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 2> - 그래,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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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연극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니아입니다.:)
지난 연극 리뷰에서 덧으로 살짝 언급했던 연극, 안티리얼리즘의 절정-_-.. 연극인 <푸른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 2>(이하 붉은 여인숙 2)에 관한 리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역시나 받았습니다.)
(연극표입니다.)
이번에는 친구가 초대권을 구했는데 제게 선뜻 양보해주는 바람에 볼 수 있게 된 연극이었습니다. 저야 뭐 반색하며 '어인일로?'라며 냉큼 받아놓고 역시 문화생활의 동반자 쿠린양과 약속을 잡고 혜화로 향했는데요.
혜화로 향하면서 그냥 큰 포스터려니 하고 카탈로그를 뒤적거리다가 발견한 것은.. 그렇습니다.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이었습니다.
지난 리뷰를 보신분이 계시다면, 아시겠지만 제가 올해 들어 연극을 본 것중에 단연코 '참패했다!'라는 생각이 든 연극이 있는데 첫째가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이요, 둘째가 푸..풀포...(...) 아무튼,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다시 한번 보자 들어온 글자는 극단 창파의 작품이더라구요...
(...)
아시는 분이야 아시겠지만, 창파에서 만드는 연극이 조금 안티리얼리즘 연극이 많더라구요. 오죽하면 창파가 '창조를 위한 파괴'의 줄임말이겠습니까... 아무튼, 급격하게 불안해진 저는 사전부터 쿠린양에게 사과를 하기 시작하며 연극을 보러 소극장 '연극실험실'에 도착하였습니다.
(무대의 일부입니다.)
근데 여기 자리가 너무 불편하더라구요. 마침 학생들 과제도 겹쳤는지 사람도 많아서 앞에 방석 깔아서 보조석으로도 쓰고.. 아무리 극장이 무대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객석을 (심한말 조금 섞어서) '이 따위로' 만들어 놓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지간하면 그냥 참고 보겠는데, 정말 보고나서 하루종일 앓아 누웠어요. 연극 보다가 근육통이 온 것은 처음이라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제가 연극 보는게 생업도 아니고 문화생활 향유 겸 취미로 보는 연극을 이렇게 불편하게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싶네요. 여지껏 꽤 여러군데의 소극장 연극을 보았습니다만, 여기만큼 좌석상태가 엉망인 곳은 처음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남는 판자 얼기설기 조립해놓은 짜임새였어요. 앞으로 '연극 실험실'에서 연극을 한다면 정말 다시는 가기 싫을 정도네요. 참고하세요.
(이 화면으로 멈추어 있어서 얼마나 무섭던지..)
무대 바로 옆에는 이런 모니터에 얼굴이 떠있어서 자뭇 괴기스러웠습니다. 카탈로그(!)에는 <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 3> 광고에만 이런 비슷한 분위기의 사람이 있고 그 외에는 어디에도 없어서 이런 인물이 등장하는지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는데요. 네, 나오더이다.
잔뜩 웅크린 채로 시작된 연극. 짧은 감상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제가 워낙 이해도 안되고 그래서 좀 짧게 진행될 것 같아요.
이들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후에 캐스트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머리라고 지칭했을 뿐이다. 이들의 정체도 어디서 왔는지도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머리들이 나온다.
머리들은 관객을 보고 무언가 하려는 듯,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여주었다가 이내 무언가를 이야기 한다. 이들이 이야기 하는것은 전쟁과 인간 그리고 역사이야기다.
우리편과 상대편이 모여서 싸우는데 자신은 관심이 없어서 구경을 하다가 결판이 낫다는 등, 이들의 행동은 과장되고 우스꽝 스럽지만 대화의 앞뒤가 맞지않고 무언가 조각난 편린을 끊임없이 던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와중에 어미는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이를 머리들은 새흉내를 내며 따른다. 나중엔 무의미한 개미이야기가 나오고.. 종래엔 신문지로 붙여놓은 집은 어느새 붉은 여인숙이 된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이거야!?)
그냥 단편적인 이미지를 그저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여기에 대한 나의 반응 '글쎄올시다..'이다.
연출가의 글이나 작품소개는 언제나 어떤 정보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전혀 읽기 않은 상태로 연극을 본다. 그리고 나서 팜플렛이나 기타 자료를 찾아읽는 편이긴 한데, 이번 <붉은 여인숙 2> 연극을 보고 연출가의 글을 읽다가 순간 화가 났다.
연출의 글을 내 수고를 감내하며 이 포스트에 옮기지 않겠다. 대충의 논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부조리극은 부조리하게 맞닥뜨리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이 작품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비틀어 조망하였고, 이런 작품을 하게 되면 '뭐 하자는 얘기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개인적으로 뜨끔했다.) 홍보도 하기 싫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봤으면 좋겠다. 그냥 헐렁한 연극 하나 본다고 생각해주길 바란다.'
얼추 이러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연극에 대한 이른바 실드(!)를 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나만의 착각일까? 어쨌든 이 연극은 (아니, 연극 뿐만아니라 어떠한 예술이든지) 주제를 포함하고 있다. 이 붉은 여인숙 2에서 포함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비틀어 조망'하는 것이다.
이 주제는 공감을 했다. 처음의 가족이 여인숙으로 바뀐 집에서 다른 모양새로 있는 모습. 그리고 쉼없이 관객을 일면 조롱하던 배우들, 그리고 전쟁이야기.. 이들은 한데섞여 혼탁한 이미지를 내어보였고 그게 결국 우리네 근현대사의 혼탁한 면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아무튼 연극에서 주제를 담고 있다는 것은 즉,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냥 헐렁한 연극 하나 본다고 생각하라니? 이 태도를 과연 나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연출가가 자기가 연출한 연극에 대해서 애착이 없다는 소리인가 아니면 '헐렁하게 만들었으니 이게 뭐야? 하지말고 꺼져.' 인 것인가? 어느쪽이든 화가나긴 마찬가지이다.
연출의 글의 후반부를 인용한다.
(전략)... 자꾸 남의 작품 보고 소통 운운하다보면 그것도 자칫 볼썽사나운 다리미가 될 수 있다. 그것도 같이 창작한다는 사람들이 간혹 그러는 걸 보면 저 사람이 예술하는 거 맞나 하는 하찮은 생각이 든다...(후략)
-연출의 글
...이 대목을 읽고 어찌나 화가나던지. 물론 내가 그 '소통 운운하는 사람'(예술가는 아니지만)이기도 하지만, 이 태도가 나는 적잖이 기분이 나빴다. 여태까지 읽어본 부분은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이 부분이 포함됨으로 인해 여태까지 모든 글의 논조가 뒤틀려 버린다.
이 부분이 빠졌을 때는 단순히 '이해하기 어려울 연극인 줄 안다. 그러나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도였던 글의 내용이 상단의 내용이 포함되면서 '어렵지? 이제 나를 경배해봐 멍청아.'로 바뀌는 정도랄까?
모든 작품에 소통! 소통!을 부르짖고 싶지는 않다. 이러한 연극이 있음으로 인해 새로운 장르 새로운 시도가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무언가 말을 하고 싶고, 그렇기 때문에 연극을 올리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을 모아 연극을 상연하는 것이 아닌가? 그냥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으면 일기는 일기장에 쓰면 된다.
물론 연극을 상연하고 이런 소위 말해 까는 글을 보고 있을테니 최소한의 책임은 하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일기는 일기장에 라는 비난은 옳지 않다는 것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연출의 태도를 보면 그런 것 같이 느껴진다. 나는 내 이야기 하고 싶은 걸 했다. 그걸 받아들이고 말고는 너의 맘이다. (아니 글쎄 일기는 일기장에...)
언제나 재미있고 가볍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연극이 옳다는 것도 아니고, 어떤 것이 더 좋다 나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하찮다'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높은 차원에 있는 사람 같지는 않다. 내가 그의 연극을 경배하기 위해서 본 것도 아니고. 그래,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 당신! 재수없다.
비틀어지고 잘게 쪼개지고 해체된다. 그 목적에는 훌륭히 부합하는 연극이었던 것 같다. 더 이상 이야기 하기에 내 실력의 미진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더불어, 이날 본 조합은 앞으로 다시 찾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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