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동안 써본 ICD-TX650 활용기 - 녹음기 가지고 뭐해요?

혹시 기억하시나요? '갑자기 아니 웬 녹음기?'였던 소니의 ICD-TX650. 제가 머잖아 활용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활용기의 초고를 살짝 정리해둔 후 차일피일 사진 촬영을 미루다 보니 벌써 반년이 지났더라고요. 게다가 소니는 그동안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뒤늦게 정리한 활용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다양하게 쓰시겠지만, 저는 이렇게 쓴다는 정도의 느낌만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 휴대용 메모

아마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건 메모 용도 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작고 가벼우니 어디에나 들어갈 수 있거든요. ICD-TX650이 처음부터 셔츠 주머니에 들어갈 걸 상정하고 나온 제품이기도 하고요.

어디에나 들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가볍게 음성 메모를 남기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음성 메모의 장점은 생각을 놓치지 않을 수 있고, 빠르게 기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생각난 즉시 녹음 버튼을 누르고 녹음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문장형으로 정리해서 녹음하기보다는 그냥 생각나는 그대로 다 주어 넘기는 게 좋습니다.

흐르는 생각의 흐름을 담는 것이므로 그대로 담아두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문장으로 정련하는 과정에서 놓치는 생각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이니 취사 선택하시면 되겠네요.

단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음성 메모는 일정한 시간마다 정리를 해줘야 합니다. 이 때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데요. 이 시기가 너무 늦어버리면 제가 제 말을 듣고도 이해하지 못 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과정이 솔직히 귀찮긴 하죠.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음성 메모를 남기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조용한 공간에선 아예 시도조차 할 수 없죠. 처음엔 메모 대신 녹음기만 들고 다녔는데, 이제는 병행해서 쓰고 있습니다. 소지품을 하나 더 들고 다니는 것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일이네요.

2. 독서 노트

그다음으로는 독서 노트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독서 노트를 쓰는 편인데요. 책을 읽으며 괜찮은 구절엔 밑줄을 치거나 사진을 찍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이게 사실 꽤 귀찮습니다. 구절을 에버노트 같은 서비스로 옮겨 나중에 재료로 재활용하는데, 어차피 사진을 찍어도 다시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텍스트로 옮겨야 한다면, 빠르게 기록이라도 하자는 생각에 음성 메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책을 읽다가 녹음기를 켜고 몇 페이지 몇 번째 줄이라고 정확한 키워드의 문장을 읽어두면 이걸 나중에 활용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문장 부호까지 살아야 맛이 있으므로 읽을 때 문장 부호까지 같이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처라고 다르겠어요. 긁힌 가슴에는, 어떤 가역 반응에도 상흔이라는 것이 남으니까요.

- 전소영, 찬 안쪽 상흔 중에서...

가령 위 문장을 메모한다고 하면, 책 제목을 읽고 그대로 문장을 읽습니다. '상처라고 다르겠어요 마침표 긁힌 가슴에는 쉼표 어떤 가역 반응에도 상흔이라는 것이 남으니까요 마침표' 라고요. 조금 번거롭지만, 확실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읽으면서 생기는 부수적인 효과는 시각, 청각을 모두 활용하면서 문장이 좀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인지심리학에서도 다양한 감각기관을 활용하는 기억법이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요. 이걸 이렇게 체감하게 되네요. 

3. 음성 소스의 활용

음성 소스를 활용한다고 하니 뭔가 거창한 것 같습니다만, 크게 두 가지입니다. 인터뷰할 때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담아 텍스트의 소스로 활용하거나, 아예 별도의 마이크를 대체하는 용도로 활용합니다.

｜고프로 커뮤니케이션 부문 수석 부사장 제프리 브라운(Jeffrey Brown)

업무상 아주 가끔 인터뷰할 때가 있는데요. 이를 글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정확한 소스 없이 바로바로 텍스트로 옮기는 건 벌어져선 안 되는 일입니다. 정확한 소스가 필요하죠. 그래서 녹음기를 쓰는데요. ICD-TX650은 크기가 크지 않아 인터뷰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인터뷰를 영상으로 남겨야 할 일이 있었는데요. 영상에 소리가 참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ICD-TX650으로 녹음한 음성을 활용했습니다. 몰랐는데, 유튜브 등 영상 기반 개인 채널을 활용하시는 분들은 별도의 마이크 대신 음성을 녹음하는 용도로 ICD-TX650을 많이 활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상 소스에 관한 이야기를 여기에선 다 풀 수 없겠습니다만, 영상 편집할 때 약간의 수고만 거치면 쉽고 간단하게 핀 마이크를 대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핀 마이크의 가격이 상당하다는 건 알고 있었거든요.

정리의 습관

제가 주로 쓰는 건 위의 세 가지 용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일상생활에서 녹음기를 쓸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나마 저도 이런저런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이렇게 쓰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도 음성 메모를 통해 다양한 기획을 살리고, 여러모로 유용하게 활용한 점은 좋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베이스도 모두 그때그때 녹음해둔 내용이 바탕이 됐는데요.

｜녹취록 만드는 건 당연하고요.

한 가지 중요한 건, 다른 메모도 마찬가지지만 음성 메모는 특히 기록해두고 뒷정리를 하지 않으면 그냥 불필요한 데이터가 쌓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걸 어떤 식으로든 재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여기엔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론 자신의 기록을 낯설게 보는 용도로 재가공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메모를 묵혀서 활용하는 무의식 글쓰기, 혹은 5분 글쓰기 같은 활용방법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성 메모는 즉각적으로 녹음하므로 즉각적이고 휘발성 강한 생각을 담는 일이 잦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 녹음한 내용을 들었을 때 '이게 무슨 소리람?' 하고 되짚어보길 포기할 수 있습니다. 수기 메모라면 사정이 달라질지도 있겠습니다만, 음성 메모는 '말'에 가깝지 '글'에 가까운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필요합니다.

음성 메모를 하는 건 좋지만, 음성 메모를 해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다른 인박스 개념과 마찬가지로 그냥 쌓이고, 스러져가는 불필요한 데이터에 불과하다. 이것을 어떤 식으로든 재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노력을 들여야 한다. 뭐... 자신의 무의식 글쓰기처럼 5분 글쓰기처럼 며칠, 몇 주 이후에 다시 열어봐서 새로운 생각을 발전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음성 메모가 즉각적으로 녹음하는 것이다 보니 그 당시 즉각적이고 휘발성 강한 생각을 담는 경우가 많고 그러니 나중에 이 소리를 들었을 때 '이게 뭔가?'하고 되짚어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바로 정리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실제 남긴 음성 메모 내용

제가 ICD-TX650을 활용하는 내용을 정리해봤습니다. 영상 콘텐츠가 점차 대두되면서 외부 마이크를 쓸 수 있는 신제품을 써볼까 싶긴 하지만, 그러면 휴대성이 많이 떨어져 고민 중입니다.

신제품이 나왔지만, ICD-TX650은 신제품과 살짝 궤를 달리하는 제품입니다. 휴대성에 초점을 맞춰 즉각적으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뒀는데요. 가벼운 음성 녹음을 준비하신다면 비싸고 무거운 다른 제품보다 이 녹음기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또 어떻게 활용하시나요? 다양한 활용 방법을 공유해주시면 저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 활용기는 이쯤에서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