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을 보고왔습니다.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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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옥수수밭에 누워있는 연인
채승훈 연출, 2010
채승훈 연출, 2010
이것도 시간이 좀 지난 포스팅이 되겠네요. 서울 연극제가 막을 내린지가 언젠데...(...)
5월 19일날 서울연극제 춤품작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을 보러 다녀왔습니다.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하는 연극이었는데요, 사실 정보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한채로 연극을 보러갔습니다. 19세 이상 입장 가능과 제목이 주는 자극적 의미에 흥미가 동해서 갔는데..
참패했네요OTL..
아무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ㅜ_ㅜ
답답한 연극
일전에 봤던 <심판>이랑은 다른의미로 너무도 답답했던 연극이었다. 작품자체가 너무도 난해하여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음에도 작품 속에 몰입하여 보았다는 느낌보다는 방관자적인 입장으로 연극의 겉을 빙빙 돌고 돈 느낌이 들어서 연극을 보고 매우 피로감을 느꼈다. 더욱이 불편한 보조석은 그 피로함을 증폭시켰고.
기본적인 연극의 스토리는 알 수 있었으나 그 이상의 연극에 담긴 상징성을 이해하는 것은 너무도 어려웠다. 연극이 개연성이나 서사성을 중시한 것이 아닌 이미지의 나열을 통하여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바람에 (더군다나 주제의식을 제대로 부각시키지도 못했다 생각한다) 이해할 수 없는 요소의 난무였다고 본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요약해보겠다.
이선(김호정 분)과 한보(남명렬 분)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불안함을 이기지 못하고 한보는 떠나버리고 이선이 잠든 사이 괴상한 부자가 찾아온다. 부자는 대화를 나누고 아버지(민경진 분)가 먼저 잠이 드는데 아들(이명호 분)이 아버지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이선과 아들은 만나서 비밀을 나눈다. 그러나 마침내 '그'인 한영(남명렬 분)이 오고 이들의 결합은 깨진다. 그리고 한영은 이선에게 비밀을 알려주고는 돌아가버린다.
다양한 상징성 - 아들
혹은 그 어머니를 죽인 것과 마찬가지로 대상 여성을 죽임으로써 결핍을 만족시키려고 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초반엔 그랬겠지만 나중에는 '아버지가 죽인 사람이 내 연인이 되었다.'라고 했으니 아버지의 의사가 더욱 개입되어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자신이 누군가를 죽일 때만 늑대가 되고 활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 역시 자신의 노쇠함과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묘하게 맞물려있는 결핍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부자는 서로가 결핍된 부분을 잔인함과 폭력성으로 채우고자 하는 인물로 보였다.
그러나 이 둘이 상보적인 관계는 또 아니다. 자세히 보면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아는 것 같은 눈치였고, 뿐만아니라 아들이 강해져야 한다며 죽은 여자의 손수건을 가져오거나 아들이 울자 욕설을 하면서 아들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아들은 자고 있는 아버지의 목을 찔러 아버지를 죽여버리고 만다.
다양한 상징성 - 관계
그렇게 이선과 아들이 남는다. 이들은 서로 어딘가가 닮아있다. 이선은 아들에게 나는 너같은 사람을 안다라고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할 것을 권유한다.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점차 하나의 완전한 결합체가 되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역시 쉬이 무너져버리고 마는데, 이선의 아버지인 한영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한영역시 결핍된 인물이다. 그는 한쪽 팔이 없으며, 처음엔 감정이 결여되어 보이는 듯한 인물이다. 그가 등장하고 한영은 이선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아들에게 서슴없이 총을 쏴버리면서 이선과 아들의 연대는 금세 허물어져버리고 후에 아들이 자살을 하면서 완전히 부숴지고 만다.
결핍에 대한 태도 - 젋은 세대
젊은 세대는 진정한 자유를 찾고자 한다. 이선과 같은 경우에는 나비처럼 자유를 찾고자 한다. 사막에서도 살 수 있으며, 배가 뒤집혔을 때도 해를 가리며 지켜준 나비까지.. 이선은 한영의 보호, 즉 방에서 탈출하여 어머니처럼 사막이든 어디든 떠남으로써 자유를 취하고 싶어하는 인물인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진실을 알고 난 이후엔 그저 쉬고 싶다고 하면서 포기해버리는 태도를 보였다.
아들역시 자유를 찾고 싶어했다. 어머니를 죽인 것은 자신이었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가 우산을 뺏는 행위를 일종의 속박으로 본다면, 아들은 어머니를 죽임으로써 자유를 찾고자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강도가 왔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자신의 말에 다시금 속박당할 수 밖에 없었으며, 더군다나 아버지는 사실을 아는 것 같으면서 끊임없이 아들을 몰아세웠다.
결국, 아들은 그에 대한 반향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만다. 여기서 다시 아들은 자유를 찾는 것 같았지만 한영의 등장으로 결국 좌절하고 자살로써 생을 마감하게 된다.
결핍에 대한 태도 - 늙은 세대
한영 역시 부족한 요소를 딸을 보호함으로써 결핍된 것을 메꾸려고 하는 것 같다. 아내와 동생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고있음에도 가정을 지키려 하였고 그 모습이 조금은 병적으로까지 보이지만, 결국 이 역시 감춰왔던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자신이 꿈꿔온 가정은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비
이선은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잡혀 상자에 갇혔다고 생각한다. 이를 탈출하려다가 사고로 결국 세상을 뜨지만 어머니가 자신의 입안에 물려준 새끼손가락, 즉 영혼으로 자신은 아버지의 상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손가락을 꺼내간 아버지가 자유를 앗아갔다고 생각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인다.
후에 한보가 사온 가짜 나비를 보고 한영은 한보가 진짜 이선의 아버지라는 진실을 알려준다. 한영이 한보에게 나비를 부탁한 것으로 보아 어쩌면 한영도 자신을 옥죄고 있던 금기시된 주제에 대해 속시원히 말하고 자유를 누리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그리고 무대
무대는 상당히 황량한 느낌이 들었다. 낡은 냉장고가 널부러져 있고 폐자재들이 산만히 놓여있는 것으로 보아 처음에 이선과 한보는 폐공장이나 그에 준하는 시설에 몰래 숨어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집’이었다. 여기에 놓여있는 색색의 여성구두가 대조를 이루어 인상적이었다.
거칠고 허름한 공간은 모든 인물의 내면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조명도 대게 음산하고 무채색 톤의 조명을 사용하였으며, 소리는 나무가 무너지며 난다는 ‘쿵’하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역시 하나의 장치로 작용을 하였다. 뿐만아니라, 조명의 사용으로 무대와 객석을 격리시키는 느낌이 들었던 점도 인상깊었다.
난해하며, 설명조차 부족했던 연극
불행히도 이 연극은 내게 몸도 불편했고 마음도 불편한 연극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구심이 들만큼 연극이 소통의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적어도 소통의 방향성정도는 제시가 되었으면 훨씬 차림새 있고 풍부한 연극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무조건 고차원의 상징성과 메타포를 사용한다고 해서 연극의 작품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물론 이 연극이 그런 고차원의 요소를 사용했는지는 다음에 생각해 볼 문제겠지만..) 연극 뿐만 아니라 영화든 뭐든간에 결국은 작가가 자신의 생각을 코드화(encode)시켜 감상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독(decode)을 시켜 그 재미를 느끼게끔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는 어느정도 소통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그 빛을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그 상징성을 선택받은 소수만 이해할 수 있거나, 혹은 작가 자신만이 이해할 수 있다면 그 것은 실패한 코드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히, 나는 이 연극을 ‘잘 만들지 못한 연극’이라고 평한다.
매우 아쉬웠다.
그 외에
미리 예매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관객이 몰리니 보조석을 확보하느라 그런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는 추리해보지만, 아무튼 불쾌한 경험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추가확보된 보조석에 자리를 잡고 연극을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리도 별로였거니와 추가석은 더더욱 불편해서 불편한 자세로 불편한 연극을 볼 수 밖에 없었다.
다리도 어정쩡하게 구부리고 보다보니 연극몰입감도 쳐지고 조금의 실수도 옆사람의 감상을 방해할 수 밖에 없게 되더라.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느끼며 연극을 보았다. 아무래도 극단측이 보조석의 수를 조금 잘못계산한게 아닌가 싶었다. 너무 과한느낌이 들었다.(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럼에도 표를 못구한 사람이 있었다고 하더라...)
극장에서도 불쾌했고 연극도 유쾌하지는 않아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아무튼 동행인과 같이 근처 주점에서 맥주와 철판볶음닭(!?)을 시켜서 간단히 먹고 무사히 집에 들어왔습니다.
(인증 'ㅡ^)
어려운 연극이었어요. 너무나.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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