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포토그래퍼(PhotoGRapher)를 위한 리코 GR3의 첫인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어디에나 마니아(Mania)는 있기 마련입니다. 카메라처럼 산업과 예술이 만난 물건에선 브랜드 군상의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죠. 오늘은 이 브랜드 중, '마니아를 위한 또 하나의 마니아'를 지칭하는 브랜드. 리코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리코, GR III 프리뷰 행사
리코(Ricoh)라는 브랜드에 고개를 갸우뚱하신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카메라 시장에서 리코는 많이 알려진 브랜드는 아닙니다. 차라리 신도리코에서 리코를 짚어주는 게 빠를 정도로요. 하지만 찾는 사람은 계속 찾는다는, 이른바 '마니아'를 갖춘 브랜드죠. 대표적인 카메라는 휴대용 카메라 GR 시리즈입니다.
리코의 카메라는 정말 마니악하기로 유명한데요. 저도 지난 휴대용 카메라를 찾으면서 고민했던 모델 중 하나로 작고 가벼워 뛰어난 휴대성을 갖췄으면서도 크롭 바디라 부르는 DSLR에 들어가는 APS-C 센서를 탑재해 사진 품질이 뛰어난 특징이 있습니다.
지난 GR2가 2015년에 출시했는데, 3년 만에 GR3를 처음으로 선보였는데요. 제가 다녀온 프리뷰 행사는 제품 출시 전, 제품을 직접 만져보고 체험 피드백을 할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이미 지난 10월에 외신을 통해서 외형 등이 소개된 터라 그리 낯설진 않게 다녀올 수 있었네요.
이번 행사는 토모히로 노구치 카메라 사업부 총괄부장이 내한해 직접 GR 시리즈의 철학을 소개하고 GR3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국내 최초 GRist라는 노승환 작가가 제품을 쓰면서 느낀 점을 발표했습니다.
제품의 제원이야 아는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하는 부분이라 크게 놀랍진 않았습니다만, 리코에서 GR 카메라를 개발할 때 적용한 개발철학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내용을 조금 옮겨보자면요.
1) GR은 카탈로그 스펙과 수치화된 숫자로 경쟁하지 않는다.2) GR은 유행과 인기를 위해서 기능을 바꾸지 않는다.
3) GR은 눈에 띄기 위해서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
4) GR은 모델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5) GR은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제안한다.
제가 리코 브랜드를 잘 알진 못하지만, 프리뷰 행사를 다녀와서 실제 GR 유저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리고 글 쓰면서 이런저런 준비과정에서 본 내용은 리코가 이 철학을 잘 지키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에 마니아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던 거겠죠.
리코 GR III의 첫인상
그럼 많은 분께서 궁금해하실 리코 GR3를 직접 만져본 소감을 정리해볼까 합니다. 저는 지인의 리코 GR시리즈를 만져본 게 전부라 전작 대비 얼마나 많은 개선이 됐는지 알기는 쉽지 않아, 제품 자체의 느낌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우선 크기는 정말 작습니다. 제가 마침 현장에 들고 간 카메라가 RX100이었는데요. 1인치 센서 카메라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원상 크기는 109.4x61.9x33.2mm로 한 손에 쏙 들어옵니다. 크기와 관련해 한 가지 더할 점은 렌즈가 크게 튀어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상당수 카메라가 휴대성을 자랑하지만 튀어나온 렌즈 때문에 정작 부피를 많이 차지하곤 하는데, 리코 GR3는 그런 문제 없이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요새는 코트 안에 하나 넣어 다녀도 되겠네요.
무게는 257g으로 스마트폰보다 조금 무거운 정도입니다. 역시 부담 없이 들고 다닐 수 있습니다. 휴대성만 놓고 보자면 마땅한 대안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이미지 센서가 개선됐다고 합니다만, 제가 프리뷰 현장에서 만져본 제품은 정식 출시 제품이 아닌 관계로 그 품질을 일일이 볼 순 없었습니다. 데이터 반출도 금지됐고요. 제원상으로는 2,424만 화소가 됐다고 합니다. 개선이 되긴 됐을 거예요.
무엇보다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건, 풀 터치 디스플레이와 직관적인 조작방법이었습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한 손으로 원하는 기능을 바로바로 설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조작 편의성은 외부에서 순간순간을 담는 셔터 찬스를 확보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편의성은 휴대성과 더불어 리코 GR이 스트리트 스냅 카메라로 선호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네요. 아,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셔터를 누르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셔터의 크기도 큼직하고, 누르는 맛이 있네요.
GR2 이용자분께서 궁금해하실 내용은 '먼지 유입'일 텐데요. 초음파 진동을 이용해 이미지 센서에 붙은 먼지를 떨어내는 센서 클리닝 'DR II' 기능을 더해 이를 개선했다고 합니다. 조금 써본 후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라 지금 당장 어떻다고는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아, AF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덧붙이자면 AF가 좀 더 개선됐다고 합니다. 제한된 환경이라 한계는 있겠습니다만, 제법 빠르고 정확합니다. AF 때문에 스트레스가 생기진 않겠다는 느낌이었어요.
18mm f/2.8 렌즈는 35mm 환산 기준으로 28mm인데요.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비슷한 화각입니다. 특성상 주변부에 살짝 왜곡이 생기긴 하는데, 심각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었고요. 인물도, 풍경도 두루 담을 수 있는 괜찮은 화각이다 싶어요. 표준 화각 선호도는 28mm와 35mm가 계속 우위를 다투고 있는데, 이건 순전히 개인의 취향 문제라 제가 어떻게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네요. 저는 28mm도 매력적인 화각이라 생각합니다.
조리개 값이 2.8부터 시작하는 건, 기존 리코 마니아에게 조금 아쉬움으로 남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조금 더 밝은 렌즈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거든요. GR2가 저조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GR3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겠네요.
이밖에도 제가 꼽은 아쉬운 점은 동영상, 그리고 틸트 디스플레이입니다. 동영상은 제품 좌측에 있는 버튼을 눌러 영상 촬영 모드로 넘어간 후 셔터를 눌러 촬영해야 합니다. 한 손으로 거의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던 GR3에서 유독 양손을 모두 써야 하는 기능이고요. 동시에 영상 촬영이 FHD 급에 멈춰있는 게 아쉽습니다. GR3는 사진을 위한 카메라지 영상은 그저 거들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아마 틸트 디스플레이도 비슷한 의도가 아닐까 싶은데요. GR시리즈에 별도의 뷰파인더는 없어 오로지 라이브 뷰로만 촬영해야 하는 상황에서 틸트 디스플레이 같은 편의 기능의 배제는 아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카메라는 사진으로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프리뷰 현장에서 제품의 만듦새와 첫인상을 살펴봤고요. 이제 제품이 나온 후엔 다양한 결과물이 이를 뒷받침하거나 반박해주겠죠.
넉넉한 시간 동안 충분히 만져본 GR3는 여전히 매력적인 기기였습니다. 조금 거칠게 정리해보자면 휴대성과 사진 품질 사이를 저울질하실 분께 고민을 안겨줄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고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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