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다리를 잘 말린 해각포. 맥주 안주로 제격
건어물 좋아하면 턱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하는데, 제가 유감스럽게도 건어물을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쥐포를 부지런히 사 먹었고, 커서는 다른 어포에 눈을 떠 가오리포, 아귀포 등 다양한 건어물을 섭렵하고 있는데요.
혹시 해각포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대게 다리를 잘 말린 걸 해각포라고 한다는데요. 우연히 접할 기회가 생겨서 받아 먹어봤습니다. 건어물 파이터(!)인 제가 놓칠 수 없는 기회기도 하고요.
주문하자마자 순식간에 도착했는데요. 정확히는 발송하고 다음 날 바로 받아봤습니다. 건어물이라 크게 상할 일은 없는데, 식품 긴급배송 스티커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게로 유명한 경북 울진에서 잡은 대게를 동해안 바닷바람으로 잘 말렸다고 하는데요. 눈처럼 하얗고, 엿처럼 달다는 문구가 인상적이네요. 해각포가 늘 나오는 것은 아니라서 주문 때를 잘 맞추면 바로 받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네요.
껍질을 벗기면 곧바로 포장된 해각포를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냥 대게 다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요. 봉인된 플라스틱 덮개를 여니 짭조름한 바다의 냄새가 확 느껴지더라고요. 대게 다리를 만져보니 살짝 끈적한 느낌이 듭니다.
아시겠지만, 대게 다리를 쭉 찌면 육즙이 나오잖아요. 이런 대게 다리를 말리다 보니 육즙이 붙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대게 다리를 꺼냈으니, 이제 먹어봐야 할 텐데요. 이걸 어떻게 먹나 아주 살짝 걱정했었는데, 그냥 껍질을 가차 없이 탁탁 부수면 됩니다. 포라서 껍질에 딱 붙어있으므로 대게를 까듯이 관절만 쪼개 때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껍질 안은 빈 곳이 많으니 그냥 열심히 부수세요.
도움이 될까 싶어 가위로 조심스레 잘라봤습니다. 안에 살이 딱 붙은 게 보이시죠? 껍질은 그냥 과감히 잘라주세요. 이렇게 부순 다음에 잘 갈아서 비료 등으로 활용해도 좋다고 합니다.
육즙이 많을수록 말리면 쪼그라든다는 건 알았지만... 대게 다리를 생각하니 살짝 빈약해 보이는 것도 사실인데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입에 넣어 천천히 씹어봤습니다. 오.
맛있네요. 어포의 특성상 살짝 딱딱한 느낌은 있지만, 천천히 씹을수록 짭짤한 맛이 느껴집니다. 대게를 쪘을 때 먹던 육즙을 농축해놓은 느낌입니다. 음, 맥주가 어디 있죠?
부수는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엑기스를 담은 그 맛은 귀찮음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게가 그리 저렴한 음식이 아닌데, 이걸 이렇게 말려 먹다니. 호사스럽네요.
호사스런 음식이니 천천히 맛을 음미해줘야겠죠. 시원한 맥주 안주로 더할 나위 없지만, 천천히 마실 만한 술과도 잘 어울릴 안주입니다. 어딜 가든 잘 말린 포는 놓칠 수 없는 안주니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맥주와 함께 해각포를 천천히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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