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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 비주류가 쓴 부조리

  • 2010.12.23 06:27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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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지음, 작가정신, 2005

쓸모없는 노력을 왜 전시해?
  제목을 보고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쓸모없는 노력을 왜 전시한다는거지?' 더군다나, 노력은 무형인 하나의 개념일 뿐, 전시를 한다는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요소가 아닌가?! 제목부터 상당히 독특한 아이템은 책을 읽으면서 내내 하나의 느낌으로 집중하게 된다.

  그것은 '독특하다'는 것이다.

남미 문학, 그 낯선 이질감
  최근에 많은 종류의 책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내게 남미란 이룰 수 없는 동경이나 결코 구체화될 수 없는 추상적인 에너지와 같은 말 그대로 '추상적인' 느낌으로만 다가왔다.

  최근 한 몇 년전까지도 남미문학이라고 하면 그나마 겨우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는데(사실 이게 남미문학이라는 사실조차 망각하는게 태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정도 소개가 되어 두어 작품을 읊조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에서 접할 수 있는 해외 문학은 상당히 한정되어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보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각각의 문학별로 결코 놓칠 수 없는 특징이라는게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엔 출판사가 독자의 호응에 맞추어 책을 뽑아내고 다시 독자는 이를 읽고 점차 형성하는 세계가 정형화되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 다는 점은 논외로 하자.)

  2005년에 나온 책임에도 불구하고 5년이나 지나 책을 보았지만 1쇄의 책이라는 점이 조금 생소하게 다가왔다. 아마도 내가 헌책방을 통하여 구매한 책이려니 싶지만, 그래도 왠지 접하기 쉽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이야기가 조금 새었지만, 남미문학 역시 독특한 특징이 있는데, 이는 이질감으로 인해 더욱 강화된다. 물론 내가 생각하는 이미지에 맞춰졌다는 점을 부인할 순 없지만, 내게 남미문학은 '불'의 이미지로 남는다. 비교적 직설적이고 통찰하는 느낌이 강하며 직설적인 문체에서는 궤뚫어버리는, 의뭉스러운 문체에서도 설핏 보이는 강렬함은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를 유혹했다.

(내 머리속에 떠돌아 다니는 이미지가 이런 것임을 굳이 부인하진 않겠다.)


비주류가 쓴 부조리
  작가인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는 군부 독재의 위협으로 망명하여 살아가는 작가이다. 자신의 위치를 '여성, 동성애자, 좌파, 망명인'으로 보고 있는데, 이는 그야말로 '비주류'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은 그런 그녀가 쓴 초단편 부조리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매우 짧은 단편은 책으로 한장 반, 원고지 기준 6~7장 정도 밖에 안되는 매우 적은 양이다. 우리나라 단편소설이 약 원고지 80매 내외라고 보면 비교가 가능할까? 이런 매우 짧은 단편 30여편이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라는 책에 있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라는 책 제목도 여기에 실린 단편의 이름 중 하나였다.)

  책을 보다보면 자칫 집중력을 쉬이 흩뜨려버리기 쉬운데, 이는 책의 내용이 매우 부조리하게 펼쳐지기 때문이다. 책은 일반적인 인과관계를 따르지도 않고 일반적인 소설의 플룻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삼고 있는 소재도 비현실적이고 어떠한 것은 자칫 초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과 맞지 않는 부조리한 요소들이 일정한 의도에 의해 꼼꼼히 연결되고 차곡차곡 쌓인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이 부조리한 요소들의 묶음이지만 흔히 연극에서 이야기했던 부조리극과는 조금 다른의미를 보이는데, 이는 장면의 편린을 무작정 관객에게 던지는 것이 아닌, 요소들이 특장한 원칙(대개는 소설 내부에 설정된 현실과 유사한 인과관계를 따른다.)에 의해 짜여졌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갖고 있는 부조리한 특성 때문에, 아까 말한대로 자칫 집중력을 흩뜨려버리기 쉽다. 그러나 소설 하나를 떼어 의도를 분석하여 해석을 시작하면, 고도의 상징으로 처리되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논설과 소설의 사이
  소설에 있는 각 요소가 작가의 의도를 강하게 반영하고 있다보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생긴다. 그것은 소설이 소설로써 읽히기 보다는 고도로 상징화(암호화)된 논설문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작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불가해한 상황을 제시하고 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 안에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석을 하는 과정에서 독자가 그것을 조금 잊고 희석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실제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녀가 위치한 비주류의 위치에서 주류, 즉 보편성을 획득한 것으로 보여지는 백인, 남성, 유럽식의 문화를 거부하고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꽤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더군다나, 작가의 약력을 보게 된 이상 이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그녀가 망명인의 신분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아무튼, 여기서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은 논설과 소설의 사이 어딘가를 방황하게 된다.  비약을 조금 담으면, 이해하는데 딜레마도 생긴다. 작가의 약력을 알지 못하면, 소설을 거의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소설을 이해하면, 그 소설은 더이상 소설이라고 부르기 힘들다. 과연 우리는 부조리한 장면을 그냥 그 장면으로써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인가? 이는 각자가 생각해볼 문제다.

비주류이기에...
  비록 위와 같이 말한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있지만,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은 매우 독특한 작품이다. 내가 생각하는 남미 문학의 분위기도 녹아들어있고 어떤 상황을 철저하게 해체하고 은유로써 재 구성한 기법자체가 매우 독특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내가 끄적거려봤던 글과 분위기가 유사한 것들이 많아서 꽤나 놀랐다.

  꽤 절제되어있는 글의 문체는 소설 내부의 부조리한 상황을 제시하는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고, 그 상황에 의미를 담아내는데도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본디 이 책은 그녀의 꽤 초기작품이라고 한다.(아마도 그래서 더욱 부조리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들어가 있던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아서 쉽사리 추천해주기는 힘든 책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했고 작가의 최신작품을 따라서 읽어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연극, <책 읽어주는 죠바니의 카르멘> - 오감이 즐거운 연극.
- 책, <오 자히르>
- 책, <소송> - 피할 수 없는 부조리의 현실
- 연극, <옥수수 밭에 누워있는 연인>을 보고왔습니다.
- 연극, <수업> - 이게 어딜봐서 스릴러 연극이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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