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깊어가는 가을을 만나다. - (0) 이것이 휴가가 맞나요?
지난달은 제가 참 게으른 한 달이었습니다. 아니, 정정할게요. 저는 절대 게으르지 않았는데요. 블로그가 게을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저런 일이 뻥뻥 터지고, 저는 저대로 바쁜 일이 터지고… 이런 일이 겹치면서 10월의 제 블로그는 무척 게으른 블로그였습니다.
게다가 이 게으른 블로그를 만드는 데 일조한 게, 제가 10월 초에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개천절을 하루 이용해 주말부터 다시 다음 주 주말까지 시간을 쫙 비웠는데요. 이렇게 일정을 비운 다음엔 다짜고짜 스페인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렇게 무턱대고 다녀온 스페인 휴가기. 한 달이 조금 지나서 드디어 적어보겠습니다. 더 늦으면 이제 적지 못할 것 같아요.
1. 여행의 준비
무턱대고 떠났다고 하지만, 표가 있어야 떠나죠. 사실 여행의 준비는 일찍 시작했지만, 중간에 일정이 꼬이면서 헬게이트가 빼꼼 고개를 들었습니다. 2주 정도를 생각했는데, 2주를 비울 수 없는 외부 환경이 돼버리면서 비행기 표를 다시 구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비행기 표를 구하는 것은 3주 전. 남들은 반년 전에 예매한다는 비행기 표를 저는 출발하기 21일 전부터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남들 다 안다는 스카이스캐너 검색부터 시작해서, 각 여행사 홈페이지 등을 틈틈이 알아보기 시작했는데요. 하는 일을 완전히 내버려 둘 수가 없어서 반쯤은 울면서 알아봤던 것 같아요. 다행히 환전과 다른 일정은 부탁할 사람이 있어서 맡겨버렸고요.
날도 가까워지고, 또 개천절 특수도 특수라 좀 괜찮다 싶은 표는 2백만 원을 바라보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다른 곳을 가야 하나, 아니면 날을 다시 옮겨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기적처럼 하나투어에서 1백만 원이 안 되는 표가 떴습니다. 그리고 전 마법같이 결제.
이렇게 비행기 표를 잡고 나니 남은 것은 숙소더라고요. 이제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에서 어떻게 숙소를 잡느냐,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이동하는 교통편을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하거나 스페인을 가로지르는 고속철도인 렌페(renfe)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렌페를 택했는데요. 렌페 역시 사전에 예매할수록 가격이 싼 시스템이라 결과적으로 상당히 비싸게 주고 표를 샀습니다.
렌페를 이용할 때 예약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가입도 하고 진행했는데요. 영어로 바꾸고 나면 큰 어려움 없이 결제할 수 있었습니다. 가격은 약 80유로 정도. 비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했네요.
많은 분께서 지적하시듯 카드는 알 수 없는 오류를 툭툭 내뱉으므로 페이팔(PayPal)로 결제하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원래 직구하면서 페이팔을 많이 쓰는 터라 쉽게 결제했습니다.
2. 부대 이용비 예매
첫 번째로 바르셀로나의 숙소는 한인 민박을 구했습니다. 우선 대충 찾아본 호텔은 만석이 한가득이었고요. 이번 휴가에서 먼저 휴가를 떠난 가족을 만나는 기상천외한 일정이었던 터라 여러 명이 묵을 곳을 찾자니 선택지가 많이 줄더라고요.
원래 예약하려던 곳은 자리가 없다고 다른 곳을 소개해주는 덕에 저는 바르셀로나 별밤하우스라는 곳을 예약했습니다. 숙소 위치가 나쁘지 않아서 결정하긴 했지만, 한인 민박은 좀 피하고 싶었던 터라 좀 아쉬웠습니다. 결과적으로 숙소가 나쁘진 않았지만요.
하루는 저 혼자 숙박을 해야 했는데, 앞서 한인 민박은 방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밤 11시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터라 시내로 들어가기도 여의치 않았고요. 그래서 바르셀로나 공항 호텔을 예약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에서 현지 투어를 두 개 신청했습니다. 일행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몬세라트에 다녀오는 투어와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를 각각 다른 곳에서 신청했네요. 관련 후기는 조만간 정리해보겠습니다.
대부분 정보는 인터넷에서 구했고, 구글맵에 별표를 콕콕 찍어뒀습니다. 구글맵에는 라벨 기능이 있어서 편리하더라고요.
3. 준비물 챙기기
얼추 여행 가닥이 잡히고 준비물을 챙겼습니다. 휴가라 딱히 챙겨야 할 짐은 없었는데요. 오히려 이번 여행에서는 노트북을 들고 가지 않았습니다. 노트북 들고 가면 어영부영 일할 것 같아서 말이죠.
제가 만일 맥북 에어를 계속 쓰고 있었다면 큰 고민 없이 노트북을 챙겼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현재 맥북 프로를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내린 결과입니다.
대신 아이패드와 스탠드, 그리고 키보드 정도는 챙겨갔습니다. 만일을 대비해서인데요. 결과적으로 본다면 노트북 안 들고 간 건 잘한 일 같습니다.
준비물 목록을 미리 알림으로 만들어놓고 그때그때 추가하고 또 그때그때 캐리어에 던져넣으면서 완료했습니다. 예전 여행기에서도 준비물을 간단히 정리해놨습니다만, 취재 관련 여행이라 조금 차이가 있을 순 있겠네요. 참고만 하세요.
옷을 준비하는 게 생각보다 귀찮은 일이었는데요. 10월 초의 스페인 날씨는 살짝 더울 수도 있다고 해서 이에 맞춰 옷을 챙겼습니다.
이상 고온 때문인지 정말 있는 내내 살짝 덥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재킷을 들고 갔는데 단 한 번도 입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반팔을 주로 입었고요. 가디건은 저녁에 잠시 입었네요.
짐을 좀 교환해야 하는 게 있어서 별도의 짐을 넣긴 했지만, 제 짐은 얼마 없었습니다. 다행히 준비물 정리하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아, 전자기기가 좀 있던 터라 멀티탭과 여행용 어댑터를 하나 챙긴 건 조금 신경 썼습니다.
그리고 환전도 받아봤습니다. 투어비, 숙소비 잔여금 등을 포함해 조금 넉넉하게 잡았는데요. 470유로 정도 환전했습니다. 넉넉하게 쓰고 삼시 세끼 다 챙겨 먹고, 기념품도 사고 해서 25유로 정도 남았습니다.(면세점 별도 계산)
마지막으로 준비했던 건 온라인 체크인이었습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이메일이 와서 알았는데요. 알고 보니 24시간 전에 온라인 체크인이 열리더라고요.
온라인 체크인을 미리 마치면 자리도 선점할 수 있고, 수속도 빠르게 마칠 수 있으니 웬만하면 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인천공항에서는 그 위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돌아오는 마드리드 공항에서는 별로....
그 다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전날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모든 준비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여기서 간단히 넘어간 부분은 분리해서 따로 설명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부분도 있습니다. 렌페 이용하기나 온라인 체크인은 따로 글을 할애해도 좋을 정도인데요.
우선 여행기를 쭉쭉 써 보면서, 필요한 부분은 다른 꼭지로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근데 조금 찾아보니 다른 분이 설명하신 게 많아 제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기도 하네요.
여행기의 처음을 정리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떠나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그럼 지금까지 레이니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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