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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의 깊은 관심과 얕은 이해도를 갖춘 보편적 비주류이자 진화하는 영원한 주변인.

책, <다른 남자> - 빛과 그림자의 소설

  • 2011.01.10 06:37
  • Culture/책(Book)
글 작성자: 레이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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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제 주관적인 해석과 책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이레, 2009(개정판 기준)

베른하르트 슐링크
  <다른 남자>는 일전에도 소개한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단편 소설집이다. 지난번 <더 리더>의 리뷰에서는 주인공과 한나의 정신분석(?)에 초점을 맞춰서 글을 적느라 정작 작가인 베른하르트 슐링크에 대해 살펴보지 못했었다.

  <더 리더>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읽히진 않았지만 꽤 인상 깊은 소설이었다면, <다른 남자>를 읽고 나서 왜 작가가 <더 리더>에서 그러한 의도를 갖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다른 남자>에 수록된 책들의 주제는 '사랑'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사랑이야기라고 하기엔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책에 속한 단편들은 모두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사랑의 밝은 면을 부각하기 보다는 사랑의 결핍이나 그 현상과 감정의 양상을 짚어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이라는 유형도 우리가 생각하는 젊은 남녀간의 사랑으로 한정짓지 않는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이미 결혼한 부부 사이의 사랑 등 작가가 제시하는 사랑의 유형은 무척 다양하다.

  "모든 것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 아마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이 사실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빛이 드리우면 자연스럽게 그림자는 생기기 마련이다. 사랑이라는 현상을 빛이라고 본다면, 사랑으로 인해 어딘가에 그림자가 드리우지 않을까? 작가는 여기에 초점을 맞춘다.

  한 여자가 남편을 속이고 남편은 아내가 죽은 후에야 그 사실을 알고 아내의 다른 남자를 찾아 가고('다른 남자') 한 남자가 세 명의 여자와 접촉하게 되면서 점차 이중 삼중의 생활을 하게 된다.('청완두') 이렇게 작가는 일반적인 사랑의 모습보다는 그 이면의 그림자를 찾아 들어간다.

사랑이 전부인가?
  처음엔 책을 읽는 내내 '사랑'이라는 키워드로 책을 읽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서 뭔가 미흡한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소녀와 도마뱀'이 마음에 많이 걸렸는데, 글을 쓰기 위해 몇 번 통독을 다시하고 생각하고 (더불어 해설의 도움으로) 내린 결론은 '사랑'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위에서 말한대로 <다른 남자>에 속한 이야기는 사랑, 조금 다양한 분류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사랑 사이의 분류를 횡단하는 것이 아닌, 두어걸음 물러나 보편적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역시 하나의 분류일 뿐 실제로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정의 고고학자
  그런 의미에서 책의 해설 중 베른하르트 슐링크를 '감정의 고고학자'로 칭하는 부분에 많은 공감을 했다. 작가를 칭하는 말 중에서 가장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사랑(관계)이라는 현상 속을 파고들어 그 근원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나아가 현실에서 사유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예를 들어, '다른 남자'에서 아내가 자신을 속였었던 것을 알고 이를 쫓아가지만, 그러면서 자신과 아내의 관계 속에서 아내의 감정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다시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점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과정은 작가의 장편인 <더 리더>에서도 나타나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다른 남자>에 속한 하나의 단편을 장편화 시킨 것이 <더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유사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단순히 감정의 근원을 쫓는 것이 아닌, 그 과정을 다시 현실과 대조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소설
  <다른 남자>는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집약적인 힘이 잘 드러나고 있다. <더 리더>와 비교했을 때, <다른 남자>가 훨씬 더 말하고 싶은 바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 리더>를 읽었을 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쾌하게 짚어내지 못했다면 <다른 남자>를 읽고 비로소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주제가 일정한 이유도 있었지만, 단편의 집약적인 힘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하게 다가오기 때문이지 않았나 싶다.

  <더 리더>를 읽고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채울 수 있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 관련 포스트 및 링크
- 책,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 누구의 죄인가?
- 책, <사랑, 마음을 내려놓다.>
- 연극, 풀포러브(Fool for Love)를 보고 왔습니다.
- 책, <오 자히르>
- 연극, <극적인 하룻밤> - 그놈의 연어초밥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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