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피스고, 1년을 돌아보며
서피스고에 관한 이야기를 길게 작성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른 모든 기기가 그렇듯, 처음에 서피스고를 주문할 때만 하더라도 마르고 닳도록 써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1년을 넘게 쓰면서 느꼈던 경험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할 내용이 생겨 이를 정리해봤습니다. 서피스고의 후속기 소식이 이어지지 않다 보니 아직도 서피스고를 고민하시는 분이 많은 것 같은데요. 이러한 분들께 좀 더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길 바랍니다.
서피스고, 지금도 쓰고 있나요?
앞서 서피스고를 쓸 때 마르고 닳도록 쓰고자 했으나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서피스고는 잘 쓰고 있지만, 서피스고를 처음 살 때 활용하고자 했던 대로는 쓰고 있지 않습니다.
처음 서피스고를 살 때만 하더라도 서피스고를 이용해 외부에서 원고의 초안을 작성하고 가벼운 오피스 작업을 하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취재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메모를 바로바로 하고, 이를 바탕으로 초고를 쓴 후 작업실로 돌아와 콘텐츠로 마무리하는 게 제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반년이 지나지 않아 업무가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외부를 자주 돌아다니지 않고 작업실에서 작업하는 일이 메인이 돼버린 것인데요. 그러다 보니 서피스고를 들고 나갈 일이 생기지 않았고, 자연스레 서피스고의 활용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업무적으로 윈도우, 정확히는 '서식을 정확히 맞춘' 오피스 위주로 돌아가면서 맥OS를 그대로 활용하는 데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서피스고가 뜻밖의 활용도가 생기는데요. 훌륭한 네이티브 윈도우 머신으로 쓰게 됐습니다. 다만, 패러렐즈를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이 활용도도 조금은 줄어들게 됐네요.
서피스고의 체감 성능
모바일을 비롯한 컴퓨팅 기기의 성능은 구체적인 수치로 구현되므로, 사실 이 수치를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서피스고에 들어간 CPU는 인텔 Gold 4415Y로 2코어 4스레드 @ 1.6GHz입니다. 최근 출시한 그램 17인치 2020 버전에는 i5-1035G7 CPU가 들어가있는데요.
벤치마크를 비교하는 유저벤치마크(cpu.userbenchmark.com)를 기준으로 보면 연산 능력이 약 2배 정도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실제 써본 느낌은 어떠냐고요?
보급형 제품인 만큼, 속 터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작업을 하다가 이유 없이 멈칫하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텍스트 위주의 작업이라서 이런 체감은 덜하지만, 아마 그래픽이 조금 들어간 작업이었다면 불편함이 확 와 닿았을 것 같아요.
그래픽 인터페이스 환경에서 버벅거리는 부분도 있습니다. 거의 쓰지 않고 봉인 중인 태블릿 모드가 단적인 예인데요. 화면을 회전하는 것만으로도 서피스고에 부하가 걸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태블릿 모드는 지금도 여전히 쓸 생각조차 안 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태블릿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포기하세요.
게임도 장렬하게 포기했습니다. 서피스고를 쓰다 보면 가끔 어떤 게임 돌아가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게임사에서 밝히는 권장사양과 최소사양 중 언제나 최소사양에 눈을 돌려야 하며, 그마저도 충족하지 못할 때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서피스고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제가 서피스고를 쓰는 방법은 오로지 웹 서핑, 메모를 포함한 문서 작업, 서식이 완성된 오피스 파일의 일부 편집입니다.
서피스펜은 처음에 구매하지 않았습니다만, 결국 반년쯤 지나 구매했습니다. 구매하자마자 와콤 펜을 리뷰로 써볼 수 있게 되면서 속은 좀 쓰리긴 했네요.
업무가 바뀌었지만, 기존의 일을 전혀 안 하는 것은 아니라 가끔 외부에 나갈 때 서피스고를 활용합니다. 외부 미팅 시 관련된 내용을 원노트 등으로 기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오피스 업무를 보는 일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업무가 점점 아이패드 미니5와 살짝 포지션이 겹친다는 건 슬픈 상황이네요. 그러면서 활용도가 무섭게 낮아지고 있는데요. 그래도 완벽한 윈도우가 돌아간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기도 합니다.
업무용으로 오피스 365를 쓰기에 원드라이브(OneDrive)를 포함해 상성은 좋습니다. 그리고 아웃룩을 주로 쓰고 있는데요. 메일 서버를 POP로 받아봤을 때는 pst파일이 10GB를 넘어가면서 허덕이긴 했지만, IMAP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이 좋아졌습니다.
외부에 서피스고를 들고 다닐 때마다 키보드와 펜을 지원하는 윈도우 기기가 이렇게 가벼운 점은 큰 장점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많은 부분을 채워넣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서식을 갖춰야 할 자료에서 iPad OS 워드는 신뢰도가 떨어져 쓰지 못하게 됩니다.
요새는 중국제 제품, 이를테면 츄이 등에서 미니북 같은 제품을 내놓고 있습니다만, 만듦새나 이용자 경험 등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뛰어난 휴대성 때문에 다른 단점을 애써 잊고 있습니다.
나중에 LTE 모델이 결국 나오긴 했지만, LTE 모델이 크게 탐나진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의 함께 쓰기 유심이 제한적이기도 했고, LTE 모듈 하나만 바라보기엔 가격 부담이 컸거든요.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핫스팟 기능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었습니다.
고급형도 아닌, 보급형 서피스고를 쓰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찾아 나섰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직 서피스고를 대체할 포지션의 기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서피스고는 불편함을 안고 쓰는 기기입니다. 게다가 그 불편함의 무게는 상당합니다. 이 불편함의 무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덜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인 서피스고를 잘 활용하는 첫걸음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업무에서 에이수스(ASUS)의 젠북을 하나 지급받아서 쓰고 있습니다. 윈도우 노트북 2대와 맥OS 노트북 1대, 그리고 맥OS 데스크톱을 쓰면서 이리저리 포지션이 겹치는 터라 현재는 HP Elite X2 G4나 레노버 씽크패드 카본 X1 제품 등을 대안으로 보고 있는데요.
언제고 기회가 닿아 해당 제품을 쓰게 된다면 그 후기를 또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서피스고를 1년 동안 쓰면서 느낀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험하게 써서 기기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계속 쓸 예정이지만, 여기서 크게 쓰임새가 달라지진 않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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