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캔 사용기 - 쉽고 빠른 북 스캔이 맞나요?
충동적으로 구매한 판타스캔 제품의 간단한 사용기입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제품이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아서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품을 살펴보고 간단한 후기를 남겨보았습니다.
레이니아입니다. 오늘은 뜬금없는 충동구매의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포스트입니다. 지름은 오래되었고 초고를 작성한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으나 실패에 가까운 지름이라 다듬는데 꽤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아요. 오늘 소개해드릴 물건은 ‘판타스캔’이라는 간편 북 스캐너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이런 지름은 백이면 백, 제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헤매는 선택 장애 덕분에 오곤 합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로 나누는 구분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 여부에 따라서 거칠게 나눠보겠습니다. 메모면 메모, 책이면 책, 일정이면 일정에 이르기까지 저는 언제나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고민하곤 합니다.
책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E-book을 사용하는 게 가볍고, 편하다는 건 알지만, 파일을 소유하고 있다는 불안정성과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점[각주:1]. 그리고 종이를 넘기는 특유의 느낌이 없어서 종이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종이책은 장・단점이 정반대인데요. 그래서 예전에는 두고두고 볼 책은 북 스캔을 이용하여 스캔 받은 책을 소장하기도 했었습니다.[각주:2]
(그래도 자주 사용하는 도서 앱)
그런데 이러한 북 스캔 대행업이 불법으로 바뀌어버리면서 직접 북 스캐너를 대여하지 않으면 북 스캔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왔는데요. 합법과 불법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아쉬웠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다양하게 아날로그 책을 디지털로 보는 방법을 고민해봤었는데요.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판타스캔’을 보고 덜컥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판타스캔
판타스캔 솔루션은 쉽게 말해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책 사진을 찍고, 이를 보정하여 가독성을 높이는 방법을 앱에서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일정 간격으로 사진을 찍고 이를 하나로 합치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고정된 상태로 사진만 계속해서 찍어주면 간단하게 스캔한 것과 비슷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인데요.
스마트폰으로 문서를 찍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에버노트의 문서 인식 기능을 무척 높이 사고 있지만, 에버노트도 툭하면 인식을 제대로 못 해서 두 번 세 번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솔루션을 사용하더라도 이는 마찬가지입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는 신뢰할 만한 수준이 되었으나, 일반 카메라를 사용하더라도 스캐너를 사용한 것처럼 깔끔하게 사진을 찍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인데요.
(판타스캔 소개)
조명과 사진을 찍는 환경이 제대로 통제되어있을 때 비로소 이러한 촬영이 가능하고,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는 것보다 북 스캐너를 구매하는 기회비용이 훨씬 저렴한 게 문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할인 가격으로 만 원 남짓한 판타스캔은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요.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다른 후기를 찾아보느니 직접 구매해서 써보자는 생각으로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판타스캔을 구매하면 스마트폰을 고정할 수 있는 거치대와 판타스캔 앱 잠금을 해제할 수 있는 시리얼 코드가 함께 제공된다고 합니다. 제가 늦가을에 이 제품을 발견해서 구매했는데요. 이미 찾아봤더니 출시한 지 꽤 지났음에도 특가로 할인 판매를 하더라고요.
판타스캔 살펴보기
주문한 판타스캔은 오래 걸리지 않아 배송되었습니다. 구성품을 직접 살펴보고 직접 작업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판타스캔 상자)
도착한 판타스캔 상자입니다. 종이 상자에 판타스캔의 로고 스티커가 붙어서 오는데요. 이 로고 스티커는 별도로 들어있으니 사용하…근데 어디에 사용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판타스캔 구성품)
상자를 열면 말씀드린 대로 시리얼 코드와 거치대가 들어있습니다. 스파이더 포드처럼 자유롭게 휘어지는 만능팔의 느낌인데요. 굳이 판타스캔 용도로 쓰지 않아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타스캔 인증 코드와 스티커)
스티커 2매와 인증 코드가 있습니다. 판타스캔 앱을 실행하고 이 카드에 적힌 인증번호를 입력하면 판타스캔 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판타스캔 만능팔)
만능팔(!?)입니다. 한쪽은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집게가, 다른 한쪽은 거치할 곳에 고정할 수 있는 집게가 붙어있습니다.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부분은 분해가 되어있는데요. 이 부분을 조립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집게 부분은 거치용 집게입니다.
(판타스캔 만능팔 조립과정)
포장을 뜯으면 위와 같이 부품이 나뉘어 있는데요. 먼저 잠금 나사를 팔에 끼워 넣고 집게 부분을 구슬 부분에 맞춰서 끼워 넣으면 됩니다.
(조립완료)
이 부분을 세게 조이면 헤드 부분이 움직이지 않으며, 헐겁게 풀면 헤드가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필요한 각도에 맞춰서 세게 조여 고정하면 되겠습니다.
(만능팔로 아이폰을 집은 모습)
스마트폰을 고정하는 부분에는 기기에 흠집이 나지 않고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무 처리가 되어있습니다. 아이폰5S를 예시로 물려보았습니다만, 제가 사용하는 갤럭시노트4도 쉽게 잡힙니다. 그리고 판타스캔 앱이 아직 안드로이드만 지원하고 있어서 아이폰은 잡아봤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판타스캔으로 북스캔하기
(만능팔을 한 곳에 고정합니다.)
한쪽을 거치할 곳에 고정하고 카메라를 촬영할 준비를 해보았습니다. 자리가 지저분하여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의 그림자가 책을 너무 가리지 않도록 유의하며 위로 올려주면 됩니다. 아, 그리고 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야 하니 후면 카메라가 앞으로 오도록 거치해야 하는 것도 상식이겠죠?
(판타스캔 앱으로 사진 촬영)
판타스캔 앱을 켜면 빨간 선 영역 안에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설정을 통해 다음 사진을 찍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데요. 한 번에 2면을 찍으며, 잘못 찍었을 경우 그대로 다시 찍고 나중에 편집을 통해 사진을 빼버리면 된다는 팁도 들었습니다. 판타스캔에서는 두 면당 2초 정도로 잡는 게 좋다고 하는데, 전 요령이 없어서 3초는 있어야겠더라고요.
(판타스캔 앱으로 스캔을 완료한 후) |
(판타스캔 앱으로 스캔을 완료한 후)
판타스캔으로 촬영을 시작한 상태에서 3초마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주면서 사진을 촬영하면 됩니다. 한 권을 촬영하는데 대략 10여 분 정도가 소요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촬영한 사진은 흑백 대비강화 등 편집을 거칩니다. 그림자 제거 등의 다양한 옵션을 제공하며, 일괄 수정되므로 수정을 하고 한 권의 책으로 만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데요. 200여 장 정도로 진행했더니 길게는 30여 분, 보정을 거의 안 하면 짧게 5분까지 걸리더라고요.
(사진 상태)
그리하여 살펴본 결과물인데요.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e-book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품질이 좋다고는 절대 말하지 못하겠고요. 그럭저럭 내용을 읽을 수 있다는 데에 만족할 정도입니다. 북 스캔이라는 말은 좀 무리수 같고 그냥 쉽게 책 사진을 찍어서 들고 다닐 수 있다.고 하겠네요.
여기에 주석을 달거나 기타 작업을 하는 건 무리고 단순히 내용을 읽기 위해서라면 괜찮게 사용할 수 있겠습니다. 판타지나 무협 같은 장르문학, 가볍게 읽을 만한 도서로 사용하기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류의 책은 거의 e-book으로 구매해버리는 터라...
광고 문구로 올라온 쉽고 빠른 북 스캔은 굉장히 자신감에 찬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조금만 숙달되면 더 품질 좋은 결과물이 나오리라 하겠지만, 기회비용을 생각해봐도 그리 수지타산이 맞는 것 같진 않습니다.
가볍게 들고 다닐 이야기책에는 유용하겠지만, 역시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e-book 구매가 좋겠지요.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여 사용한다면 판타스캔이 영 쓸모없진 않겠습니다. 만능팔도 주고 말이죠...
저는 판타스캔 자체의 기능보다 거치대로써 더 많이 사용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정리하자면, 숙달되지 않으면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걸 숙달하는 시간보다는 용도에 맞게 책을 구매하는 게 현명하다. 필요한 책을 간단히 들고 다니겠다고 생각하면 괜찮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제게는 실패에 가까운 지름이었습니다만, 이점 고려하셔서 다른 분께선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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