으로 보아 관객 또한 가만히 보고있는 입장이 아니라 극에 참여하는 이른바 ‘열린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는 기존 서양연극에 비해 있었다는 이야기지, 기존 전통 판소리나 탈춤등에 비해 이러한 요소는 현저히 적은 편이었다.
아쉬운 점 - 공연 내적으로...
7장의 풍물놀이는 물론 흥겨웠지만, 여기에 시간을 너무 할애한 듯하다. 개인적으로 전 처음에 조금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비보잉이 시작될 즈음부터 조금 지루함을 느꼈는데, 이것이 굳이 극 진행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도 아니고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은 결국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극의 진정한 재미는 단순히 이러한 시각적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닌, 극적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라고 생각하는 내게 조금 과한 듯한 풍물놀이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었다.
아쉬운 점 - 공연 외적으로...
공연과는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일이지만 개인적으로 좀 씁쓸했던 것은 관객의 구성이다. 이전글에도 언급했지만,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공연을 보러 오셨고, 그 다음으로 많았던 것이 메모지를 든 대학생었다. 내가 있던 좌석이 제일 저렴한 '버금딸림'좌석이었는데, 여기는 주로 대학생들이 있는 자리였다.
다들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는데, 여기서 '과연 무언가를 적으면서 공연을 100%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마도 무언가 과제나 감상문을 위해서 메모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바꿔말하면 과제가 아니면 이런 공연에 오지도 않았을 거란 말이 되어서 아쉬웠다.(사실 이부분에선 나도 해당되는 부분이었지만...)
대학생들이 많아서인지 극 중간중간에 핸드폰 불빛도 많이 비추고 이래저래 간간히 극 몰입에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었다. 이는 개인적으로 극장이 좀더 제어를 해줬으면... 싶었지만 100% 막을 수는 없기에 참 안타까운 일이었다.
신선한 경험
완성도 있는 창극 공연이 자주 공연되고 자주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자체가 무척 기회비용이 비싼 문화생활이지만, 가격도 조금 더 낮춰져서 전통문화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본다면 더욱 좋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캐스팅
도창-염경애, 춘향-박애리, 이몽룡-이광복, 월매-정미정, 향단-박자희, 방자-김학용, 변학도-윤석안 님
- 사실 이는 창극에선 당연한 것이지만, 공연을 볼 당시 창극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었다는 상태를 감안해주길 바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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