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고(Surface Go) 사용기 - 왜 서피스고인가?
지난 글에서 첫인상, 그리고 서피스 고의 태블릿으로서 아쉬운 점을 살펴봤습니다. 그럼 이제 좋은 점을 찾아볼 차례죠. 서피스 고를 쓰면서 분명히 나아진 점이 있습니다. 이번엔 서피스 고를 선택한 이유를 꼽아보며, 뛰어난 생산성을 갖춘 서피스 고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휴대하기 좋은 텍스트 에디터
저는 외부에서 사진과 글이 혼합된 원고 작업을 하는데요. 맥OS를 주로 쓰기에 맥북 12인치 모델이 참 괜찮은 선택지였습니다. 그래서 잘 쓰다가 맥북프로 15인치로 교체하면서 비용 문제를 해소하려고 판매했습니다.
맥북프로 15인치가 휴대성은 떨어지지만, 들고나갈 수 없는 기기가 아니니 쓸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제 생활 패턴에서 이동하면서(지하철), 외부에서(취재) 글을 쓸 일이 많다 보니 이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기껏 팔았는데 다시 그리워지더라고요. 다시 휴대를 위한 기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에 블루투스 키보드 연결, 맥북 12인치, 맥북에어,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1인치 등이 물망에 올랐는데, 아시다시피 결국 서피스 고가 최종 선택됐습니다.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키보드 조합
장점 : 비용
단점 : 활용의 제한성
가장 먼저 생각한 건 스마트폰과 블루투스 키보드 조합입니다. 스마트폰이야 늘 들고 다니니, 괜찮은 블루투스 키보드만 있으면 되겠다 싶었죠. 마침 휴대성 좋은 마이크로소프트 폴더블 키보드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스마트폰을 고정할 수 있는 스탠드가 필요했어요. 아니면 키보드가 스마트폰을 고정해야 했는데, 선택지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책상 위에 딱 고정된 자세로 있지 않으면 글 쓰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철에선 결국 양손 엄지를 열심히 놀리기 바빴네요.
맥북12인치
장점 : 기존 OS와의 연속성
단점 : 비용, 업그레이드 부담
다음은 다시 쓰던 맥북 12인치를 고민했습니다. 맥OS를 연속해서 쓸 수 있으니 유려한 이용자 경험을 유지할 수 있고, 학습해야 할 게 거의 없었습니다. 무게도 1kg이 되지 않아 좋았습니다.
문제는 가격. 150만원을 우습게 넘나드는 기기를 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리프레시(혹은 단종) 주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었죠. 필요하면 사는 거라지만, 곧 새로 등장할(지도 모르는) 기기를 앞두고 구형을 비싼 가격에 사는 건 역시 어렵더군요.
맥북 에어 13인치
장점 : OS 연속성, 준수한 성능
단점 : 무거움, 포지션의 모호함
맥북 에어는 맥북 12인치(당시 기준으로 뉴 맥북)의 등장과 함께 사양이 예고된 위치의 기기였는데요. 몇 년을 더 버티더니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리프레시돼 돌아왔습니다. 적당한 무게와 그동안 아쉬운 점이었던 TN패널을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바꿨는데요.
그러나 리프레시된 이후 가격도 덩달아 껑충 치솟으면서, 맥북 프로 13인치 사이에서 선택을 혼란케하는, 더 모호한 기기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맥OS를 맥북 에어로 처음 시작했고, 4~5년 가까이 잘 쓰던 기기라 이 변화는 아쉽네요. 굳이 맥북 에어를 골라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크게 고민하지도 않고 제외한 선택지네요.
|슬슬 산으로 가는 느낌이 들죠?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1인치
장점 : OS 연속성, 다양한 작업과 콘텐츠 소비까지 활약
단점 : 비용. 모바일 OS의 한계
애플은 기존까지 콘텐츠 소비형 기기였던 아이패드에 프로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생산성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 선보인 'A new way to' 시리즈 영상만 봐도 알 수 있죠. 애플 펜슬, 그리고 스마트 키보드를 이용해 초고 작업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아이패드의 문제는 포인팅 디바이스가 없는 모바일 OS로 쓰는 데 제한이 있다는 점이 있고요. 그리고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 가격이면 그냥 노트북을 사죠. 스마트폰은 아예 모바일로 접근하지만, 태블릿부터는 단순히 모바일로 접근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유독 한계가 도드라지는 느낌입니다.
서피스 고를 선택한 이유
이제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서피스 고를 선택한 이유를 소개해드리면 서피스 고의 특징이 드러날 것 같네요. 가장 먼저 이점이 있던 건 무게입니다. 타입 커버야 반드시 필요한 액세서리라고 생각해도 800g 정도의 무게는 대단히 가볍습니다. 10인치 남짓한 부피도 휴대성을 더하는 부분인데요. 이제는 작은 파우치만 하나 들고 다니고 있습니다. 어디서나 들고 다닐 수 있는 모바일 기기가 아닌, PC라는 점에서 이점이 도라질 것 같네요.
이 작고 가벼운 무게에서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윈도우OS 덕분입니다. 모바일이 아닌 본격 PC OS라는 점 때문에 모바일 기기로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테면 둘 이상의 브라우저를 오가며 글을 쓴다든지요. 또는 메일로 온 첨부 파일의 압축을 열어 확인하고 수정과 첨삭 후 보내는 작업 등이 그렇습니다. 단일 작업을 이른 바 ‘빡세게’ 돌리기 어려운 성능이지만, 가벼운 작업을 여러 개 돌릴 때는 큰 문제가 없거든요. 확장성 또한 기존 모바일 기기로 닿을 수 없는 영역에 있습니다.
그리고 SSD 모델을 골랐다면 모를까, 염가 모델을 고르면 60만원 정도로 이 기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나쁘지 않습니다. 이전에도 타사의 보급형 모델을 써보지 않은 건 아닙니다만, 휴대성이 묘하게 나빠 포기해야 했거든요. 참 절묘한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4GB? 8GB?
마지막까지 갈등한 건 고급형이냐 보급형이냐의 문제였습니다. 사기 이전엔 무조건 SSD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시대가 어느 땐데 eMMC인가...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데 막상 두 기기의 차이가 20만원에 달하는 걸 보고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이 예산이면 구형 맥북 12인치 중고로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떠돌더군요. 중고까지 포함하면 제품 선택의 기준이 혼탁해지지만, 그래도 SSD와 8GB 램이 가격만큼의 가치는 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두 제품 중 하나를 고르라면 아직도 저는 고급형(8GB)을 고르겠지만, 저는 보급형(4GB)을 샀습니다. 서브 컴퓨터에 그렇게 욕심을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음 세대를 노려봄 직하다고도 생각했어요. 이 선택에 아쉬움은 남을지언정 후회는 없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지마저도 서피스가 참 절묘한 위치에 있는 기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급형 서피스는 역시나 몇몇 지점에서 삐그덕거렸습니다. 그리고 윈도우OS를 오랜만에 가까이 두면서 생각도 못한 일도 겪었고요. 몇 가지 멀고 험난한 과정을 떠나 정칙한 업무 방식은 따로 소개를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저는 서피스 기기로 원고 초안을 쓰고 있고요. 여러 웹 기번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서피스 고에 적응한 이야기, 그리고 윈도우에 관한 이야기 정도만 짚으면 얼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한 것 같습니다. 너무 늦지 않은 시점에 계속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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