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에서 부산까지 한 방에, SRT 열차 경험기
금요일과 주말을 이용해 부산을 다녀왔습니다. 국내 최대 게임쇼인 지스타(G-Star)를 관람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지스타 전신인 카멕스 시절 몇 번 다니고, 지스타로 바뀐 후 일산 시절 한 번 가본 이후 기회가 닿지 않다가 이번에 시간을 내 다녀왔습니다.
내려가는 차편이 걱정이었는데요. 다행히 소식을 전해 듣고 SRT를 타고 무료로 부산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경험기를 간단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SRT?
SRT는 수도권 고속철도를 뜻합니다. 원래 고속철도는 KTX가 있었는데요. 이와는 다른 브랜드로 운영하는 고속철도입니다. 운영회사인 주식회사SR의 열차(Train)을 합쳐 SRT라 부르고 또 다른 뜻으로는 Super Rapid Train도 있다고 하네요.
평택 이후에는 기존 고속철도와 같은 노선을 이용합니다만, SRT는 수서역부터 동탄, 지제역까지 새로운 노선을 만들어 이용합니다. 직선거리가 짧아지기 때문에 ktx보다 10분 정도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하네요.
모든 경부선이 서울역-용산역-광명역 쪽으로 몰리다 보니 인원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하는데, 요금도 KTX보다 저렴하게 책정할 것으로 알려져 개통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다가 이달 7일부터 영업시운전 고객평가단 참여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14일부터 30일까지 평일에 운행하는 시운전 열차를 타면 무료로 시승할 수 있는 이벤트인데요. 마침 시간이 맞아서 이 열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2. SRT 예매하기
앱스토어에도 SRT 앱이 출시했는데요. 저는 홈페이지를 통해 예매를 진행했습니다. 홈티켓으로 발권하고 예매를 마치면 인쇄를 할 수 있는데요. 현재 앱에서 자리를 따로 확인할 수 없으니 꼭 인쇄까지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맥북에 PDF로 저장 안 했으면 곤란할 뻔했네요.
보시다시피 5만2천9백 원을 할인받아 무료로 탈 수 있었습니다. 좌석 확인은 조만간 업데이트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 앱도 좀 불안정하고요.
앱에서 표 상세보기를 눌러도 내용이 없거나, iCloud 키체인으로 홈페이지에 로그인하면 잘못된 정보라고 표시되는 등 아직 손을 대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물론 KTX라고 앱 완성도가 뛰어난 건 아니지만요.
예매했으면 시간에 맞춰 가야겠죠? 출발하는 수서역으로 향했습니다.
3. SRT 탑승하기
3호선과 분당선의 환승역인 수서역. 분당을 자주 가는 편이 아니라 좀 낯선 곳이었는데요. 그래서 살짝 헤맬 뻔하다가 무사히 내렸습니다. 현재 수서역 분당선 출구 쪽이 공사 중인데요. 그래서 3호선 쪽 출입구로 나왔습니다.
아직은 SRT 역까지 가는 연결 통로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곧 완성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동안은 지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3호선 출입구인 4번 출구를 통해 나와 조금만 직진하면 저 멀리 SRT 수서역이 보입니다.
마침 열차가 도착했는지 사람들이 나오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개중에는 지스타에 다녀오셨는지 커다란 아톰 쇼핑백을 이고 지고 오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정면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를 내려가면 매표소를 비롯한 광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쓸쓸합니다만, 곧 다양한 가게와 인파로 채워질 느낌이 듭니다.
한쪽에는 지하철 환승 통로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직 완성이 덜 되었다고 들어갈 수는 없더라고요. 머지않아 지하철에서 내려 연결통로를 통해 SRT 역사로 들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한쪽에는 롯데리아나 푸드코트의 흔적도 발견했지만, 아직 음식을 먹을 만한 곳은 없습니다. 그러니 만약 간단한 주전부리를 원하신다면 4번 출구로 나가시기 전 이어진 지하상가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역사는 새로 지은 냄새가 났고요. 시설물은 아주 깨끗했습니다. 처음이라서 그렇겠지요?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습니다. 전광판에 승차 준비 메시지가 있어 내려가 보니 이미 기차가 와 있더라고요. 직원분들이 모두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차에는 아직 다른 편의시설은 준비돼있지 않습니다. 간식이 필요하시다면 미리 사서 들어가셔야 합니다.
자리에 앉았습니다. 시운전 중이라서 자리가 널널한 편이었습니다. 예약하고 타지 않는 노쇼(No Show)도 있다고 하던데, 실제로는 잘 모르겠네요. 체감상 한 객실에 50% 정도 탑승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막상 시운전 중에는 자리를 잘 지키지 않더라고요.
당장 저도 제가 앉을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길래, 제가 그냥 다른 곳에 앉았습니다. 나중에 제 주인이 돌아오면 저도 제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정시에 맞춰 열차가 출발했습니다.
4.SRT 맛보기
많이 궁금해하실 SRT 시설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기기를 많이 쓰다 보니 전원과 Wi-Fi가 궁금했는데요. 일반실을 기준으로 우선 자리마다 220V 플러그가 있습니다. 앞에도 하나, 뒤에도 하나가 있다고 하는데요.저는 정작 제 자리 밑에 있는 건 못봤네요. USB 충전 단자는 없었습니다.
발 받침대도 있는데요. 발을 놓으면 자동으로 접히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커튼은 앞뒤 두 좌석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구조입니다. 옷걸이도 준비돼 있습니다. 역시 옷이 없으면 자동으로 접히는 구조네요.
테이블을 열면 간이 테이블을 내릴 수 있습니다. 컵을 놓을 수 있도록 살짝 오목한 부분이 있네요. 크기는 맥북 프로 레티나 디스플레이 13인치를 놓으니 꼭 맞네요. 이보다 큰 노트북은 얹어두기 귀찮을 것 같습니다.
Wi-Fi가 있긴 있습니다. SRT_WiFi나 KTX-SUSEO-[n]-AP[nn]([n]은 숫자)같은 SSID가 잡히는데요. 실제로 접속을 시도하면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별도의 인증이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팔걸이 밑에는 TV 화면에 나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2구 이어잭과 등받이 각도 조절 버튼이 있습니다.
칸과 칸 사이에는 화장실, 수유실 등이 있습니다. 5번 칸과 6번 칸 사이에는 자판기가 있네요. 자리에 앉으면 있는 SRT 이용 안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직 운영은 하고 있지 않네요.
그리고 문 옆에는 간이 의자 두 개가 있습니다. 짐을 넣을 수 있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간도 있고요. 내부 구성이 KTX와 크게 다르진 않네요.
화장실도 깨끗합니다. 특이한 점은 핸드 드라이어가 준비돼 있다는 점 정도네요. 아, 그리고 문이 수동문입니다. 앞에 사용 중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지 않다면 손으로 문을 옆으로 미시면 됩니다. 이날 많은 분이 아무도 없는 화장실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걸 봤습니다.
특실에 들어가는 간식을 테스트하는 용도로 받아봤습니다. 쿠키, 아로니아 슈퍼베리넛츠, 미니 가그린과 물티슈로 구성돼 있습니다. 맛은 나쁘지 않네요.
간식도 먹으면서 지금 이 원고를 썼습니다. 수서, 동탄, 지제, 대전, 김천/구미, 동대구, 울산(통도사) 역을 지났는데요. 체감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승차감은 평범한데요. KTX보다 더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그리고 이동하면서 전기가 살짝 끊기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심하진 않습니다만, 아주 잠깐 전기가 나갔다 들어오는 구간이 있더라고요.
시운전하는 열차에 타는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차비도 굳었고요. 시운전하는 열차에 타는 게 그냥 차비가 굳었다기보다는 승객을 태우고 운행을 했을 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점검하고, 승객도 테스터로 참가한다고 보는 게 좋겠죠.
그래서 조금 시시콜콜하게 SRT에 관해 정리해봤습니다. 일정이 닿아 고속철도를 이용할 때 SRT도 괜찮은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SRT가 궁금하신 분, 그리고 앞으로 SRT를 이용하실 분께 도움이 되는 정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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