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리의 법칙 - 참신한 아이디어의 힘
인디게임...이라고 부르는 게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메이저 게임 개발사나 게임 퍼블리셔가 공급하는 게임이 아닌, 스타트업같은 소규모 업체에서 제작한 매력적인 게임도 많습니다. 저도 메이저 게임을 소개한 것만큼 이런 인디게임을 종종 소개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인디게임 중 하나인 '샐리의 법칙'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네, 이미 지난번에 간단하게 소식을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제 주말을 하얗게 불태운 게임 중 하나로 말이죠. 그때는 게임의 간단한 특징 등을 간단히 정리해봤는데요. 이번에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샐리의 법칙
샐리의 법칙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머피의 법칙의 반의어인데요. 좋지 않은 일이 연이어 이어지는 머피의 법칙과 달리 샐리의 법칙은 좋은 일이 연달아 이어진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샐리의 법칙 주인공인 샐리는 이 샐리의 법칙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과연 샐리의 법칙이 그 사람이 운이 좋아서 생긴 걸까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걸까요? '샐리의 법칙'은 이 생각이 발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합니다. 이 게임은 개발 당시 크라우드펀딩를 통해 제작비가 일부 마련됐습니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텀블벅에서 모금을 진행했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가끔 크라우드펀딩 사이트를 돌아보는데, 이 모금은 완료된 후에야 처음 보게 됐습니다.
아이디어가 참신한 게임이라 종종 소식을 보고 있었는데, 올해 구글 플레이 게임에서 수상소식이 들려오더라고요. 그리고 이를 이어 지난 달에 다녀온 구글 플레이 오락실에서도 샐리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뭐... 사실 그쯤엔 이미 구매한 이후였지만요.
관심 있게 봐서 게임이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매해 지난 글을 올렸을 때 슬슬 즐겼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볼륨이 작아서 주말 동안 쉽게 마무리했고요. 그럼, 이제 제가 플레이하면서 느낀 바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참신한 퍼즐
샐리의 법칙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샐리. 사실 샐리의 운은 그녀의 아버지 덕분이었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는 샐리가 눈치채지 못하게 샐리를 도와주고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나 샐리가 고향을 떠나 도시에 있는 도중에 아버지가 갑자기 병환으로 쓰러지죠.
샐리는 아버지를 만나러 다시 고향으로 가는 길에 오르고, 문득 눈을 뜬 아버지의 혼령은 급하게 돌아가는 샐리를 도와주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을 '샐리의 법칙'이라는 게임으로 구현했습니다.
샐리의 법칙은 같은 단계를 두 번 플레이하게 됩니다. 한 번은 샐리의 시점에서, 다른 한 번은 아버지의 시점에서 플레이하는데요. 샐리 시점에서 진행하는 게임은 일종의 원 버튼 게임입니다. 상황에 맞게 터치해 점프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난이도가 그다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장애물로 알아서 열리는 터라 박자를 놓쳐서 추락하지만 않으면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아버지의 시점입니다. 아버지의 시점에서는 길을 가는 샐리의 앞길을 보살펴줘야 합니다. 키를 열어 장애물을 열어주거나, 가는 길에 맞게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줘야 합니다. 혹은 가시덤불을 미리 정리하는 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샐리의 움직임은 좀 전에 플레이어가 움직인 샐리의 움직입니다. 따라서 샐리로 움직일 때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게임의 난이도가 조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샐리의 움직임은 점으로 표시됩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측할 수 있는데요. 위 스크린 샷에서 유독 진한 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샐리로 플레이할 때 점프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는 소리입니다. 이후에 장애물이 아버지로 플레이할 때 많이 움직여야 하는 걸 예측하고 천천히 시간을 벌어준 것입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면 상대적으로 아버지 플레이 때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을 선택하느냐도 차이가 있고, 덤불을 어떻게 건너갈 것인가. 그리고 점프할 때 어떤 위치에서 할 것인가도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위 스크린 샷처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초기에 나옵니다만, 이후에는 거의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버지의 혼령이 샐리와 닿으면 점프합니다. 이를 이용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샐리가 움직이는 경로에 맞게 떨어져야 하므로 타이밍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더 높이 올라가고 싶으면 만나는 지점에서 샐리가 점프를 해야 하는데요. 이걸 안 하면 수집 요소인 '추억의 사진'을 못 먹는 일도 생깁니다.
뛰어난 완성도, 그러나 아쉬운 볼륨
게임을 전체적으로 둘러보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캐릭터의 움직임도 좋고 게임 배경, 캐릭터 디자인 등이 모두 미려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스킨도 별도로 구매할 수 있는데요. 샐리가 상경해서 쓴 책 제목입니다만, 사실 어떤 스킨인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아이디어는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참신합니다. 같은 게임을 두 번 한다는 요소부터 매우 참신한데요. 특히 과거의 플레이가 미래의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게임을 플레이할 때 미래의 나를 위해 고민하면서 플레이하는 게 꽤 즐거운 두뇌유희였습니다.
그러나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살짝 아쉽습니다. 게임성만 따지고 본다면 아이디어가 거의 전부인 게임입니다. 샐리와 조화를 이루는 움직임이 점프 하나밖에 없고, 장애물도 키, 버튼, 덤불 정도밖에 없습니다. 시간을 잠시 멈추는 아이템이 나오긴 하지만, 이게 게임 플레이를 다양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금세 단조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게임을 하면서 반복적인 일만 한다는 느낌이 든달까요? 앞서 나온 이지선다 같은 요소도 나중엔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반복적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특히 샐리 부분은 긴장감이 거의 없습니다. 갈수록 두 캐릭터 파트가 따로 논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면서 당위성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야기 흐름의 문제인데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나오다시피 한 샐리가 다시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이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가면서 샐리가 끊임없이 회상하지만, 그것만으로 아버지를 이해한다는 게 너무 갑작스럽다는 느낌이 드네요.
갑자기 시간을 멈추는 아이템이 나오는 것도 갑작스레 나오는 요소라 '이게 왜 나오나?' 싶었습니다. 게임의 단조로움을 해결하고자 한 것으로 보입니다만, 나오려면 좀 더 당위성 있게 제시해주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게임이 어렵진 않습니다. 그런데 스테이지 4~5로 넘어가면 조금 갑작스럽게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맵도 길어지고 할 일도 많아집니다. 그리고 '추억의 사진'을 얻으려면 몇 번 다시 플레이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추억의 사진은 수집요소로 게임의 스킨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게 획득하기 쉬운 곳에 있지는 않습니다. 중반 이후로 갈수록 샐리 플레이 때 머리를 쓴 다음 경로에 맞춰 움직여야 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분을 반복하려고 하면 한 스테이지를 전부 처음부터 해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다시 하기를 누르면 완전 처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이게 좀 불편했습니다. 스테이지도 절반으로 쪼개는 만큼, 다시 하기를 눌렀을 때 절반 부분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추억의 사진을 먹는 게 그나마 샐리의 법칙을 어렵게 플레이할 수 있는데, 머리를 쓰기보다는 타이밍을 잘 맞춰야겠더라고요. 그마저도 나중에는 그냥 쉽게 먹을 수 있는 곳도 있어 꾸준히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난이도 설계가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갑작스레 서로를 이해하게 된 부녀입니다만, 어쨌든 행복한 결말로 끝나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주말에 즐기면서, 중간쯤에 사실 지겨워서 잠시 접었다가 마저 해치운(!?) 게임인데요.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전체적인 완성도도 좋지만, 아이디어를 풀어가는 과정이나 설계가 조금 아쉬운 게임으로 정리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독특한 게임이 많아지는 것은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방식도 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현재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 그리고 스팀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볼륨이 좀 더 추가됐으면 합니다만, 이야기가 완전히 닫힌 결말이라 추가하긴 어렵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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