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 출시 후 한 달. 나름대로 담아본 사용기
지난 24일 아이폰X이 한국에 정식 출시했습니다. 해외엔 더 빨리 출시한 덕분에 이미 해외에서 제품을 구하신 분도 많은데요. 저도 이리저리 욕심내 보다가 결국은 포기하고 정식 발매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정식 출시와 함께 제품을 써봤는데요. 한 달이 지난 지금. 이제는 아이폰X에 관해 간단한 이야기는 할 수 있겠다싶어 글을 정리해봤습니다. 아이폰X의 대표적인 특징을 한 달 동안 쓰면서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정리했어요.
1. 비운의 M자 탈모
그다지 신경 쓰이진 않아요.
처음 아이폰X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까요? 아마 전면 디스플레이에 드리워진 센서 영역. 속칭 ‘M자 탈모’를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 또한 처음 아이폰X이 공개됐을 때 이 당혹스러운 디자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선, 생각보다 콘텐츠를 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앱 UI가 최상단까지 콘텐츠를 띄우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는데요. 영상도 쓰다 보니 눈에 크게 거슬리지 않네요. 오히려 그나마 거슬리는 부분은 게임입니다.
게임 UI가 가장자리를 눌러야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 때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들었네요. 한편으론 이 센서를 아예 빼버릴 수도 없고, 양 옆을 덮어버리면 기존에 나온 스마트폰과 다를 바가 없기도 하고요. 어떻게 담아내는 게 더 '엘레강스'할 지는 전 아직 모르겠습니다.
2. 트루뎁스 카메라와 페이스 ID
생각보다 별로에요.
트루 뎁스 카메라를 이용한 페이스 ID. 빠르고 영민하게 얼굴을 인식해 잠금을 해제해주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지문과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홈 버튼이 빠지면서 기존 터치 ID를 대체해야 했고, 그 결과가 페이스 ID라는 흐름은 타당합니다.
얼굴을 제대로 인식했다는 전제하에 속도는 현존하는 어떤 기기보다도 빠르게 잠금을 해제합니다. 다른 기기에선 얼굴의 여러 면을 인식하든, 홍채를 인식하든 잠금해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결국 지문이나 패턴, 비밀번호 등 다른 잠금 해제 수단을 이용했습니다.
아이폰X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인식 속도를 보여줬는데요. 인식의 정확도는 한 달이 지난 지금, 아주 뛰어나진 않습니다. 개인적인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얼굴을 잘 인식하진 않네요. 학습을 꾸준히 한다고 하는데... 정말일까요?
어두운 곳에서는 당연하지만, 성공률이 급감하고, 인식할 수 있는 화면 각도도 좁은 편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로로 놓으면 얼굴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가로모드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도중에 잠깐 페이스 ID를 써야 한다면 세로로 돌려야 하는 게 불편하네요.
그리고 페이스 ID를 넣으면서 몇 가지 UI가 바뀌면서 불편한 부분이 생겼습니다. 이용자가 화면의 내용을 인식하기 전에 보안 해제가 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가 생겼는데요. 전원 버튼을 두 번 연속으로 눌러야 하는 것 같은 조치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종종 이게 리드미컬하게 잘못 눌러서 그냥 화면을 꺼버리는 일이 있어요. 그래서 뭔가를 할 때 귀찮은 일로 이어집니다. 다른 기능과 겹치지 않는 방식. 이를 테면 화면 내에서 드래그를 해야 하는 등 다른 방식의 잠금장치를 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좀 아쉽고 복잡합니다.
트루 뎁스 카메라를 제일 잘 활용하는 건 애니모지인데요. 아이메시지에서만 되는 게 살짝 아쉽습니다. 다른 데서도 좀 더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3. 듀얼 카메라
쓸 만 해요!
아이폰7을 쓰면서 카메라 기능은 불만족에 가까웠습니다. 카메라를 꾸준히 들고 다니기도 했거니와, 갤럭시 S8을 함께 쓰고 있어서 아이폰7으로는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는데요. 아이폰X로 바꾼 후 아이폰X 카메라를 종종 선택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바로 '인물사진 모드' 덕분입니다. 듀얼 카메라를 이용해 피사체 주변의 풍경을 흐리게 만드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요. 이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네요. 여태까지 플러스 제품에서 지원하던 기능인데, 뒤늦게 경험하게 됐습니다.
조명을 바꾸는 게 얼마나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매력적인 기능이고요. 다만, 찍을 인물이 없어 주로 음식사진 모드로 활용하고 있네요. 그렇지만, 역시 카메라의 만족도 자체는 갤럭시 S8 쪽에 좀 더 눈이 갑니다.
4. iOS11와 UI
음... 네, 괜찮아요.
iOS11의 만듦새와는 별도로 달라진 제스처 기반의 UI는 쉽게 익숙해졌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스와이프해 홈 메뉴로 돌아가는 홈 화면 대체 제스쳐는 블랙베리 OS가 떠오르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크게 어렵지 않게 적응했는데요.
다만, 가로모드일 때 홈 화면이 함께 아래로 따라오는 데는 이견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위로 쓸어올리는 경험 자체를 통일하고자 하는 데는 좋겠으나, 쓰다 보면 굉장히 어색해집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하단을 클릭해야 할 때 미스터치가 종종 생기네요. 그리고 하얀색 바를 꼭 살려놔야 했을지도 의문입니다.
그리고 멀티태스킹 화면에서 앱을 꺼야 할 때가 종종 생기는데(오류 등으로), 한 단계를 더 거치게 되면서 상당히 귀찮아졌습니다. 쓸어서 닫았던 예전이 그리워지네요.
iOS11의 만듦새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MacOS도 그렇고 iOS도 그렇고 점점 조악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정말 이게 최선이냐고 되묻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5. 가격
너무 비싼 기회비용으로 만난 미래
이 미래가 최선이었냐는 의문이 떠다닙니다. 맥북 프로에 근접한 아이폰X의 가격은 지금도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아이폰X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그리고 더 늘어나고 있고요. 이제 가벼운 사무는 스마트폰으로 처리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확장성이 향상됐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라는 절대적인 폼팩터가 변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아이폰X에 담긴 가치가 아직 소비자의 지갑을 열 만큼 매력적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아이폰X이 무조건 비싸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비자는 결국 가치를 소비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는 금액에 합당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구매로 이어진다는 이야기죠. 그런데 아이폰X이 보여준 미래는 지갑을 열기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특징만 봐도 말이죠.
분명 아이폰X은 자체로 매력을 갖춘 스마트폰입니다. 만지는 재미가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만졌을 때 즐거움은 아이폰7을 처음 만졌을 때만 못한 느낌입니다. 아이폰7을 아직도 들고 있는데, 계속 저울질하게 되네요.
저는 kt에서 아이폰X을 쓰고 있습니다. 통신사는 비교적 만족스럽습니다. 우선 iOS에서도 다양한 통신사 부가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고요. 몇 번 소개해드렸던 것처럼 미디어 관련 부가서비스가 풍부한 점 또한 장점입니다. 미디어팩이나 알짜팩이 되겠네요.
그리고 자주 말씀드리는 배터리 절감 기술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죠. 적용되지 않은 스마트폰보다 배터리를 최대 45% 더 오래 쓸 수 있으니까요. 아이폰X에 관한 내용은 좀 더 정리해볼 요량입니다만, 우선 제가 느낀 대표적인 특징은 이렇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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