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美妙)한 기기, 캐논 파워샷 V10(Canon PowerShot V10)
캐논에서는 정통 카메라 만큼이나 실험적이고 독특한 기기들을 많이 선보입니다. 일례로 작년 와디즈 플랫폼을 통해 선보였던 파워샷 픽(PowerShot Pick)과 같은 제품을 꼽을 수 있죠. 어찌보면 정통 카메라라는 든든한 밑바탕이 있기 때문에 이런 시도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러한 시도 중 한국 시장에서 꽤 의미 있는 제품군이 바로 캐논 빅시아 미니 X(Canon VIXIA mini X)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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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빅시아 미니 X(Canon VIXIA mini X)
처음에는 뛰어난 수음력을 바탕으로 오디션 카메라라는 컨셉으로 출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방송가에서 열심히 쓰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브이로거용 카메라로 인기를 끌어버린 제품군입니다. 골목식당에서 백종원 선생님이 열심히 들고 다녀서 그런지, 빅시아라고 하면 못알아듣다가도 '백종원 카메라'라고 하면 대부분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제 기억에는 빅시아가 출시 당시인 2014년에는 그렇게 재미를 못보고 단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단종된 이후에 인기를 끄는 바람에 중고가가 치솟는 웃지못할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출시가가 40만원대였는데, 중고가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것도 보이더라고요.
고장날까봐 3~4대를 미리 사뒀다는 분, 빅시아 미니라는 소폭 열화 버전을 직구를 통해 구매하시는 분 등 크리에이터 분께는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결과물이 다른 카메라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우월하거나 하진 않습니다만, 촬영되는 화면을 직접 보면서 촬영한다는 점. 기본 받침대 만으로도 거치해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 내장 마이크의 수음력이 뛰어나다는 점, 마지막으로 캐논 특유의 색감이 큰 호응도를 이끌어 냈다고 봅니다.
빅시아 시리즈의 후속을 많은 분께서 기대하셨는데, 캐논코리아에서 얼마전 보도자료를 통해 빅시아의 정신적 계승작인 캐논 파워샷 픽 V10(Canon PowerShot V10)을 공개했습니다.
캐논 파워샷 V10(Canon PowerShot V10)
이 제품이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방송·미디어·음향·조명 전시회(KOBA 2023)에서 전시돼 있어 만져봤습니다. 캐논코리아는 제품 브로셔가 꽤 알찬 편이라 충분히 제품의 특성을 알아볼 순 있었지만, 손으로 만지면서 느끼는 건 좀 다른 부분이니만큼 그 소감을 간략히 소개해볼까 합니다.
우선 제품의 크기는 무척 작습니다. 약 63.4 × 90.0 × 34.3mm로 액션캠인 고프로와는 조금 크지만 크기가 거슬리는 느낌은 아닙니다. 빅시아 미니 X보다 디자인이 바뀌면서 더 콤팩트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로형 디자인을 채택하면서 손으로 쥐는 파지감은 더 나아졌습니다.
전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즉시 촬영이 시작되는 형태며, 180도로 돌아가는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촬영 중인 화면을 곧바로 볼 수 있습니다. 1인치 CMOS 센서를 탑재하고 6.6mm F2.8 렌즈를 탑재했습니다. 환산화각 18mm 쯤 되겠네요.[각주:1] 4K 30P, FHD 60P까지의 촬영을 지원합니다. 자체 ND 필터 기능도 갖춰 F3까지 감광이 가능한 점도 인상 깊었네요.
하단에는 스탠드가 있어 스스로 세울 수 있으며, 자유로운 촬영 앵글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와 별개로 삼각대를 마운트할 수 있는 홀은 따로 마련돼 있습니다.
상단에는 무지향성 마이크 두 개가 있습니다. 빅시아 미니 X로부터 계승된 특징(?)으로, 뛰어난 수음력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촬영한 결과물을 직접 가져올 수 없어 체감은 어려웠으나 동급 카메라 중에서 하드웨어 자체(?)가 크다 보니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사운드가 영상 품질에 생각 이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별도의 마이크 없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음질을 담아낼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장점이 되겠죠.
그 밖에 현장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특기사항으로는 매끄러운 피부 효과 동영상 모드였습니다. 작은 디스플레이로 봤지만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를 구현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색감도 나쁘지 않고요.
미묘한 이유
첫인상, 그리고 돌아와 브로셔를 봤을 때는 빅시아 미니 X처럼 제법 인기를 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2014년에 나온 기기의 영상 품질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이 빈 자리를 파워샷 V10이 잘 채워주리라 생각하고요. 약간 증명의 시간은 필요하겠으나 빅시아 중고가의 몰락을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애매하다고 느낀 부분은 배터리입니다. 4K 촬영 기준으로 1시간, FHD 기준으로도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촬영하면 방전되는 게 다소 짧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매끄러운 피부 보정 기능을 켜면 그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합니다. 컷 촬영을 주로 한다면야 모르겠지만, 브이로그 촬영은 촬영의 호흡이 꽤 길 거라고 생각해서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신 빠른 충전속도를 지원한다고 하는데요. 현장에서 USB PD 충전을 지원해 최대 45W까지 입력할 수 있으며, 1시간 30분 전후로 완충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배터리 내장형인 만큼 배터리를 갈아가며 쓰는 게 아니라는 점도 좀 아쉬운 점으로 남네요. 충전 시 발열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게 또 촬영 시 변인으로 발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체급의 한계도 분명히 있겠죠.
분명히 매력적인 기기이기는 하나, 실제 촬영 환경을 고려했을 때 애매한 부분이 있어 활용도가 높을까 하는 염려가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짐벌까지 같이 달린 캠 등이 나오면서 대체 제품이 많기도 하고요. 디자인이 바뀌면서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아 유인효과가 떨어진다는 점도 걸립니다.
모든 촬영기기가 다 그렇지만, 분명한 목적을 바탕으로 구매한다면 활용도가 극대화되겠습니다. 다만, 제 기준에서 느낀 첫인상과 현장 질의응답을 통해 본 파워샷 V10은 좀 미묘(美妙)한 기기였습니다.
캐논 파워샷 V10은 6월 중순께 정식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고, 가격은 미정이나 일본에서 6만5천엔에 판매한 만큼 비슷한 가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견은 있겠습니다만, 재미있는 컨셉이고, 수요도 분명 있을 테니 이런 시도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 사진 촬영 시 환산화각 18mm, 영상 촬영 시 환산화각 19mm라고 합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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