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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영화, <건축학개론> - 나의 첫사랑에 대한 어떤 고백.

  • 2012.09.14 06:30
  • Culture/영화(Movie)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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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주연, 2012

  적어 놓은 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없애버리려다, 미련이 남아서 올리는 <건축학개론>의 포스팅입니다. 저는 <건축학개론>을 사실 매우 늦게 봤어요. 제 주변 (특히 남성분들이) '수지학개론'이다...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저더러 보라고, 보라고 하셨는데 마침 3월 말부터 5월까지 무척 바빴어요.

  그 중에 <건축학개론> 시사회도 당첨되었었는데, 일정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갈 수가 없더라구요. 덕분에 제 동생이 제 대신 가서 신나게 보고 왔었던, 그래서 무척 아쉬웠던 영화로 남아있습니다. 인기를 끌었던 탓일까요? 꽤 빠른 속도로 VOD서비스가 나오더라구요. 덕분에 호핀을 빌어서 열심히 보았습니다.

  이미 다 나올대로 나온 감상이고, 또 제 스스로 맘에 들진 않는다는 핑계를 달아봅니다만... 핑계일 뿐이겠죠. 그럼 짧은 글. 시작하겠습니다.



사랑을 숨긴 남자와 사랑을 찾는 여자
  엄태웅(극중 현재의 승민)과 한가인(극중 현재의 서연)은 대학 졸업 후 15년만에 재회하는 사이입니다. 영화의 말미를 보면, 그리고 사실 영화를 보기시작하면서부터 짐작 가능한 사실이지만, 이 둘의 관계는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15년이란 시간이 흐르며 승민은 이를 슬쩍 외면하였고 서연은 이를 다시 꺼내어 보려고 하죠.

(현재의 서연과 승민)


  그러한 이 둘의 배경은 상이합니다. 승민은 다른 사람과 사랑(=결혼)을 약속한 상황이고, 서연은 다른 사람과 이혼을 통해 사랑, 아니 관계를 그만두려 합니다. <건축학개론>에서는 이렇듯 15년만에 만나는 두 남녀를 같은 위상에 세워 병치시킵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반대되는 성질을 부여합니다.

  이 두 인물의 성분을 분석하면 꽤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되는데요. 승민의 경우 [+남자], [+사랑], [+母]라면, 서연의 경우 [-남자], [-사랑], [-母]가 되지요.[각주:1]

병렬된 시간, 병렬된 인물
  승민과 서연이 만나 집을 '짓는다'(건축)는 일을 통해 이들은 다시 동일한 주제로 묶입니다. 과거의 승민과 서연이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업으로 묶였다시피요. 영화는 과거의 승민과 서연이 건축학개론으로 묶여 함께 흘러가는 시간을 현재의 승민과 서연이 건축으로 묶여 흘러가는 시간과 병렬로 배치합니다.

  이 두 시간의 병치는 달라진 이들의 모습과 현실을 부각시켜줌과 동시에 이들에게 남아있는 감정이 완전히 빛이 바랜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줍니다.

(현재와 과거가 병치됩니다.)


  과거의 승민은 여자에게 말도 제대로 못 붙이는 쑥맥입니다. 그렇기에 아직 순수하고, 한편으론 쉽게 상처도 많이 받지요. 어찌보면 이 성격이 스스로 화를 불렀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과거의 서연은 승민보다 당차고 자기 주관도 있지만, 자신의 마음은 결국 좌절당합니다.

  돌아보면 과거의 승민과 서연은 결과적으로 첫 사랑이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첫사랑은 실패로 끝나기에 더 애틋한 것이다"라는 말이 있죠? 게다가 이 둘의 사랑은 스스로의 문제보다 주변 여러 요인에 휘둘려 실패한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기에 더욱 안타까운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비로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먼 길을 돌아오게 되는 것이구요.

(이래서 수지학개론이라 하는걸까요?)


  병치된 시간과 사건 속에서 인물의 존재감을 살펴본다면 승민 쪽이 조금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서연 역시 많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객체의 느낌을 많이 가지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승민 쪽에 더 많은 감정이입을 하기가 쉽고, 따라서 남자분들이 이 영화에 더욱 애틋한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의미있는 마무리
  결말이 현실성있어서 좋다는 말(역시 남성분에게 들었습니다.)을 많이 들었던지라 이 둘의 만남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 찬찬히 지켜보았습니다. 곧 결혼할 남자와 곧 이혼할 여자가 15년이란 시간을 돌아, 드디어 솔직하게 서로를 마주보게 되는 장면은 인상 깊었습니다.

  어쩌면 '이들은 비로소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었다'..라는 뉘앙스 결말로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건축학개론>은 다릅니다. 그들의 사랑(이라고 후에 깨닫는)은 과거의 추억이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은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 서있는 것이니까요. 그들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과거는 과거의 추억으로)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돌아오는 서연과 승민의 연결고리. 그렇게해서 이들의 마음은 사실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음을 상기시켜주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유명해진 '기억의 습작'과 함께요.

애틋한 소재와 구조가 눈이 간 영화.
  개인적으로 <건축학개론>이 (제 주변 남자분들의 평처럼) 대단한 영화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힘을 빼고 담담히 말을 건네는 이 영화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가슴 한 곳 다락방에 깊숙히 숨겨둔, 먼지 쌓인 첫사랑의 추억을 꺼내어 호호- 먼지도 불어 보고, 살짝 열어보면서 '그땐 그랬지'하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하구요.

  구조적인 관점에서 승민과 서연의 관계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딱 맞아 떨어지는 이 구조는 참 재미있는 구조였습니다. 물론, 이는 구조에 집착하는 제 개인적인 관점이지만요... 가벼운 마음으로 힘 빼고 보기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약간의 사족을 보태어,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상하게 루시드폴의 '봄눈'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더라구요... 물론 '기억의 습작'은 당연히 떠오를 수밖에 없는 노래구요...:)

  금요일입니다. 드디어 이번 주도 이렇게 마감(?!)하게 되네요. 오늘 하루 잘 마무리하시고 불타는 금요일! 그리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D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달빛 속의 프랭키와 쟈니> - 운명을 믿어요.
- 연극, <다정도 병인 양하여> - 완성될 수 없는 연극
- 영화, <은교> - 나의 영원한 처녀
- 영화, <하트 브레이커> - 나를 공황상태로 이끈 코믹 로맨스영화
- 책, <은교> - 갈망, 갈망, 갈망.




  1. 위와 같은 성분이 실제 의미 자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성분 분석의 경우 여러가지 한계점이 존재하고 있으며, 위 사례의 경우 '승민'을 기준으로 표현했음을 밝힙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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